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의 전설 2014~2015
인앤잡 출판기획팀 엮음 / 인앤잡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구직난이 너무도 심각한 현실입니다. 20대 대부분이 백수라는 "이태백'이라는 말이, 전혀 과장이 아닙니다. 다 들 치열한 취업 관문을 뚫기 위해, 밤을 새워 가며 책을 파고 있습니다. 스펙도 다들 뛰어나고, 즉석에서 물어 보면 각종 지식도 입에서 술술 나오는 모습입니다. 어디다 내놓아도, 예비 사회인, 직장인으로서 꿀릴 게 없는 모습 같습니다.


그런데 왜 취업의 관문에서 번번히 고배를 마시는 청년들이 속출할까요? 이는, 객관적인 채용 규모가 적어서인 이유도 있지만, 개인 차원에서 이유를 찾자면, 면접이라는 진짜 관문을 넘지 못하고 다들 넘어지는 데에 이유가 있습니다. 기업의 경우, 학식이나 지식, IQ, 스펙 등에 집착하기보다, "이 지원자가 진짜 우리 회사 편이 될 수 있는 인물이고, 제 능력을 다른 동료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게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인가"에 보다 초점을 두고 관찰합니다. 떨어진 사람 입장에서는, 너무 막연하고 주관적인 것 아닌가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그 자리에서 오랜 실전 경력을 쌓으며, 숱한 사람을 보아 온 인사 담당자의 입장에서는 "척 보기만 해도" 그 사람의 잠재력이나 전망, 우리 회사에 갖다 놓으면 어떤 모습을 보이겠다는 게 눈에 훤히 그려지게 마련입니다. 구직자로서는 따라서, 이런 기업이 어떤 인재상을 요구하는지 미리부터 철저히 대비하여, 자신이 그런 회사가 요구하는 인적 자원으로 먼저 거듭나는 수밖에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면접은 어찌 보면, 인재를 평정하는 데에 있어 가장 정확한 방법입니다. 구직자의 입장에서도, 한번 이렇게 처지를 바꿔 놓고 생각해 보십시오, 누가 내 누나, 여동생과 결혼하려 든다면, 스펙이나 가문, 학력만 보고 그 결혼 여부를 찬성 혹은 반대할 수 있겠습니까? 아무리 외적 조건이나 경력이 화려하더라도, 인물이 풍기는 분위기나 매너, 행동거지, 혹은 그 자리에서 어떻게 즉석 반응을 무리 없이 보이느냐를 보고, 이 사람을 집안에 들여야겠다 혹은 아니다를 결정하는 게 보통입니다.


기업은 이윤 추구를 위해 시장에서 생사를 건 집단 전투를 벌이는 조직입니다. 어디 가서 비웃음이나 안 당하게 처신이 확실해야 하고, 맡은 바 일은 빈틈 없이 잘 처리해야 하며, 무엇보다 주위와 잘 융화하고 팀과 회사를 위해 딴 마음을 품지 않는 "우리편"이 될 수 있는 인재라야 합니다. 내가 기업의 의사 결정권자라면, 당연히 이런 사람을 신입사원으로 뽑지 않겠습니까?


이 책 1장에는 면접 전략이 나와 있습니다. 이 책 해당 파트에 소개된 전략이란, 사실 대한민국에 근거를 두고 사업을 하는 회사라면, 거의 공통적으로 의지하고 현실에 적용하는 원칙들로 가득합니다. 기업에 몸 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인사 담당자가 아니라도)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입니다. 그 러니, 자신이 지원하려는 회사가 어디이든 무관하게, 이 파트는 정독에 정독을 하며 명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단지 면접을 통과하기 위한 요령이 아니라, 사회 생활의 기본을 가르쳐 주고 있다 해도 틀리지 않는, 금언과 원칙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인성면접의 핵심은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라"입니다. 사실, 조직 생활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은, 인식과 사고가 파편화되어 있습니다. 자기 딴에는 임기 응변을 한답시고, 앞뒤가 맞지 않는 합리화를 시도하거나, 주변이 공감할 수 없는 무리한 주장을 하기 일쑤입니다. 스토리는 성실성의 표현이며, 표리가 부동한 사람은 스토리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이런 일관성과 성실성은 사회 생활, 조직 생활의 가장 기본되는 덕목이기 때문입니다.


토론 면접은 같은 팀 안에서의 조화와 호흡이 중요합니다. 공격적인 태도는 금물이라고 합니다. 공격적이지 말라고 해서, 아무 날카로운 논점 없이 분위기에 영합하는 걸 말하는 게 아닙니다. 조 직에서 가장 기피되는 사람은, 바로 무능한 사람입니다. 예리하고 남들이 채 짚지 못 한 포인트를 지적하되, 다른 이들의 감정을 상하지 않게 해야 합니다. 물론, 무능 열등 콤플렉스에 사로잡힌 이는, 유능한 타인은 그 존재 자체가 자신에겐 무조건 악덕을 의미하므로, 이런 사람까지 감정을 안 상하게 배려할 방법은 없긴 합니다.


역량 면접과 전문성 면접은, 구직자가 자신이 지원하려는 해당 기업의 정보를 정확히 알고 대처해야 하는 전형입니다. 자신이 평생을 몸담겠다면서, 정작 회사에 대한 정보는 지극히 피상적이거나, 상식 수준에서 넘는 내용이 없다면, 인사 담장자의 입장에서는 황당하기까지 합니다. 이 역시, 구직자로서 최소한의, 정말 최소한의 성실성을, 외부를 향해 증명하는 방법입니다.


이 책의 2부는, 구직자들로부터 선망의 대상이 되는, 대기업과 중견 기업의 정보가 거의 빠짐 없이 나와 있습니다. 혹시 아직, 막연하게 취직해야겠다, 백수가 되어서는 곤란하지 같은 바람 외에, 구체적인 비전이 없는 취준생이라면, 이 책에 나와 있는 엄청난 정보를, 찬찬히 읽고 연구해 보십시오, 대한민국에 이렇개나 많은 기업이 있습니다. 이 중에, 내가 몸담고 내가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적합한 곳이 설마 한 군데가 없겠습니까?


정보에 대한 탐색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었다면, 구체적으로 몇 군데를 정해서, 그 회사가 무엇을 하는 곳이다, 직원에 대한 급여와 복리후생 수준은 어떻다(책에 다 나와 있습니다) 같은 정보를, 머리에 계속 담고 평소에도 그 회사의 조직원이 이미 되어 있는 양, 계속 시뮬레이션을 하고 혼자서라도 진지하게 고민을 해 봐야 합니다. 이 과정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이게 바로 "준비된 (그 회사의) 직원"입니다. 이는 단편적 정보의 암기가 아니라, 마음가짐의 채비입니다.


제일기획의 정보를 보면, 직원 평균 연봉이 5700만원대입니다. 여기 수록되어 있는 유수의 기업 중에서도, 대우가 단연 좋은 편에 속합니다. 한때 대한민국에서 광고회사도 참 많이 생겼지만, 역사와 전통, 그리고 실적까지 구비한 채 지금까지 이렇게 잘나가는 곳은 드뭅니다. 세련된 옷차림과 매끄러운 매너는 기본입니다. 선망의 대상이니만치, 지원자는 마음가짐을 단단히 먹어야 합니다.


삼성물산, 두 말이 필요있을까요? 책에 나온 정보를 보면, 이 회사의 건축 사업 부문 비중이 40%로 나옵니다. 삼성물산은 1990년대 초부터 이 분야에 뛰어 들었는데, 결과는 대단히 성공적이라서 아파트 브랜드 가치 1위를 다투는 래미안이 바로 이 기업의 산물입니다. 나만의 스토리 정립도 중요하지만, 내가 지원하려는 기업의 지난 이력이 어떤지 아는 자세야말로 기본 중 기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한은행 파트를 보면, 설립일이 1897년으로 되어 있습니다. 미스프린트가 아닙니다. 신 한은행은 사실 1980년대 초반에 설립된 재일교포 자본 주축의 신설 은행입니다. 연혁이 이렇게 된 이유는, 외환 위기 이후 이 기업이 조흥은행을 인수하고 그 역사까지를 계승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한국의 기업은 그 자본주의 발달의 오랜 역사 만큼이나 나름 복잡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의 모습에만 근시안적으로 집착하는 태도는, 자신이 지원하려는 기업에 대한 단편적이고 그릇된 이해에 그치는 결과를 낳고, 이것은 담당자에게 결국 좋지 못한 인상을 주는 결과에까지 귀착합니다. 면접에서 매번 떨어지는 이들은, 외모 단정이나 순발력 외에, 어떤 면에서 자신이 진정 부족한지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을 뽑지 않는 기업이 바뀌기를 기다리겠습니까, 아니면 먼저 자신이 변화해야 하겠습니까?


업계 동향 소개도 눈여겨 읽어야 합니다. 지원자가 먼저, 기업 친화적인 태도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마인드세팅을 해야 한다고 말씀 드렸지만, 사 실 기업 좋으라고 취직하는 게 아니라 내 미래의 건설이 더 우선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어떤 기업이 뜨고 어떤 업종이 사양길인지는, 큰 그림을 그려 두고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요즘처럼 구직난이 심한 시절에 한가한 고민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처럼, 정말 현명한 사람은 개별 전투에서도 민첩하게 머리가 돌아갈 뿐 아니라, 큰 전략의 그림도 동시에 잊지 않는 사람입니다. 작은 책 안에, 한국 경제의 거시와 미시, 그리고 구직자의 비전과 당장의 단기 전술까지 두루 담은, 매우 유익한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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