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있는 곳이 글로벌이다
이영구 지음 / 이답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기업인의 소명은 돈을 버는 일입니다. 우선은 혁신과 창조를 통해 영속적 기업(going concern)을 꾸려 나가고, 창출한 이윤을 통해 자신의 땀과 노력과 창의성에 대한 대가를 받아 내고, 자신의 기업을 위해 애써 준 직원에게 합당한 보수를 치러 주고, 주주와 채권자에게 만족할 만한 배당, 약속한 바대로의 이자를 지급하는 게 기업가의 일입니다.

 

그런데 여기, 대한민국 경상남도 고성 출신의 어느 기업인은, "돈을 못 벌어도 좋다. 내가 고객에서 약속한 가치를 지키고 만들어 나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물론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가치 경영, 고객 중시"를 입에 담지 않는 기업은 거의 없다시피합니다. 문제는 실천입니다. 고작 단가로 몇 만원이 달린 결정의 순간에서도, 기업은 자기 손에서 빠져나가는(나갈 수 있는) 돈을 보며 손을 파르르 떨고 있습니다.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말과 현실의 괴리는 광년의 거리에 필적합니다.

 

여기, 당장 손해를 보아도 내 기업의 가치와 고객과의 신뢰를 지켜 나가고야 말겠다며, 세상을 성실과 신의로 물들여가는 분이 있습니다. 브리지 쥬얼리, 패션 쥬얼리의 세계적 트렌드를 선도하는 뉴욕 한복판에서, 타 브랜드를 압도하는 시장 점유율과 고객 사이에서의 평판으로, 경쟁자, 소비자, 시장 관측자 모두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는, "한국인 출신"의 "남성" 기업인이 있습니다. 메트로섹슈얼의 외모라도 갖춘 분인가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나이는 이제 초로에 접어들고, 불룩 나온 복부가 후덕한 인상을 주며, 머리는 모두 밀어 숱이 안 보이는, 전형적인 동네 어르신 같은 모습입니다.

 

이런 분이, 세계 유행의 첨단을 걷는 뉴욕을 석권했다고 하면, 누가 믿겠습니까? 사실 현지의 전문가들도 자신이 보고 겪고 만지고 평가까지 했던 현상에 대해, 내심으로는 아직 못 믿고 있는 눈치입니다. 그만큼 최 회장이 해 낸 일은 놀랍습니다.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그의 태생지와 지척의 거리(글로벌 관점에서는 지척일 뿐이죠)에 사는 우리들은, 그런 놀라운 성취를 일군 분의 함자도 아직 채 모르는 처지입니다.

 

다시 그의 모습이 실린 사진을 들여다 봅니다. 그는 비록 전형적인 동양인의 모습을 하고 있으나, 백인이 지배하는 세계의 수도 번화가 한복판을 걷는 보무의 당당함은 보는 이를 압도하는 풍채입니다. 당당한 체구에, 발걸음은 힘이 넘쳐 보입니다. 이런 자신감과 건전한 위엄은 대체 어디에서 유래한 것일까요? 내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기업인은 아닐지 모르나, 가장 올바른 방법을 쓰는 경영인이요, 고객에게 가장 큰 만족을 주는 판매자라는, 자타 공인의 평가에서 비롯한 것 아닐지요.

 

쥬얼리 산업은 고가 시장을 형성하는 "퓨어 쥬얼리", 저렴하나 알뜰하게 입는(걸치는) 이의 매력을 꾸려 주는 "패션 쥬얼리", 이 중간지대에 위치한 "브리지 쥬얼리"로 나뉩니다. 최 회장은 뉴욕 한복판에서, 메이시 등 유력 백화점에 당당히 NADRI라는 브랜드로 출점하여, 업계 관련자와 뉴요커 모두를 놀라게 한 굴지의 기업인입니다. NADRI, 한국인이라면 이 말의 뜻이 뭔지 모를 이가 없겠습니다. 우리 모두가 마음으로 공감하는 그 모든 따뜻하고 건전한 심상이 이 단어 안에 들어 있고, 최 회장의 놀라운 사업 성공과 제품의 완성도는 이 단어를 이제 세계어로 만들어 가고 있는 중입니다.

 

"이 목걸이의 가격이 300불이라고요? 3,000불이 아니고요?"
"고객님, 300불이 맞답니다."

 

그의 제품을 구경하고 집어 든 손님들은 그저 호기심에 끌리거나 만족하는 수준이 아닙니다. 경악에 가까운 반응을 보입니다. "어떻게 이런 품질의 제품이, 고작 이 가격밖에 나가지 않는단 말인가?"

 

최 회장이 처음 뉴욕 시장에 진출했을 때, 오늘날과 같은 눈부신 성공을 거두기는 고사하고, 시장에서 평균수익이나 사업자로 남기에도 거의 절망적인 상황이었습니다. "고성 출신 촌사람이 무슨....." 한국에서라면 특히 비웃음이나 사기 딱 좋은 시작이었습니다. 그는 그냥저냥 정미소집 아들에, 같은 또래라면 코나 질질 흘리고 다닐 나이인 10살에 "아이스케키" 장사를 하다 망한 경력까지 있는, 봐 줄 것 없는 평범한 모습이었습니다. 하다못해, 버젓한 학벌조차 없는(실업계 고교에 초급 대학 출신), 기술이나 열심히 배워 배나 곯지 않으면 다행인 처지로 여겨졌다고나 할까요.

 

그가 취한 선택은 대단한 역발상이었습니다. 그는 시장 조사도 하지 않고, 경쟁 업계의 실태와 전략분석도 하지 않았습니다(어차피, 해 봤자 무슨 소용이 있었을까요?). 그가 내린 결정은 단 하나였습니다.

 

그저 고객만 생각하고,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

 

그 고집이 통했습니다. 아니, 정성과 진심이 통했습니다. 고객들은 남다른 디자인과 품질, 그리고 무엇보다 "가격"을 보고, NADRI를 눈이 아닌 가슴에 새겼습니다.  세련된 디자인 감각 역시, 라이벌들의 스텝을 곁눈질하지 않고 "내가 고객이라면 어떤 제품을 꿈꿀까?"만 생각하는 마음에서 걸작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품질? 그는 본래의 전공이 아니었지만, 엔지니어로서 언제나 자기 분야에서 최고였기에, 엔지니어링 분야 공통에 해당하는 "최고 품질의 달성 이치"를 그리 오래지 않아 깨달았습니다.

 

문제는 가격이었습니다.


아쿠아마린 같은 제품은, 제조원가의 1/5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팔아야 할 때가 있었습니다. 팔면 팔수록 손해인 장사를 뭐하러 할까요? 최 회장은 중역들과 이해관계자를 향해 단호히 말했습니다. "NADRI가 고객에게 약속한 바는 그게 아닙니다. 난 이 가격으로 고객들에게 서비스하겠습니다."

 

"저 사람 이제 망했구만!"

 

천만에요. 최 회장은 지금 뉴욕 패션가를 지배하는 핵심 인물 중 한 사람입니다. 미국 동부 뉴욕 주의 그 뉴욕, "빅 애플"이고 다른 곳이 아닙니다. 그는 지금 뉴욕의 셀레브리티입니다. 모두가 경탄하고, 모두가 존경하고, 모두가 알아 모시는 유력 인사입니다.

 

그러나 그가 오늘도 잊지 않고 있는 건 바로 고객입니다. 언제나 초심과 겸손함을 잊지 않는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를 내세우면 세상의 이치를 놓치게 된다."

 

당신은 최영태 회장을 알고 있습니까? 모르신다면, 세상의 중요한 이치 중 한 가닥을 놓쳐 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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