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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당신을 최고로 만드는가
스티브 올셔 지음, 이미숙.조병학 옮김 / 인사이트앤뷰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재주 많은 놈이 밥 굶는다"란 말이 있습니다. 참 역설적인 이치랄까요. 재능이 많으면 남들보다 몇 배는 넉넉한 삶을 누려야 마땅한데, 오히려 남들보다 더 평탄치 못한 결과를 얻는다... 이것은 물론 주된 원인이, "사회성 부족"에 있습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자아실현이건 경제 활동이건 다른 동료들과 어울려 이뤄 나가는 길 말고 다른 방법이 없는 게 보통이죠. 재능보다 더 중요한 건(중요하다기보다는 더 기본적인 덕목) 사회성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문제를 진단한 결과입니다. 타인의 팩터를 떠나서 그 사람 개인의 문제를 본다면, 이는 "선택과 집중"의 문제를 등한히한 탓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제아무리 많은 가능성을 지니고 태어난 인생이라고 해도,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 주어진 시간은 동일합니다. 한정된 시간 동안 이것저것 건드리며 정력을 분산하면, "한 우물만 판" 사람보다 오히려 더 나쁜 결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재주가 많은 사람"도 효율적인 자기 관리가 되지 않으면 실패한 인생을 살 수도 있는데, 하물며 별 재능을 갖고 태어나지 못한, 어중간한 위치의 우리들이라면 어떨까요? 효과적으로 가용 자원을 써 먹지 못하면, "중간도 가기 힘든" 위태위태한 처지라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 스티브 올셔라는 사람은, "보잘것없는 재주만을 타고난 사람도, 자기만의 특별한 끼를 계발하고 그것에다 가진 모든 정력과 주의를 쏟아 부으면, 당장이라도 최고가 못될 것이 없다"고 말하고 있더군요.
어찌보면 모든 자기계발서가 판에 박힌 모습으로 다루는 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런 책을 읽을 때 항상 먼저 보는 건, 책의 저자가 무슨 경력을 가진 인물이냐 하는 점입니다. 대체로 저는, 학력 좋고 지식 많은 이들보다는, 밑바닥에서 시작해서 제 사업을 일구면서 크게 성과를 올린 이들에 더 신뢰가 갑니다. 또 하나는, 같은 말을 해도 얼마나 읽는 이의 동기를 자극할 수 있는, 신명나는 어조로 말하고 있느냐로 기준을 삼습니다. 말이 흔하고 정보가 널려 있는 세상에, 남의 말을 비슷하게 카피해서 그럴싸하게 꾸미는 건 누구나 할 수 있고, 많이 배운 사람(저자)일수록 이런 일은 더 쉬운 법이죠. 하지만 자기가 몸소 겪은 바를 사무치게 증언하는 사람, 밑바닥에서 시작해서 버젓이 책까지 쓸 만큼 성공한 사람의 어투는, 직접 들으면 더할 것이고 이렇게 책으로 읽으면서도 감동이 몰려 옵니다.
이 책의 저자도 그렇더군요. 체계를 세워서 하는 이론은
학습에는 네 단계가 있다
1) 무의식적 무능력
2) 의식적 무능력
3) 의식적 능력
4) 무의식적 능력
상식적으로 우리가 알 수 있는 내용입니다. 특별한 건 없습니다. 처음에는 잘해야겠다는 의식도 없고 머리에 든 것도 없으니 무능하고, 그 다음에는 "아 내가 많이 부족하구나"를 아는 수준으로 올라오고(여전히 무능), 그 다음에는 나름대로 노력을 해서, 낑낑거리는 가운데 무엇인가를 해 내기는 하는 단계, 최종적으로는 힘 하나도 안 들이고 몸에 밴 요령만으로 척척 임무를 해 내는 단계를 각각 가리킵니다.
그럼 이런 학습 단계를 어떻게 하면 성공적으로 거칠 수 있는가? 저자는 여러 가지 방법론을 제시합니다. 인생에 있어 내가 가장 힘들었던 일은 무엇인가? 철저한 무기력 상태에 빠졌던 건 언제인가? 내가 가장 환희에 차서 무엇인가를 성취해 낸 적은 언제였던가? 등으로 내적 의지, 감정의 구조를 재편성하라는 것입니다. (자세한 건 책 고유의 주장이므로 여기에 적지 않겠습니다)
저자는 또한 사분원을 그려서, 내가 지금 당장, 가장 가까운 범위에서 접촉하고 의지하는 이들을 네 명 배치하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특성과 성향을 파악하라고 합니다. 나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인맥(저자는 그런 말을 쓰지 않지만 우리식 표현으로는 인맥이겠죠)을 다 쳐 내라고 고언합니다. 사실 저는 전에 읽은 어떤 자계서와 이 책이 주장하는 내용이, 너무 똑같아서 좀 놀랐습니다. 자계서의 내용은 다 그게 그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읽으면서도 어느 책이 시간 순서로 다른 책의 영향을 받았겠다 싶은 건 읽다 보면 눈에 훤히 보입니다. 그런데 제가 읽은 두 책의 그 대목들은, 저자 자신의 경험담을 적은 내용이라, 뭘 표절할 가능성이 없었죠. 아무튼 도움 안 되는 인맥을 솎아 내라는 주장은, 마음이 좀 아프긴 해도 맞는 말이다 싶어서 가슴에 좀 새겨 놓아야 할까 봅니다. 분명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저자는 매슬로의 5단계 욕구 이론을 원용하며, 다만 자신은 여기에 중대한 수정을 가하겠다고 합니다. 뭐냐면, 매슬로는 하위 욕구가 만족된 후에야 상위 욕구가 만족된다고 했으나, 자신은 그에 대해 반대한다는 겁니다. 인간의 5욕구는 계층이 없으며, 동시적으로 고르게 만족되는 게 최대 수준의 행복을 가져 온다는 겁니다. 물론 매슬로의 이론을 그렇게만 이해하는 건 학문적 태도와는 거리가 멉니다만, 이 책은 자계서니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죠. 중요한 건 누가, 내 발전하고자 하는 기분이랄까 동기를 띄워 주면, 나는 그 흐름에 힘 안 들이고 올라타면 된다는 겁니다. 내가 내 기분 스스로 업 시키는 것도 돈 들고 수고스럽거든요. 그런데 누가 그걸 공짜로(책값만 빼고) 해 주겠다? 그럼 받아 들이면 됩니다. 그게 자계서 읽는 이유입니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신나고 고마운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