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 인터넷 - 클라우드와 빅데이터를 뛰어넘는 거대한 연결 사물인터넷
정영호 외 지음, 커넥팅랩 엮음 / 미래의창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기술적으로 "사물인터넷"이란 이미 5, 6년 전부터 업계와 정부 당국의 화두 중 하나였습니다. 명칭도 공모했었는데요, 이 책에도 나와 있는 것처럼 처음에는 "사물지능통신"이라는 용어를 쓰기로 했었죠. 저는 지금도 이 명칭이 본래적 의미를 잘 전달한다고 판단합니다. "사물인터넷"은 뭔가 아직도 어색한 감이 있습니다만, 이미 언론 등을 통해 대중에게 익은 위치를 선점했으므로 어쩔 수 없습니다.

 

원어는 (이 책 표지에도 나와 있는 것처럼) Internet of Things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며 정보의 교류와 컨텐츠 창조의 수단이 되는 게 지금까지 우리가 알던 인터넷이라면, 사물인터넷은 가전제품부터 해서 거의 모든 사물에 센서와 칩이 붙어서, 사물과 인간, 사물과 사물 사이의 연결, 네트웍 구축을 가능하게 해 주는 신개념 통신망을 의미합니다.

 

더더욱 놀라운 것은, 이미 이 사물인터넷의 상용화, 현실화가 우리 눈 앞에 다가왔다는 사실입니다, 스마트 홈 기기는 벌써 국내 가전, 보일러 업계, 아파트 건축사 등에서 사양의 일부로 포함시키고 있고, 각종 광고에서 자주 접하는 아이템입니다. 정부와 업계는 이미 컨셉트화를 마친 상태이며, 다만 아쉬운 것은 수익 모델입니다. 커넥팅랩(이 책 말고도 이미 다른 분야의 경제 전망서 여럿을 펴 낸 우수 저자 집단이죠)의 표현에 따르면, 솔루션 단계로는 여러 모델이 이미 나와 있습니다. 문제는 어떻게 업계에서 현실로 수익을 올리는 재화와 서비스 환경이 창출되느냐 입니다. 제조 업체는 업체대로 이 미지의 불루 오션에서 강자가 되는 방안을 모색 중이고, 통신사는 자체 보유망의 활용으로 새로운 수익 창출원을 매의 눈으로 물색하고 있습니다.

 

이 사물인터넷의 다른 명칭은  ambient of everything 입니다. 이 표현을 들으니, 우리는 자연스럽게 웨어러블 기기의 부상과 함께 익숙해졌던 "유비쿼터스"가 떠오릅니다. 그러면 이 "유비쿼터스"와 "IOT(사물인터넷)"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전자는 어디까지나 기기를 놀리고 환경 가운데에서 무엇인가를 콘트를하는 인간이라는 주체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IOT는, 인간이 개재해도 좋고, 인간 없이 사물들끼리만으로도 유효한 소통과 작동이 가능하다는 데에서 큰 차이를 보입니다. 그야말로 SF에서나 보았던 장면이 현실이 되는 순간입니다.

 

물론 인공 지능 단계와는 아직 큰 차이가 있고, <터미네이터> 같은 영화에서 우리를 적잖게 겁주었던 "로봇의 인간 지배" 같은 "주체적 의식"을 담은 기기가 아니니만큼(그저 센서가 부착되어 있을 뿐입니다) 편의는 증폭시키되 역 컨트롤의 우려는 전무하니, 그저 반길 일입니다. 세상이 이처럼 진보한다는 사실을 예상하기만 해도 마음이 설렙니다. 궁극적으로는 "지능"을 갖춘 사물이 핵심 피처를 이루지만, 설사 최종의 단계까지 간다 해도 아직 IOT가 마치 스카이넷 같은 통합적 창조적 지능을 상정하는  건 아닙니다. 여기서의 지능은 그저 "리모컨이나 PC처럼 일일이 사람이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상황의 변화애 따라 자율적으로 동작을 처리하는" 완비된 연산 체계 정도의 의미입니다.

 

예전에 어느 전문대가 "나를 알아 주는 대학"이란 캐치프레이즈로 수험생들의 관심을 모은 적이 있습니다. 사물인터넷이 고작 리모콘의 확장이나, 정해진 극소수의 명령만 수행한다면 그건 "소통"이 아닙니다. 이 책은 사물인터넷의 사물이 "지혜를 가진 물건"이라는 기본 속성을 갖는 걸로 정의합니다. 예컨대 우리는 지문 인식, 홍채 인식 등으로 출입을 통제하는 시스템을 영화 등에서 아주 일찍 전부터 보아 왔습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불법적 수단을 마다않는 집단이 해당 구성원의 신체 절단 등의 수단을 통해 얼마든지 우회할 수 있습니다(단일 규격 정보는 복제가 가능하기도 하죠). 사물인터넷에서 사물의 지혜는, 멤버의 신체 각 피처를 복합적으로 인식하여, 그인지 그가 아닌지를 보다 고차원적 알고리즘으로 결정합니다. 이것은 마치 우리 인간이, 눈 크기나 머리색, 얼굴 골격 중 어느 하나로 정체성을 판단하지 않고 종합적인 사고를 거치는 것과 비슷합니다. 이것이, IOT에서 사물에게 요구되는 "지혜"요건의 핵심입니다.

 

이렇게 해서 일차적으로는 스마트 홈이 구축됩니다(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 IOT라는 개념이 우선은 소비자 개인의 편의와 행복을 목표로 하는 상품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스마트 홈에서, 사람의 손(혹은 신체 어디라도)에 붙어서 중심 제어를 할 기기가 무엇인지 결정되어야 합니다. 그게 무엇인가? 여기서 이 문제는 SF나 과학 기술의 영역이 아닌 경제, 산업의 영역으로 넘어갑니다. 애플과 구글이 치열하게 싸우고, 여기에 삼성 같은 디바이스 제조사까지 혈투를 벌이는 건, 아직 이 기본 플랫ㅍ폼에 대해 결정된 바가 아무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넥스트 띵", 서서히 스마트폰 시장이 축소되고(바로 어제, 삼성전자의 어닝 쇼크가 있었습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으려 모두의 신경이 곤두서 있는 지금, 블루 오션 중의 블루 오션인 IOT는 기술적 조건은 어느 정도 마련되어 있으나 아직 기본 패러다임만이 미완성인 채로 남아 있습니다. 먼저 자리를 잡는 사람이 임자인데, 필지 구획이 안 되어 있으니 서로 눈치만 보는 격입니다. 이만큼 매혹적인 프론티어도 기업에게는 없을 것입니다. 거듭 말하지만 IOT는 거쳐야 할 첫 단계가 대중을 상대로 한 상품 기획입니다. B2B나 도시 계획은 아직 먼 미래입니다.

 

이제 스마트 시티 단계로 넘어가면, 친환경 설계나 에너지원의 그린화 등 그간 정책 결정자의 골치를 썩게 했던 거의 모든 문제가 해결 단계로 접어듭니다. 감시 당국이 일일이 인력을 동원하여 현장 감찰에 나서지 않아도, 사물에 붙어 있는 센서, 아니 지혜를 발휘하는 연산 장치가, 규율 위반자의 신원을 보고하고, 온실 가스 배출량도 업계 총량 차원에서 자동 규제가 가능합니다.

아이작 아시모프는 로봇 3원칙을 이야기한 적 있습니다. 이러한 로봇은, 아무리 정교하게 설계해도 발생핳 수 있는 알고리즘상의 버그 때문에 시스템 정지를 초래할 수 있고, 반대로 지나치게 무결점이면 역 통제의 문제가 생기죠.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IOT에는 4원칙이 제시되고 있다 합니다.


1. 사물은 지속적으로 호흡 가능해야 한다: 기술적 문제입니다. 저전력과 무선 충전이 핵심이라고 하네요. 이 책에는 안 나오지만 현재 가장 각광받는 연료 소재는 wood fiber라고 합니다.
2. 사물은 (단수 혹은 복수의) 표준어로 소통해야 한다
여기서 플랫폼의 문제가 나옵니다. 혹시 주식 공부하려고 이 책 사신 분들은, 다른 건 설사 허무맹랑한 느낌이 들더라도 이 챕터만은 꼭 읽어봐야 합니다. 왜 애플이 아니라 구글인가가 여기에 해답이 있습니다. 주식은 고립된 자기 소신으로 하는 게 아닙니다. 타인의 생각, 시장의 동향을 읽어야 합니다.
3. 사물에는 자물쇠가 채워져야 한다
4. 기존 투입 개인정보보다, 사물이 산출하는 정보가치가 더 우월해야 한다

 

사물인터넷은 매우 가까이에 와 있지만, 아직은 멀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중요한 건 이를 홯용하는 인간의 지혜와 마음가짐입니다. 빅데이터다 클라우딩이다 해서 각종 프레임이 많이도 강조되었지만, 이제 IOT로 큰 틀이 통일되는 느낌도 듭니다. 아직 시장에 절대 강자가 없고, 시장의 기본틀도 형성되지 않았으니, 업계와 개인은 반드시 최신 동향 파악에 주의를 곤두세워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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