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드림빌더로 거듭나라 - 꿈을 이루는 프로젝트
서상우 지음 / 가나북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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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진짜 자계서는 우리의 이웃에서 얼마든지 찾아 볼 수 있는, 그러나 그리 쉽게는 찾아지지 않는, 매 순간의 삶을 신나고 진지하며 열성적으로 살아가는 그런 분이 써야, 평범한 독자(즉 우리들)에게 더 도움이 되고 공감을 부르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의 저자 서상우님은, 중견 기업을 맨손으로 일으켰다든가, 고아나 마찬가지인 불우한 처지에서 그 모든 역경을 딛고 자수성가했다든가 하는 그런 자계서 저자가 아닙니다(저는 여태 자계서 여럿을 읽으면서 그런 저자의 책들도 꽤 많이 접했죠). 그런데, 다 읽고 나서 머리에 남는 생생한 이미지, 교훈, 그리고 나에 대한 실질적 자극, 동기부여로 따지자면, 이 책의 그것을 능가했던 경험이 별로 많지 않습니다. 저자의 경력이란, 따지고 보면 PC방 사장, 길지 않은 음악감독 생활이 거의 전부입니다. 현재는 동기부여 강사, 그리고 이 책을 비롯 앞으로도 여러 권 쓰여질 책들의 저자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우리들의 눈을 잡아채는 강렬함이 부족합니다. 분명히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책을 읽고 나니. 분발해야겠다, 더 힘을 내어 매사에 임해야겠다, 같은 생각이 마구마구 납니다. 저자의 기(氣) 비슷한 것이 그처럼 강렬했나 봅니다.

 

저자 서상우님은 어려서 상당히 약골이셨나 봅니다. 그저 잔병치레가 많았다, 이 정도가 아니라, 손발이 곪아들어가고 몸의 운신을 전혀 할 수 없는, 생사의 기로에 선 중병 환자였다고 하네요. 성인이 되어서 그런 병마와 싸운다고 해도, 보통의 의지로 이겨내기가 상당히 곤란합니다. 그런데 이분은, 강인한 의지와 꺾일 줄 모르는 낙관주의로, 거의 흔적도 없이 이 무서운 시련을 이겨 내었습니다.

 

저는 보통 자계서다, 수기,수필집이다 하는 책에서, 이런 난관을 극복하는 저자들(혹은 누구라도)이, 대체로 신앙의 힘을 빌려 이겨내었다는 식의 결론을 많이 접해 왔습니다. 그런 사연이라면 같은 신앙을 가진 독자에게는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겠지만, 종교를 갖지 않은 사람에게는 별 도움이 못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 서상우님은, 그런 경우도 아니더군요. 이 책에서 팩트만 추려 보면, "나는 병상에서 꿈을 꿀 때 내가 완쾌되어 건강하게 뛰어 노는 모습이 선하게 떠올랐다. 내가 꿈을 깨고도, 그 꿈에서 받은 희망과 기운을 통해 완쾌에의 의지를 다졌다." 이것이 전부입니다. 즉, 살고자 하는 강인한 의지, 마음 속에서 부정적인 연상, 기분을 철저히 제거하고자 하는 노력, 이 모두를 합쳐 그는 "꿈의 힘"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이를 생활화하여 일상과 직업 수행에서 철저히 관철해 나가는 실천적 노력가, 그것이 바로 저자가 말하는 "드림 빌더"입니다.

 

어찌 보면 세속적인 성취를 이루고, 돈을 벌고, 풍요롭고 윤택한 삶을 누리는 것보다 더 힘든 게, 악화될 대로 악화된 건강을 회복하는 일입니다. 이 저자 역시 거의 죽을 뻔한 위독한 상태에서 살아남은 분이지만, 우리나라에는 유독 말기암 따위의 불치병을 앓다 기적 같이 나은 분들의 사연이 많습니다. 한국인들이 그만큼 강인한 생존력을 갖고 있다는 증거이겠으나, 암에 걸린(그리고 이분처럼 중병에 걸린) 한국인 환자들이 다 그렇게 살아남는 건 물론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무슨 떼돈을 벌었다. 고위직에 올랐다 하는 분들보다, 이 저자처럼 (그것도 어린 나이에) 병 걸렸다가 나은 분이 더 대단해 보입니다. 이런 기적 같은체험을 어린 나이에 겪었다면, 앞으로 남은 인생에서 무슨 일인들 못할까 하는 기대, 희망이 아주 자연스럽게 나오기 때문이죠.

 

거의 모든 자계서가 그렇지만, 일단 매사를 긍정적으로 보고 임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걸 대전제로 삼습니다. 부정적으로 보면 부정적인 것만 머리에 남고, 성과도 보잘것없는 것만 나올 뿐입니다. 저자는 거의 매 페이지, 매 장에서, "늘어지지 말고, 낙담하지 말고, 기죽이는 말에 귀기울이지 말라."를 반복합니다. 자계서 저자, 동기부여 강사라면 으레 그래야 하겠지만,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마치 음성 지원이 되는 것처럼, 힘든 고비를 남다른 의지와 기백으로 넘긴 사람 특유의 강렬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따지고 보면 다른 책에서 다 들은 이야기(저자는 출처와 인용 전거를 [각주 아닌] 본문에서 꼬박꼬박 밝히고 있습니다)인데, 참 진실하고 절실하게 들립니다.

 

10대 시절을 지독한 병마와 싸우느라 아깝게 허비한(물론 그의 영혼과 정신이 이를 통해 크게 배운 바 있기에, 헛되다고는 결코 할 수 없습니다만) 터라, 20대 시절의 그는 노느라 광란의 도가니에 빠진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여자친구도 여럿 갈아치우고, 폭주족마냥 과속하며 대로를 활보하고,... 그가 친구와 주고받았다는 대화가 인상적입니다.

"이렇게 마구 달리다 우리 죽으면 어떡하지?"

"그럼 우린 그것밖에 안 되는 녀석들인 게지 뭐."

마치 영화 <이지 라이더>의 한 장면 같습니다. 청춘은 본디 불꽃처럼 타오르다 한 순간에 꺼져도 후회 없는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죠. 전쟁이 끝나고 절박한 위기가 종료되었을 때, 사람들은 격렬한 사랑의 행위에 몰두하는 것처럼, 저자 서상우씨는 그렇게 20대를 보냈나 봅니다.


만약 그의 20대가 이런 향락과 한풀이(?)로만 점철되었다면, 주관적으로는 해피한 시간을 보냈어도(책 여러 군데에서 암시받기로, 아마 그의 가정은 한국 중산층 평균 이상의 형편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 자계서의 저자가 될 자격(객관적)이라든가, 자계서를 쓸 만한 엄두, 배짱(주관적)이 나지는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는, 친구들과 매순간 후회없는 유흥을 즐기면서도, "이대로 살아서는 안 된다. 발전이 있고 성장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문득 가졌다고 합니다. 문득 떠오른 생각은 사실 우연이 아니라, 그가 지독한 병마와 싸우고 난 뒤 그의 영혼에 아로새겨진 강한, 그리고 건전한 삶의 의지입니다.

 

이 때의 그의 모습을 두고 친구 중 한 사람은

"요즘 너를 보면 무섭고도 놀랍다. 다른 사람의 모든 장점을 다 빨아들이려는 스폰지 같아."

라고 했다고 합니다.

 

저는, 어떤 사람이 결과가 나오건 말건 관계 없이, 바로 이런, 성공을 위해 남의 장점은 그것이 무엇이든 일단 자기 것으로 흡수하고자 하는 열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작은 가게 하나를 해도 꼭 성공하는 사람이 있고, 카세일즈를 해도 남보다 실적을 많이 올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반면 뚱한 자세로 1950년대 자유당 시절 공무원처럼 자기 가게 손님을 맞는 늙은 멍청이도 있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건 자기 세계에만 머물러 있는 인간이, 구멍가게 하나인들 올바로 운영할 리가 없습니다.

 

그는 나면서부터 20대 중반까지 고향인 포항에서 줄곧 시간을 보낸 사람입니다. 이대로는 안 된다. 어제와는 다른 내가 되어야 한다. 자라고 발전하고 변하는 내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그는 서울에 사는 형님을 찾아 상담을 청했다고 합니다. 어느 가게에서 그를 마주한 형님은, 그의 구구한 설명을 다 듣더니, 별 말 없이 "과연 정말 네가 하고 싶은 일인지 다시 생각해 봐라."면서 내려보냈다고 합니다. 형님의 말을 듣고 다시 내려온 그는, 서울에서의 생활 자금 등을 마련하느라 온갖 일을 하며 바삐 시간을 보냈고, 몇 달 후 다시 상경한 그를 보더니(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형님은 쾌히 서울 체류를 허락했다고 하는군요. (왜 그랬을까요?)

 

그렇게 어렵사리 시작한 서울 생활이었지만, 음악 감독 일, 그리고 PC방 창업 등 여러 도전이 모두 실패로 끝났습니다. 특히 PC방의 실패는 그에게 정말 큰 타격이었나 봅니다. 책의 여러 군데에서, 그는 이때의 체험을 진짜 쓰라린 어조로 술회하고 있습니다(그런데 책을 보면, 이미 몇 번을 두고 한 이야기라서 독자가 다 아는데도 마치 처음 소개하는 투로 다시 말을 꺼내는 표현이 보입니다. 아마 시차를 두고 여러 강연을 하면서 그때그때의 원고, 메모를 한 책에 편집하면서 그렇게 된 것 아닐까 짐작합니다).

 

교우 관계에 있어서도, 좀 민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그는 스스럼없이 꺼냅니다. 과거에 잘 어울리고 잘 놀던 친구라도, 소위 "파장"이 안 맞으면 자연스럽게 멀어진다는 거죠. 나는 지금 성공하고 싶고 공부하고 싶고 돈 벌고 싶은데, 예전의 그 기분만 생각해서 자꾸 놀자, 만나자고 하면, 그게 다 기분에 거슬리고 결국은 멀어진다는 겁니다. 이거 실감나는 이야기입니다. 그렇게 친구를 멀리하고 싶은 사람은, 괜히 미안해할 것 없고, 반대로 어느 친구가 자꾸 자신을 멀리하면, 이걸 섭섭하게 생각할 게 아니라 그 친구 입장에서 이해를 해 보라는 겁니다. 성공하는 사람은 소위 "라이프 리듬"을 잘 간직해야 한다고도 합니다. 두 시간 놀아서 한번 리듬이 망가지면, 날린 시간은 두 시간이 아니라 이십 시간, 이백 시간 치에 달할 지도 모른다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이런 말은 듣기에야 평범하게 들려도, 그걸 몸으로 느껴 본 사람 아니면 공감 못 하죠.

 

그의 좌우명은 "急變人死, 不變人死"라고 합니다. 그런 말이 있는 게 아니라 저자 자신이 만들었다고 합니다. "사람이 급히 변하면 죽는다. 그러나 사람이 변하지 않으면, 그런 사람도 이미 죽은 사람이다." 환경을 끊임 없이 살피고,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으면 그 사람은 생존할 수 없다는 뜻으로도 들립니다. 이런 말도 하는군요. "친구가 둘 있는데, 한 친구는 끊임 없이 자기를 계발하고 노력하던 친구이며, 지금 그는 최고 수준의 교수 밑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한다. 경제적으로 윤택하기 이루말할 수 없다. 다른 친구는 매사에 부정적인데, 어쩌다 서울에 올라와서 웬일이냐고 했더니 파업차 상경했다고 한다." 정말 많은 걸 생각하게 해 줍니다. 이런 저자의 책도 우리는 가끔 읽어서, 지금 한국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커 가고 있는지 그 측면도의 한 구석을 살필 필요가 있다고 생각 들었어요. 근거 없는 자신감처럼 꼴불견도 없지만, 매 순간순간 어제의 나보다 나은 사람이 되려는 이런 자세는 아름답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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