청춘아 리더십을 잡아라 - 조직과 나를 이끄는 6가지 리더십의 힘
우상규 외 지음 / 출판이안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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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서나 리더십이 강조되는 요즘입니다. "리더"란, 거창한 개념도 아니고, 사회 생활을 하다 보면 누구라도 한 번쯤은 그 자리에 서서 솜씨를 발휘할 필요가 있는 직분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저 목에 힘 주고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위세를 부리는 게 리더라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은 정말 그런 리더 아닌 리더에게 휘둘리다가 아까운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며, 자기 역량을 제대로 발휘 못 한 채 시들 수 있습니다. 내가 내 직장에서 올바로 선 리더의 자격을 갖춘다면, 그 사람은 상사에게 올바른 리더십을 요구할 자격도 생기는 것입니다.

어려운 건, 나에게 잘 어울리는 리더십, 혹은 내가 내 직장에서 맡고 있는 기능에 잘 부합하는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알고, 빨리 내 몸에 체질화시키는 단계입니다. 현대 사회는 실로 복잡다기한 업종과 시스템을 발전시켜 왔고, A라는 직장에서 통하던 매너와 기능이 B에서 통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직장과 공동체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리더십이 요구되고 존재하는 요즘이라서, 개개인은 직무 수행 능력 외에도 무엇이 내 몸에 잘 맞는 옷과 같은 리더십인지 빨리 알아내어 맞춤화하는 게 중요합니다.

사회가 빠르게 발전하다 보니 배워야 할 지식, 공부해야 할 노하우는 변화 속도의 제곱에 비례하여 증가하는 것 같습니다. 직장이라는 한정된 공간뿐 아니라 거래처의 파트너들, 경쟁사의 적대적 인사들 사이에서 부대끼며 얻는 스트레스란, 열정으로 가득찬 마음도 피로와 회의에 잠식당하게 만듭니다. 어느 직장에서건 명강사, 동기 부여 전문가들을 향한 수요는 그래서 증가하게 마련이며, 이 책은 그런 우리 시대 일류 강사 여섯 분이 각각 생각하는 참된 리더십의 개념, 실천, 효과, 비결에 대해, 어조와 감성이 생생히 실린 내러티브로 독자에게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이런 분들이 확연히 빼어난 건, 전해 들은 걸 가공하거나 편협한 개인의 일시적 감상 같은 것을 과장되이 설파하는 게 아니라(그런 사람들은 아집만 있을 뿐 자기 확신이 없습니다), 스스로 겪고 깨달은 바를 자연스럽게, 그리고 진실되이 청중과 교감한다는 데에 있더군요. 어설픈 쇼맨십과, 내면으로부터 무르익어 바깥으로 배어나는 설득력은, 그래서 크게 차이나는 거죠.

"진짜 군인이셨나요?" 우상규 선생님은 예비역 해군 대령 출신의 명강사입니다. 예나지금이나 군인이 진급하기란 매 순간이 별 달기만큼이나 어렵습니다. 초급 장교나 부사관들이 상급자로부터 가장 모욕적으로 듣는 말이 "너 사회에 나가면.... "입니다. 그만큼 군대란 여느 조직체와는 대단히 다른 규율과 논리에 의해 움직이며, 군에서 제 능력을 발휘한 사람이건 아니건 일단 전역하면 사회에 적응하는 데에 큰 애로를 겪습니다. 대한민국 건강한 남성이라면 현역병 복무를 안 거친 이가 거의 없기에, "군 출신 인사"라고 하면 대단히 권위적이고 융통성 없고 친화력 부족한 퍼스낼리티를 떠올리기 십상이죠. 그러나 우상규 선생님은 이런 어설픈 선입견을 정면으로 비웃기라도 하듯, 일류 대기업에서 수십 년 근무한 분처럼 온화한 매너와 격의 없는 소통능력으로 주위를 놀라게 합니다. 이분 강연을 제가 두 차례 들은 적도 있습니다.

이 책에 고견을 실으신 여섯 분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점이기도 한데, 인기강사 명강사면 준 연예인 신분처럼 대단한 고소득자에 근심 걱정 없는 안락한 생활을 누리고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더군요. 우상규 선생님만 해도 투병 중이신 부인을 두셨는데, 저는 이런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가까운 가족 중에 아픈 사람 없는 게  얼마나 행운인지 감사하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긴 그런 시련이랄까 아픔이 어느 한 구석에 있기에, 영혼에 거품이 끼지 않은 채 많은 이들과 진정성 있는 소통이 가능하기도 하겠구요. 요즘 세상에, 누가 가식이다 일시적으로 허세를 부린다 싶으면 사람들이 대번에 눈치를 채죠. 오랜 인기와 호응을 받는 분들은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우상규 선생님이 내세우시는 바는 DU 리더십입니다. 여러 번 강연에서 말씀하시는 걸 봐서 저도 개념은 잡고 있는데, down&up의 약어입니다. 나를 낮추고(down) 상대를 높이라(up)는 거죠. "군대에 오래 있어 본 사람이면 안다. 부하들은 권위적이고 일방소통적인 상관보다, 자신에게 진정성 있는 이해와 소통을 시도하는 상관을 더 잘 따른다는 것을." 군대가 이 정도면, 사회의 다른 조직이야 더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소신 없는 무골호인이나 가식으로 순간만 모면하려 드는 건성 매너의 좀비가 되라는 게 결코 아닙니다. "OO님, 다른 건 몰라도 사람 하나는 좋지." 직장인에게 이런 평판보다 더 모욕적인 말은 없다는 걸 분명히 자각하라는 게 선생님의 따끔한 충고입니다.

홍문숙 선생님은 "무브먼트 리더십"을 강조합니디. 무슨 말씀인지 잘 이해가 안 되어 찬찬히 읽어 보니, 우리가 흔히 빠지기 쉬운 오류를 역설적으로, 통렬하게 지적, 요약하는 개념이었습니다. 사실 이 경우는 "개념"이라 잠정 규정하는 것도 모순일 것 같은데요. "무브먼트 리더십"은 1) 먼저 행동, 2) 생각 바꾸기, 3) 감정 다스리기 라는 순서를 밟아서 나를 변혁시키라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생각은 쉽고 행동이 어렵다는 게 우리가 보통 내리는 판단입니다. 그런데 홍 선생님은 그게 아니라는 겁니다. 결의를 단단히 가지고(혹은, 혼자서 그렇게 착각하고) 행동으로 옮기려면 그게 쉽더냐는 거죠. 이 당연하고 보편적인 체험을, 우리는 그저 "생각"만으로 부정하고 있었습니다. 일단 한 걸음 내디디고 나서 그 다음에 생각해야, 여태 지독하게 안 바뀌던 내 자신이 바뀔 수 있다는 게 핵심입니다. 참 맞는 말씀입니다.

책을 펴낸 이인환 대표의 권두언에 의하면, 홍 선생님은 무용을 전공하신 분답게, 옆에 있기만 해도 우아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그런 분이라고 합니다. 홍 강사님은 "교학 상장"이라는 말씀도 하십니다. 배우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고, 가르치는 활동에까지 이어져야 그게 진정한 체득인데, 이 역시 생각과 행동이 혼연일체가 된 경지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의식은 우리 자신까지 기만하는 수가 많지만, 몸은 거의 언제나 정직합니다. "몸이 아프면 간혹 마음까지 닫히곤 하더라."는 게 홍 선생님의 술회입니다. 몸에 쌓인 긴장은 결국 의식의 수축에까지 이어집니다. 답답한 마음에 쌓인 울화는 근육의 이완으로 풀어주는 게 가장 효과적인 대응책일 수 있다고 조언하십니다. 이분 저서나 강연 자료가 있으면 찾아 보고 더 심화된 내용을 배우고 싶어졌습니다.

이름난 산업강사님들을 보면 화려하고 세련됨 못지 않게, 소박하고 꾸밈 없는 스타일을 지닌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 분들은 실제 살아 온 이력도, 위화감 없이 서민적인 경로를 차분히 거쳤기가 또 빈번하죠. 박미영 강사님은 "통통 리더십"을 표어로 내세우시는데, 말 뜻은 통(通)하고 또 통(通)하라는, 공감과 소통을 강조하는 내용입니다. 말씀하신 내용 중에 제 마음에 특히 와 닿았던 건, "고생이다 싶어도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단순해 보이면서도 실천에 옮기기는 실로 어려운 가르침이었는데요. 동대문 시장에 새벽부터 "물건하러" 방문해서, 쉽지 않은 흥정과 운반 과정을 거치는 게 대단히 고되었음을 그녀는 털어 놓고 있습니다. 그때 그녀가 떠올린 건 "동동 동대문을♬ 열어라" 하는 아이들 노래의 가사였습니다. 힘들다고 생각하지 말고 이건 놀이하는 거라고 마음을 바꿔 먹는 순간, 어려움은 그저 마음가짐의 문제였을 뿐임을 알게 된다는 것. 그래서 저는 이 파트를 다 읽은 후, 통통리더십이란 말이, "고통(痛)"을 통과(通)해서, 사리에 통달(通達)하게 하는 과정이라고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그러기 위한 필수 단계가 "세상과의 소통"임은 말할 것도 없겠고 말입니다.

이 책의 여섯 분 저자 중에 네 분이 벌써 여성이시지만, 박미영 강사님은 특히 여성 리더십이란 개념에 자신의 체험을 결부시켜 풍성한 내용을 만들어내신 분입니다. 치과위생사로 시작하여 연세대 치의학박사학위까지 따 낸 대단한 열성파로 이미 명성이 자자하죠. 여성의 사회 진출과 그 과정에서 겪는 숱한 곤란, 여성직장인만이 겪을 수 있는 육아 관련 경력 단절 등 민감하고 난감한 이슈에 대해, 자신이 그 구체적 트러블을 다  체험하고 돌파한 분이다 보니 풀어 놓을 이야기보따리와 현실감 가득한 팁, 조언이 큰 볼륨을 가질 수밖에 없죠. 일단 이니셔티브를 취하고, 여성만이 감당하고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점차 늘어나는 대세를 직시하면 자신감이 안 붙을 수 없고, 이 자신감이야말로 성공의 첫걸음이라는 말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여성 독자-직장인들이 읽고 더 큰 공감을 이룰 수 있을 파트였습니다.

인간이란 결국 감정에서 시작, 감정으로 일관하다, 감정으로 마무리되는 존재입니다. 유리한 조건을 내걸고 상대를 설득해도, 그의 감정을 다치게 하면 지금껏 애쓴 노력이 다 무위로 돌아갑니다. 인센티브보다는 리스펙트라고, 요즘 경영일선에서 다들 이야기하지 않습니까. <위키노믹스>란 책을 보면, 물질적 효익이 전혀 없는 노동에 유저들이 왜 그렇게 매달려서 성과물을 구축하려 들고, 이것을 기반으로 파생적 업적이 꼬리를 물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원인이 무엇인지를 잘 분석하고 있습니다. 감정, 자긍심, 쾌감, 성취감은 때로 돈보다 더 중요합니다. 제가 주변을 잘 살펴 보니, 결국 머리 좋은 사람보다 감정 조절 잘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세상이다 싶기도 하더군요. 긍정적인 기분, 느낌에서 우월한 성과가 나온다는 결론이, 박우진 강사님이 말씀하시는 "감정 리더십"인 걸로 이해했습니다.

소리향기 리더십 역시 주변에서 흔히 듣는 말은 아닙니다. 손미혜 선생님은 재미있는 일화로 이 강의의 서두를 잡으시는데, 나이 든 세대가 즐겨 부르는 곡 중에 "광화문 연가"가 있죠. 모임에서 이 노래를 부르는 어느 여성분이 있었는데, 참석한 다른 분들이나 보컬 트레이닝 원장인 손 강사님 듣기에나 그리 잘하는 노래솜씨는 아니더라는 겁니다. 그런데도 현장의 모든 이들은, 그 노래가 그렇게나 듣기 좋았고 부르는 분의 감성, 분위기에 흠뻑 빠져들었다는 거죠. 분명 무슨 사연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여 여쭤 보니, 대중가요를 자신만의 해석으로 물들일 만한 스토리가 과연 충분히 추억으로  간직된 분이었습니다.

효과적인 소통은 이처럼, 좌뇌가 아닌 우뇌, 이성이나 딱딱한 논리보다 감성과 교감에 의한 것이라야 한다는 게 손 선생님의 주장입니다. 그게 설사 노래라고 해도, 음정과 박자가 기교적으로 꼭 맞아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진정과 진심이 묻어나는 창법이 최고이듯, 인간사의 소통도 결국은 감성의 효과적 전달에 성공하는 이가 승자가 된다는 게 결론이었어요. 왜 불통인가? 직장이나 가정에서 이런 문제로 고민인 분은, "권위를 벗어던지고 직원들 앞에서 말춤을 추는 사장님의 자세로" 타인과 동료, 심지어 라이벌들을 대해 보라는 겁니다. 우뇌 위주의 소통은 결국 청각과 후각을 통한 교감에서 그 진면목을 드러낸다는 말씀, 깊이 새겨 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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