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모스 실종 사건 - 누구나 가졌지만 아무도 찾지 못한 열정
우종민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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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쓸모없는 사람은 없다. 부하직원들에게 면박이나 주고 들들 볶고 무시한 당신이야말로, 세상에 다시 없는 무능한 상사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이 있긴 합니다. 문제는, 중간관리자로서 해내야 할 일이란 게, 빈약한 가용자원을 가지고 최대한 많은 성과를 뽑아내야 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없는 능력을 어떻게 발휘하는가? 정신의학적으로 그게 가능하다고 하네요. 바로 "티모스"를 통해서입니다. "티모스"란 그럼 무엇이냐. 어떤 어려움 속애서도 자아를 지탱할 수 있고, 재기의 의욕을 자연스럽게 부르는, 자기만의 긍지, 인정 욕구라고 합니다. 돈이나 세속적 명예와는 꼭 관련을 맺지 않는, 오직 자신만이 그것으로부터 뿌듯한 긍지를 느끼게 도와 주는, 정신적 활력의 원천입니다. 이 소설 등장인물 중 한 명이자, 사실상 주제를 창조하고 내러티브를 이끄는 유인정 원장의 말이자, 그를 페르소나로 삼은 저자 우종민 교수의 주장입니다.



유능한 팀장, 나아가 CEO는 직원들의 숨겨진 가능성을 볼 줄 알아야 합니다. 본인의 능력도 뛰어나면 물론 금상첨화이겠으나, 그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저력을 끌어내어, 팀의  실력을 있는 한껏 발휘하게 만드는 게 보다 우선시되는 사명입니다. 주인공 나상준은 그 별명이 "나혈한"일만큼, 자기 잘난 줄만 알고 부하직원들에게 인정사정 없이 성과만을 재촉하는, 재수없는 타입이자 등 뒤에서 이를 갈게 만드는 악질이었습니다. 선배들에게도 고분고분하지 않은 성격이지만, 최종 결정권을 지닌 사장에게는 한없이 비굴해지는 속물이기도 했죠. 일도 잘하고 사내정치에도 나름 능했지만, 한계에 부딪히고 배신을 당한 후로는, 좌천된 자리에서 새삼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정신과원장 유인정이 이때 나상준을 돕습니다. 그는 나상준이 처한 위기의 원인을 정확히 짚어 주고, 누구라도 벗어나기 힘들 좌절의 지점에서 오뚜기처럼 몸을 일으킬 수 있게 할 조언을, 정확히 맥을 짚어 이 젊은 광고인에게 들려 줍니다. 나상준은 여태 제 능력을 어디서나 발휘해 온 엘리트이며, 어느 도전이나 시험에 맞닥뜨려서도 좌절이란 걸 별로 모르고 살아왔습니다(그런데 왜 광고회사 같은 데밖에 못 들어갔을까요? ㅎㅎ). 이런 그가, 자기 회사 사장 이화승에게 이용만 당한 후 사실상 폐기처분된 후에는,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커리어에 대해 회의를 느끼고 의기소침해 진 겁니다. 그가 맡은 팀은, 자신처럼 버려진 낙오분자, 문제사원들로만 이뤄진 일종의 "외인부대"였습니다. 미팅에서의 폭탄 제거반처럼, 그냥 팀 단위로 알아서 죽어 달라는 거나 마찬가지인, 잘나가던 직장인에게 최악의 모멸이었죠.

사장의 의도가 그랬으니, 팀원 개개인의 사기로나 주어진 조건으로나 이들은 꼼짝없이 정리해고 1순위로 그저 명시적 처분만 기다리는 처지였는데, 역시 능력자였던 나상준은 이 위기를 절호의 기회로 만듭니다. 먼저 자신부터 완전히 다른 인간으로 거듭난 나상준은, 잉여 아이템에도 못 끼던 이들 막장웨어들을 하나하나 만나, 그들만의 티모스를 자극하고 일깨우려 듭니다. 사내 최악의 상사요 재수떡이었던 나상준이 이렇게 달라진 모습으로 솔선하니, 좀비같이 처져있던 팀원들도 여태 없던 매너로 분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처음에 몇 번 또 뒤뚱거리고 넘어지다가, 오직 팀 케미의 산물로만 평가될 수 있는 성과를 내고, 그들은 여태 없던 성취감을 맛봅니다.



이 무렵 박 본부장과 노혁재(나상준의 원수이자 간신배들)는 큰 사고를 치고 회사를 망하기 직전으로 몰아갑니다. 이 사장은 사업적 타격도 타격이지만, 자신이 사람을 치명적으로 잘못 봐서 일어난 결과라는 자책감에 거의 재기불능으로 좌절하고 맙니다만.. 한번 티모스가 살아나 의기충천한  나상준 이하 4팀 전원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대형 거래를 성사시켜 회사 전체를 회생시키는 놀라운 위업을 달성합니다. 그것도 월급 루팡 1호로 꼽히던 만년 과장 홍태만의 포텐(일본어 구사 능력)을 제때 터뜨리는, 거의 기적이라 할 만한 방법으로 말입니다.

처음엔 별 생각없이 책장을 넘겼는데, 직장생활의 애환과 풍속도를 실감나게 다룬데다, 제가 처했던 상황과 딱 들어맞는 얘기만 정확하게 풀고 있어서, 정말 뒷이야기가 궁금해지게 만들더군요. 결론도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동의할 만한 내용이었습니다. 일이 잘 안 풀리는 분들은 한번 읽고, 나만의 티모스가 무엇이어야할지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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