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정리력 - 1주일 만에 수익 2배 올리는
공민선 지음 / 라온북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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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개 점포이든, 소규모 기업이든 그 이상의 중견 업체든 간에, 사장으로서 기업을 운영하는 일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배짱도 좋아야 하고, 순간적인 판단력이 빼어나야 하며, 요즘 같은 세상에선 해당 분야 기술에 정통하기까지 해야 합니다. 한마디로, 만능인이 되어야 하는 게 요새 사장님들의 사정입니다.

 



보통 사업의 판세를 보는 전체적 안목이 없으면 경영주가 되기 힘들다고 합니다. 행동경제학(행태경제학)의 태두인 카너먼이 쓴 표현을 빌리면, 자기 사업의 매 단계 결정에 있어 "fast thinking"이 가능한 사람이라야, 크리티컬 모먼트마다 기민한(그리고 유리한) 결단을 내리는 사장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능력이 있기에 지금까지 성공을 거두었겠고, 그래서 이런 분들은 매사를 이런 방식, 즉 "척 보고 감으로 바로 처리하는" 방식에 의존합니다. 이 책 pp. 86~88에는 사장의 유형을, 사업가형/관리자형/기술자형으로 삼대별하는데, 가장 보편적으로 발견되는 타입은 아마 이런 "사업가형"이지 싶습니다.

사업의 규모가 작을 때에는 이처럼 감에 의존하는 방식이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분이 지속적으로 성공을 거둬, 종전보다 큰 규모로 불려나가면서부터는, "기업의 내실을 다지고, 어디선가 모르게 줄줄 새는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각성을 하게 됩니다. 이런 걸 두고 이 책의 저자는 "기업 정리"라고 부르는데, 이런 정리의 요령과 기술은 "fast thinking"으로 수행할 수 없습니다. 주먹구구나 막연한 감 같은 것으로 대신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창업/수성의 이분법을 따르자면, "기업정리"는 "수성(守城)"에 해당하는 셈입니다.

 



만약 "관리자형 사장"이라면, 이 책을 보지 않아도 이미 잘 하고 있을 것입니다. 저자가 다소 우려스런 눈으로 보시는 "기술자형 사장님" 역시, 이 책을 읽는다면 대번에 경각심이 들어, "우리 회사가 뭐가 문제인지" 점검하려 들 것 같습니다. 그러나 사업가형 사장님들이라면 어떨까요?

"사업가형 사장님"들은, 지금까지 자신이 해 온 방식에 대해 큰 긍지와 자신감으로 무장해 있기 때문에, 기업 내부의 관리 문제, 회계 문제에 대해서는 그저 아랫사람, 담당자들에 맡기고 마는 수가 많습니다. 그러나 직원들은 그저 자신의 입장과 한계에서 일을 처리할 뿐, 회사 일을 그 주인인 사장 본인처럼 절박히 여기고 추진하지는 않습니다. 사장인 나 아닌 다른 이들에게 일을 전적으로 맡기는 건 그만큼 위험한 일입니다. 이 책 pp.116~119에 나오는 것처럼, 예컨대 회계 업무를 이중 체크 시스템으로 관리하지 않고 일개인에게 맡긴다면, 회사 자금 80%가 증발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는 거죠. 저자는 이런 경우, 그렇게 허술한 방법으로 자금을 관리한 사장 자신도 잘못이라고 지적합니다. 냉혹한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무능과 경솔, 부주의야말로 최대의 악덕이라는 관점이겠죠.


이 책은 따라서, "이 책에서 강조하고 있는 내용을 지금껏 대수롭지 않게 여겨 온 사업가형 사장님"들이, 자신의 기업을 다음 단계로 도약시키기 위해, 어떤 점에 주목하고 보완해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는 내용, 주로 이것을 담고 있습니다. 저자 역시 이런 "사업가형 사장님"을, 기업가로서 가장 이상적인 유형으로 꼽고 있는 듯합니다. 이런 분이 앞으론 어떻게 해서 "관리자형의 미덕"까지 겸한, 다른 차원의 CEO로 거듭날 수 있는지 진지한 코칭을 행해 주는 책이 바로 이 책입니다.

저자 공민선씨는 삼성에 재직하다가 퇴사한 분으로, 프랜차이즈 점포, 개인 매장 등 다양한 실전 경험을 쌓다, 현재 컨설팅과 교육 업무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는 분입니다. 컨설팅은 보통 회계사 자격을 가진 분들이 수행하는데, 공 소장님은 그런 것보다 현장에서 몸소 체험하고 터득한 실전 노하우 위주로 무장한 분 같습니다. 대신 이분은 한국 최고의 회계법인이라 할 수 있는 삼일의 창업자 서태식 회장님을 사사하기도 한, 웬만한 경력자가 쌓기 어려운 귀한 커리어까지 지닌 분인 걸로 책에 나옵니다. 대가로부터 직접 교훈을 받는 일은, 여간한 자질과 열성의 소유자가 아니고서는 겪기 어려울 것입니다.



저는 이 책 중에, 저자께서 직접 "어린 사장님"으로 매장 관리를 하고, 직원들을 통솔하고, 현장에서 수시로 부딪히는 어려움을 극복해 나갔는지를 두고 풀어 주는 이야기가 제일 재미있었습니다. 나이가 어려서(그리고 이런 능력자분들, 성공한 커리어우먼들은, 좀처럼 자기 입으로는 이야기 안 하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깔보는 거래 상대들을 두고, 어떻게 구스르고 설득하고 요리해 나갔는지도 알 수 있었습니다.

저자 개인의 체험이 녹아든 팁을 알려 줄 때가, 독자나 청중으로서는 실감과 교감치가 최대로 올라갈 때죠. 저자는 업무 매뉴얼을, 어느 부서의 어떤 팀장이나 반드시 작성해 놓을 것을 충고합니다. 실제로 저자는 삼성에 근무할 시 업무 인수인계를 맡을 때, 전임자가 잘 짜 놓은 매뉴얼 덕에 덩달아 칭찬을 받을 수 있었고, 무신경한 전임자가 부실하게 해 놓고 간 인계 때문에 (직급이 낮은) 자신이 대신 욕을 먹은 경험을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직원이야 오너한테(혹은 상급자에게) 혼만 나면 그만이지만, 그 때문에 빚어진 업무 차질은 누구의 손해겠습니까? 바로 사장의 몫인 것입니다. 따라서 이 주문은, 직원이 아니라 사장한테 하는 말입니다. "직원들에게 매 단계, 업무의 연속성이 보장되도록 매뉴얼을 필히 작성하게 하라." 사장 자신 역시 (특히 규모가 작을수록) 반복되는 일은 매뉴얼화해 놓는 게 시간과 정력을 절약하는 길입니다.

이 책에는 특히 "개인사업자에서 법인사업자로 전환"하려는 기업(업주)의 사례가 많이 나옵니다. 저자 본인이 그런 케이스를 많이 다루고 컨설팅하셨기 때문이겠지만, "기업정리"를 해야겠다는 자각이 드는 대부분의 사장님들이 현재 보편적으로 겪고 있는 고민이기도 할 겁니다. 그런 경우에 특히 유의해야 할 바를 공 소장님은 여러 군데에서 알려 주고 있습니다.

p59에 보면, 이제 법인사업자로 전환은 했으나, 막상 사장으로서 업무에 임하려니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 지 몰라. 교육받는다는 명목으로 2년 동안 외부에서만 돈 어느 분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읽으면서 저도 와, 이런 경우도 있구나 싶어서 좀 놀랐습니다. 사실 이런 케이스는 다른 것보다 심적인 자신감 회복이 중요할 것 같은데요. 공 소장은 먼저 회사 내 공간정리부터 시켰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회사의 "정리"인 셈입니다. 사실 이 책의 주제인 "회사 정리" 역시, 구조와 시스템에서 낭비적 요인, 비합리적 요소를 말끔히 제거하고, 슬림한 몸으로 레이스에 나서자는 건데요. 그 출발은 물리적 공간의 정리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는 겁니다. "지금 우리가 하려는 일도, 이런 집안, 건물 청소와 다를 바 없습니다." 확실히 이런 세심한 독려와 동기 부여는, 여성만이 착안하고 실행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p111을 보십시오. 개인이 법인사업자로 전환할 때 얼마나 황당한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아주 극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가 있습니다. 이거 읽으면서 내용이 잘 이해 안 되는 분도 있을 건데, 쉽게 말하면 이런 겁니다. 자기 소유 건물에서 사업을 해 왔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진 개인사업자였다가, 이제는 법인사업자로 바뀝니다. 이때, 사장 A라는 사람은 그대로 있고, B라는 법인이 하나 더 생긴 겁니다. B의 대표이사는 여전히 A라는 사람이지만, B는 A와는 별개 존재이기에, A 소유의 건물 일부(상가 점포)를 세내어 쓰는 계약을 새로 맺은 겁니다(밖에서 보기엔, 임대인과 임차인이 같은 기묘한 풍경이죠).

이 때 임대차 계약을 잘못 작성한 거죠(책에는 분명히 안 나와 있으나, 담당 세무사의 과실로 보입니다). 실제로는 계약금 수수가 없었는데(자기가 자기하고 맺는 계약이니까), 서류상으로는 8천-40이라고 적혀 있으니, 이제 "법인 B"에게 (받은 적도 없는데) 돌려 줘야 할 부채가 8천이나 생긴 거죠. 이때 공 소장은, 3천-150의 상가 임대차 계약을 새로 맺으라고(계약 갱신) A 사장님에게 권합니다. 그러면 법인 B에게 5천까지만 돌려 줘도 되고(세무 처리상 이 부채 반환을 미루거나 불이행 할 수 없습니다), 빌린 5천은 앞으로 들어올 월 임대료 150으로 천천히 갚을 수 있다는 게 공 소장의 조언이었습니다. 책에는 이처럼 사실 관계만 간단히 적고 마셨지만(너무 간단해서 이해가 어려웠던 독자도 있었을 겁니다), 이 과정에서 여성이고 나이도 어린 편이었을 공 소장이, 클라이언트가 내 말을 안 받아들이면 어쩌나 하고 노심초사하는 모습이 눈에 선히 그려지는 것 같았습니다. 삼성 퇴직 후 그리 길지 않은 기간에 저렇게 많은 지식을 (해당 업무와 큰 연관도 없으셨을 텐데) 빨리도 배우셔서 자기 것으로 소화하셨다 싶어서 감탄이 나왔습니다.

이 책에서 아주 자주 강조되는 내용, 즉, 많이 팔면 다 메꿔지겠거니 해결되겠거니 하는 안이한 생각이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 자영업 사장님들은 깊이 마음에 새겨야 할 것 같습니다. 잘못된 가격 책정과 허술한 판매 계획 설계 때문에, 그렇게 고생해서 매상을 올려 놓고도, 팔면 팔수록 손해가 커지는 어이없는 일이 곳곳에서 벌어진다느 것입니다. 이나모리 가즈오 전 교세라 회장의 말처럼, "더 올리면 거래가 안 이뤄지는 그 상한선까지 가격을 올려서 받지 않을 바엔 사업을 하지 말라"는 원칙, 어느 상황에서도 잊어선 안 될 것 같습니다.

공 소장은 대형 요식업매장을 운영하던 시절, 불시에 관청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합니다. 이때 예컨대 유통기한이 지난 식자재 비치 같은 것이 발견되면 바로 영업정지 처분(15일)을 받는데, 이는 거의 폐업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거죠. 평소에 직원 교육, 관리를 확실히 해 놓았기에, 단 한 명이라도 제 할 일을 하지 않았을 경우 벌어질 치명적 상황을 모면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직원은 사장이 키우는 것이라는 말도 귀 기울일 가치가 있습니다. 마윈의 예를 들어, 외부 영입 인사는 결국 회사 성장 과정에서 다 떨어져 나갔는데(여러 이유겠죠. 능력 부족 실적 부진 부적응 등등), 살아남아 이사직까지 남아 있는 건 마윈이 처음부터 데리고 있던, "재목이 아니라고 봤던" 평범한 직원들이었다는 겁니다. 능력보다 "태도"가 훨씬 더 중요한 덕목임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게 공 소장의 결론입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자산입니다. 공 소장은 "크로노스를 카이로스로 변환할 수 있는 시간정리에서, 모든 기업 정리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같은 공간을 써도 효율적으로 정리하고 쓸모를 최대화하는 주부와 그렇지 못한 주부가 따로 있듯, 사장님들도 호쾌한 외부 확장에만 주력할 게 아니라, 먼저 기업 내부에서 비합리적 낭비적 요소를 제거하고, 말쑥하게 기업을 "정리"하는 게, 성공과 도약을 위한 첫걸음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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