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 MBA - 비즈니스 성공의 불변법칙, 경영의 멘탈모델을 배운다!
조쉬 카우프만 지음, 이상호.박상진 옮김 / 진성북스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법학이니 의학이니 하는 건 제대로 된 교수진과 빼어난 시설에서 배워야만 훌륭한 인력이 양성될 수 있죠. 하지만 경영학도 과연 그럴까요? 명문대에 설치된 소위 "최고경영자 과정"을 보면, 어떤 교육이나 연구가 이뤄진다기보다는 사교(social)나 인맥 형성이 주된 목표임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경영학이란 샤프한 두뇌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학문 대상은 아니라고 봅니다. 경영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했다고 빼어난 창업자나 CEO가 되는 건 아닙니다. 역대 미국 대통령은 거의 대부분이 법률가 출신인데, 오직 조지 W 부시만은 MBA가 최종 학위죠. 한국에서는 MBA에 대한 상당한 거품이 형성되어 있어 이 이름에서 괜한 선망과 권위가 느껴지기도 하지만, 본토에서의 평판은 별 것 없습니다, 한국인들 중 학력 콤플렉스가 강한 이들의 공연한 호들갑이 빚은 해롭고 비생산적인 거품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퍼스널 LAWYER"라든가, "퍼스널 닥터"라는 책이 그것도 한 권 분량으로 나온다면, 그것은 식자층의 비웃음을 사기에나 딱 좋을 것입니다. 한 권으로는 죽어도 마스터할 수 없는 게 그 코스들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퍼스널 MBA"라면, 이것은 잘만 편집하면, 스타트업, 기업 실무자 등이 두루 참고할 수 있는 좋은 핸드북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경영학이라는 게 본디 심오한 학문이 아니라는 점, 사업에서 정말 성공하고 싶다면 굳이 경영학을 배울 필요가 없다는 점, 두 가지 이유에서 타당합니다.

 

이 책은 한 권 분량으로는 상당히 두꺼운 편이지만, 경영학이 커버하는 영역이 매우 방대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독자들로선 불평을 가지기보단 "이 한 권으로서 퍼스널하게나마 뭔가를 뗄 수 있구나."하는 안도의 마음을 지녀야 할 것입니다. 내용은 총 11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1장의 제목은 "가치 창조"라고 되어 있습니다. 기업가, 기업의 소명은 무엇인가. 단 한 마디로 요약하면 "수익의 창출"이지만, 그 수익이란 타인에게 모종의 가치를 제공해야 창출이 가능합니다. 말하자면 이 챕터는 경영학의 본질과 기업의 존재 이유를 설명해 주는 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4장 "가치 전달"의 내용은, 1장 가치 창조와 함께 설명되기 쉽습니다. 다만 2장 마케팅, 3장 영업 의 뒤에 배치된 건, 비즈니스의 실제 활동이 이뤄지는 순으로 고찰하다 보니 그리 되었을 것이라 짐작합니다. 사실, 현장에서 갈고 닦은 감, 소위 "촉"을 자랑하는 이들에게는, 이런 "가르침"이 별반 필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들도 어느 자리에서 보다 고상한 표현으로 자신의 의사를 전달할 필요가 있을 때는, 이런 교과서에서 다루는 용어를 사용해야만 할 것입니다. 현장에서 이를 실적을 젊은 나이에 다 이룬 이들에게도, 이런 부분이 부족해서 언제나 높은 이들과의 만남에서 고민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5장은 재무와 회계를 다루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이런 부분이 가장 난감합니다. 나름 이쪽에 적성이 있어서 그리 큰 힘 들이지 않고 테크닉을 일찍 깨친 입장에선, "알고 보면 별것도 아니다" 같은 말이 가능하고, 따라서 그 방대한 지식이 한 권도 아닌 한 권의 한 챕터(채 100페이지도 되지 않습니다)로 마무리된 모습을 봐도, "그럴 수도 있겠거니" 넘깁니다. 하지만 고생고생해서 회계학을 배운 이들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 주면, 바로 코웃음을 치거나, 심지어 분노에 가까운 태도를 보입니다(과민반응에 불과합니다). 아예 아무것도 모르는 이들은, 이 책이 한 챕터 분량으로 처리하고 말면 본래 그런 것인가 보다 하며 장님 코끼리 더듬는 반응, 저자의 권위에 무비판적으로 기대는 태도를 보입니다. 아슬아슬하죠.

 

제가 느낀 점은, "최고 경영자인데, 회계에 대해 샅샅이 알 필요까지는 없고, 실무자가 지금 무슨 짓을 하는지 감독은 가능한 정도의 개념 잡기"까지만 다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시중에 나온 스타트업 참고 서적을 보면, 제법 상세한 회계 실무 지식을 가르치고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물론 분량의 한계가 있는지라, 그 책만 봐서는 기법을 마스터하기 어렵습니다. 분명한 건, 당신이 만약 누군가의 밑에서 회계-재무 실무를 담당하는 위치라면, 이 책 한 권(의 챕터 하나)으로 "퍼스널"하게 때우려는 기대는 절대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솔직한 말로, 여기 실린 내용은 정말로 "회계와 재무의 개념이 무엇인지" 정도까지만 배울 수 있는 수준입니다.

 

인사관리 이론의 테마와 관련하여 비교적 무난하게 읽읗 수 있는 포맷으로 6, 7, 8과가 이어집니다. 아마 이 파트를 읽으신 분 중 좀 정직한 분이라면, "웬 자기관리 레퍼토리?"하는 의문이 들만도 합니다. 사실 엄밀히 말해, 이 세 챕터는 자기관리 서적에서 줄창 다루는 오랜 소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지적되듯, 같은 물을 마셔도 "암소가 마시면 우유가 되며, 독사가 마시면.... "인 법입니다. 규모가 착건 크건 경영자로서의 마음가짐을 다지는 데에, 아무리 뻔한 소리라도 그게 뻔한 소리로만은 다가오지 않게 마련이죠.

 

9, 10, 11과는 조직론, 생산관리 테마입니다. 사실 이 영역은, 각론에 너무 치중하면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오류에 빠지기 십상인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최소한 저는요). 이 조쉬 카우프만이라는 저자에 대해 저는 처음 들어 봤습니다만, 이 마지막 3 챕터를 읽는 것만으로도 독서의 보람이 있다 할 만했어요. 누구나 다 하는 이야기를 해도, 그 강조의 포인트가 다르고 쌓인 내공의 깊이가 다르면, 듣는 청중의 감동도 달라지게 마련이며, 독자의 경우도 다르지 않습니다. 저자는 MBA 학위가 없는 분이지만(사실 MBA 코스에서 가르치는 것도 별로 없습니다. 지금 귀국해서 아까운 학위 썩히며 놀고 있는 이가 한둘이 아니죠. 그들에게 물어 보십시오), 자신만의 깨우침, 귀한 각성을 책 한 권에 녹여 놓고 있기에, "그 요약하는 방식이 예사 내공이 아니다" 하는 생각이 읽으면서 계속 들더군요. 이 책의 효용은, "경영에서 진정한 배움은 책 한 권으로도 가능하며, 과시용, 세탁용 학위가 꼭 필요한 게 아니다"는 점을 가르쳐 주는 데에도 있습니다. 책 한 권이 (퍼스널이라는 수식어를 달고는 있으나) 엠비에이 전 코스 대체를 자처할 정도면, 그 허울 좋은 MBA라는 것에 대해서도 대략 알 수 있지 않겠습니까?

 

p431 맨 처음에 헨리 포드의 말이 인용됩니다. "내가 일손을 원할 때 왜 머리 좋은 놈이 항상 따라붙는 것일까?"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 되실까요? 이 말의 원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Why is it every time I ask for a pair of hands, they come with a brain attached?
이 말의 뜻은
"나는 그저 손 두 개만 원했는데(단순 반복 노동력), 왜 맨날 그 손에 머리가 딸려 오는 거지?" 입니다. 포드 같은 구시대적 CEO는, 노동자는 컨베이어 벨트 앞에서 고용주가 시키는 일만 하기를 원합니다. 책의 이 부분은, 단순 반복형 노동을 시키는 데에도, 그게 기계가 아닌 사람인 이상 소정의 목표를 달성하게 만들기란 그만큼 어려움을 뜻합니다. 물론 이는 지극히 반 휴머니즘적 발상이지만, 지금 여기는 경영학 논의의 장이니 잠시 사회학적 시선은 접어 두고 하는 말입니다.

W. Edwards Deming의 말이 인용되고 있는데, 이 이름이 잘못 적혀져 있습니다. Deming이 옳으며, Edming이라고 적힌 이 책의 표기는 틀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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