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움직이는 100대 기업 - 삼성증권과 중국 차이나윈도우가 뽑은 중국.홍콩 대표 최강 주식 100
삼성증권.차이나윈도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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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그랬었고, 한창 고도의 성장 추세를 보이는 개발도상국에서 단연 주목해야 할 곳은 그 나라의 주식시장입니다. 왜 최고조의 실물 경제 성장보다 주식 호황이 한 발짝 정도 늦게 출현하는가? 개발도상국에서 제조업, 여타의 산업 자체야 모방과 학습을 통해 발전시킬 수는 있어도, 증권시장의 발달 같은 고도의 시스템은 쉽사리 자국 토양에 안착시키기 힘들어서입니다. . 1980년 딱 한 번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이래 줄곧 쾌속질주를 해 온 한국경제인데도, 놀랍게도 외국인 참여를 자유롭게 허용한 것조차 1997년 외환위기 이후일 뿐입니다.



한국에서 일반 대중이 소위 "개미"의 모습으로 증시에 대거 참여한 건 1987년경(민주화 조치)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 않습니다. 이때부터 한국의 중산층, 아니 중상층 가문에서는, 아이들에게 돈 좀 쥐어 주고 주식 실전을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어려서부터 감을 잡혀 놓지 않으면 어른 되어서 실력이 안 는다는 이유에서인데, 제가 지켜 봐 온 결과 망하는 사람은 매번 망하는 게 다 이것과 관련이 있더군요.

 



여튼 그래서 중국에서 적극적으로 외자 유치를, 이번에는 증시 제도 선진화를 통해 발벗고 나서는 모습은, 사실 늦은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 한국의 대중들이, 다소 폐쇄적인 성향이 있다 보니 이런 대세가 늦게 확산된 감마저 있습니다. 외국 증시에의 투자에서 우리가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점은, 과연 기업공개와 실사가 투명하고 신뢰성 있게 이뤄지고 있느냐 하는 제도적 문제입니다. 이 책은, 그 점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이 없습니다. 말이 없다는 건, "이제 신뢰성 문제를 거론할 타이밍은 지나갔다. G2의 한 멤버인 중국이 아니냐" 같은 전제를 벌써 깔고 있는 것입니다.

1994년의 런던 금융시장 개혁(소위 "빅뱅")처럼, 이번 "후강퉁"도, 최근 침체에 빠진(우리는 중국 증시에 대해 워낙 관심도 없고 소식이 늦다 보니, 벌써 최활황을 지나고 지금 지수가 많이 빠졌다는 사실조차도 모르고 있는 게 보통입니다) 중국 증시를 회생시킬 수 있는, 당국에서 고심 끝에 내린 결단이겠습니다. "후강퉁"이란, 상하이의 별칭인 沪에서 앞 글자를, 그리고 "홍콩(香港)"의 뒷글자를 하나씩 따다 약칭, 혹은 신조어를 만든 것입니다. 沪(호)라는 글자는 예전부터 지명으로 쓰이던 글자인데, 沪라고만 쓰면 모르는 분들도 원자로 滬(호)라고 쓰면 눈에 익어하더군요.



사실, 이처럼 중국 증시를 해외에 소개하는 붐이 이는 것도, 최근 거품이 빠지는 듯(당사자들은 아니라고 합니다만) 보이는 증시에 활력을 불어 넣으려는 필사적 몸부림 중 하나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한국도 1992년 내수 침체와 중기(中企) 연쇄 부도 사태, 전반적 성장 동력 상실, 이로 인한 주가 대폭락 때문에 고생깨나 하다, 인위적 부양 정책과 반도체 특수(삼전이 원탑으로 올라서기 시작한 게 이때부터라고 봐야 하는데, 진짜 원탑으로 자리를 굳힌 건 그로부터 10년 뒤나 되어서입니다. 아이러니라면 이제는 삼전의 전망이 심상찮은 모습으로 장기 하강 추세라는 것), 이동전화 시장 신규 창설이라는 거대한 출구로 숨통이 트이는가 했습니다만, 결국 외환위기로 치명타를 맞고 반 타의에 의해 시장을 열었죠. 중국이 이 분야에서 고전하는 모습도 지난 우리의 행적과 따지고보면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것 아니라도, 우리 독자들이 신뢰를 일단 보낼 수 있는 대목은, 이 책 필진의 면면입니다. 결국 이 정도 전문가들로 짜여진 진용의 말도 신뢰를 못 한다면, TV나 경제지에 나오는 어떤 애널리스트들의 진단도 못 믿을 것들입니다. 요즘 이런 책들의 편제 중 공통 요소로, 인포그래픽 포맷의 적극 활용을 들 수 있는데, 이 책 역시 다양한 수치와 자료를, 컬러풀하고 가독성 좋은 형식으로 최대한 독자 친화적 소통을 꾀하고 있습니다. 믿을 수 있는데다 보기까지 편한 편집이요 컨텐츠를 담은 책입니다.

예전에 나온 책들도, 비슷한 전망과 권고를 담은 것들이 제법 있었는데요, 이 책은 그 책들보다  1) 보기가 편하고, 2) 보다 다양한 종목을 망라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2)는 신뢰성 면에서도 중요한 덕목인데요. 애널리스트가 할 일은 고객에 선택의 POOL을 제시하고 권유를 하는 쪽이지, "사이비 족집게" 흉내를 내다 투자자를 위험에 빠뜨리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입니다. 2)는 이 책이, 꼭 투자 포트폴리오 구상이 목적이 아니라도, 장기적으로 중국 거시 경제 전반이 어떤 양상으로 굴러갈 것인지에 대한 탐색 목적으로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일단 예전부터 자주 화제가 되던 게, 중국 대륙 동서남북을 가로지를 고속철 사업입니다. 독일이나 프랑스가 중국에 절절 매었던 것도, 이 고속철 사업이라는 대형 프로젝트와 결코 무관하지 않습니다. 특히 프랑스는 아프리카에서의 영향력 확산을 놓고 텃밭 다툼을 벌이는 처지라 중국과 근본적 이해충돌을 빚는데도 사정이 이러했습니다. 확실히, 고속철이란 중국처럼 거대 영토를 단일 주권 하에 두고, 많은 유동인구를 보유하고, 그 인구가 어느 한쪽에 편중되지 않은 나라, 더군다나 아직 항공교통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했고, 국민 평균 소득이 국내선이라도 자유롭게 이용할 만큼 높지 않은 나라에서 최적으로 채택될 만한 수단입니다. 한국의 경우, 너무 많은 역을 통과하기에 이미 고속철 아닌 저속철로 전락했고, 비싼 로열티를 주고 사 온 기술을 자체 발전시킨 바도 별반 없기에, 이런 중국측의 건실한 약진을 부러운 시선으로 손 빨고 지켜볼 수밖에 없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다들 알겠지만, 법인 형태로는 남차와 북차 두 군데가 여태 있었다가,  최근에 들어 합병이 이뤄졌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역시 다 아는 사실이지만, 흔히 "인수 합병"이라고 해도 어느 한쪽이 더 큰 비중으로 대세를 번갈아가며 타는 게 보통인데, 중국의 경우 "(외국 우량 기업의) 인수"와, 이처럼 "(자국 내 경쟁 기업의) 합병"이 동시다발적으로, 그것도 건실한 방향으로 이뤄지는 게 놀랍습니다. 이런 (자국내 기업들 간의) 합병이 자주 성사되는 건, 이 책에서 자주 언급되는 것처럼 "제살깎아먹기"의 회피가 주된 목적이죠. 그건 중국의 사정일 뿐이 아니라, 본디 자본주의가 안고 있는 근본 모순 중 하나입니다. 경쟁보다는 (시장을 통제할 수 있는)독점이 더 많은 이윤을 남기고, 이런 독점을 시스템적으로 확고히 유지할 방안은 단일 법인으로의 합병뿐입니다. 중요한 건, 중국이란 나라가 일당 지배의 사회주의 시스템이다 보니, 이런 모습이 대단히 자연스럽다는 사실입니다. 게다가 고속철 사업은 공익 목적을 지녀, 처음부터 국가 주도로 이뤄졌어도 별반 이상할 게 없는 성격이니 말입니다(예를 들면 한국처럼).

이 책에서 자주(정도가 아니라 거의 매 페이지에 걸쳐 등장하는) 용어로 股分(고분)이 있습니다. 중국어로는 "구펜"이라고 읽는데요. 이게 우리말로 "주식"입니다. 물론 몰라도 읽다보면 저절로 눈치가 채어지고, 내용 이해하는 데에 지장이 되지도 않습니다. p104에 보면 "은하오락집단 유한공사"가 소개되는데, 주의해야 할 건, 이때의 "유한공사"는 한국의 "유한회사"라든가, 최근 도입된 "유한책임회사"와도 다르며, 오히려 "주식회사"와 비슷합니다. 즉, "고분유한공사"와 실전에서 같이 취급해도 된다는 뜻입니다. "공사=회사"라고 해서, "유한공사=유한회사"가 절대로 아니라는 데에 주의해야 하겠습니다. 한국의 유한회사는 "유한책임공사"라고 중국에서 따로 부르는 말이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지분 양도 요건이 엄격하여 증시에 상장을 못합니다(그 예로 "한국피자헛"). 유한공사와 고분유한공사가 실질적으로 별 차이가 없으니 이런 책에서 함께 다뤄지는 것이겠고 말입니다. 여튼, 이 회사에 대한 이 책의 전망은 대체로 낙관적이지만, 현재 마카오(마카우) 카지노 산업 전반은 시 주석의 최근 반부패 조치와 맞물려 위기라는 진단이 지배적이니, 읽는 분들은 최신 뉴스까지를 다 참고해야만 하겠습니다.

중국에서 새로이 부상하는 업종 중 하나가, 환경보호-쓰레기 소각 관련 분야입니다. 환경 오염의 대명사처럼 거론되는 중국에서 이런 산업이 발전한다니 이상하게 들리지만, 환경 오염이 심각하니 이는 반대로 당연한 귀결이라고 봐야겠습니다. 재벌(우리식 용어입니다만) 그룹인 광대(廣大)에서 거느리는 계열사, 그리고 다른 한 회사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한국도 최근 서울시 쓰레기매립장 부지 문제로 재활용 분류 방침 개정에 큰 물의가 빚어진 일도 있었습니다만, 과연 이 업종이 어떻게 글로벌 선도 양상으로 성장해 나갈지, 어찌 보면 성장의 내실을 측정하는 한 바로미터로 잡아도 되겠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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