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가난을 경영하라 - 100세 인생을 즐길까? 100년 가난에 시달릴까?
김광주 지음 / 원앤원북스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가난을 경영하라"니 얼핏 들어선 어색한 느낌도 가지게 됩니다. 지난 시절 우리는 가 난을 숙명으로 생각하고, "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 한다."는 식의 소극적이고 불건강한 attitude로 대하고 살아 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대한민국 건국 이후 잠시의 과도기를 거치다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불 같은 산업화의 기세를 타서,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절대 빈곤선을 탈피하는 저력을 세계인이 보는 앞에 과시했습니다. 이제 가난은 우리 조상들이 그랬던 것처럼 보편적이고 친숙한 대상이 아니라, 질병이나 촌스러움처럼 가급적 멀리할 수 있고 극복이 가능한 상황으로 바뀌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부자가 되고, 여느 타인 못지 않게 윤택한 삶을 영위하기를 꿈꾸며, 또 열심히 노력하는 이에게 그런 결과가 당연한 대가로 귀속됨을 믿어 의심치 않아 왔습니다.


그런데 저자 김광주 선생님은, 우리 독자에게 이런 기대와는 전혀 다른, 겉으로 보아 다소 충격적으로까지 다가오는 주장을 펴고 계십니다. "가난을 경영하라!" 이 가난이라는 게, 100년을 두고 당신 인생에 근접 거리로 세팅될 불가피한 외투와도 같다는 뜻으로도 들립니다. 100년 가난이라니, 그 말만으로도 끔찍하게 느껴집니다. 거침 없이 잘 달릴 것만 같던 우리 대한민국 호의 궤도에, 어떤 적신호와 장애가 놓여 있기에 이런 말씀을 하시는 걸까요?


저자의 대전제는 이것입니다.

1. 우리의 수명은 앞으로 100세를 바라볼 만큼 늘어난다.

2. 수명은 백 세 가까이 늘어나지만, 경제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전망은 턱없이 축소되고 있다.

백 세는 고사하고, 법정 정년인 50대도 위협 받은 지 예전이다.

3. 산업 전반에 걸쳐 경쟁이 치열해지고, 한국과 같은 산업 성숙 국가는 성장 동력원을 찾기가 어려워,

거시 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이와 같은 상황이라면, 장년 이후의 세대, 더군다나 현업에서 은퇴한 연령층이라면, 소수를 제외하고는 넉넉한 삶을 유지하기가 힘듭니다. 저자가 말하는 "상시 가난"이란 바로 이런 상황을 두고 일컬음입니다.

먼 과거처럼 물리적 생존을 걱정하는 단계야 벗어났다고 해도, 언제나 재무 상황의 악화, 뜻하지 않은 비용의 지출, 자식, 손자 등 직계 비속들에 대한 추가 지원 상황을 염두에 두어야만 합니다. 마치 북한과의 군사적 대치를 상시적 리스크로 삼고 국가의 운영이 이뤄지듯, 우리 개개인들도 언제 파멸의 위기로 우리를 엄습할지 모르는 이 "가난"의 팩터를, 앞으로는 전략 결정의 최우선 변수로 고려해야만 한다는 주장입니다.


가 난은 불쾌합니다. 곁에 두고 잘 구슬려 지내기보다는, 가능하면 다른 것으로 바꾸고 싶고, 더 나은 상태로 극복해 가고 싶은 게 인지상정입니다. 저자는 그러나, 이런 가난이라는 상황 변수, 아니 상수적 인자가, 결코 우리 주변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합니다. 개인에게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 요인이 상시적이고 전반적 가난을 개인개인에게 부과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는 뜻입니다.사람이 지구라는 행성에 두 발을 디디면 중력의 법칙에 복종할 수밖에 없듯, 가난 역시 후기산업적 성숙 단계에 들어선 경제 단위에서는 필연적으로 모든 성원을 지배하는 환경 요인이라는 주장이죠.


가난이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 다소 달갑지 않은 동반자라면, 우리는 이를 어떻게 대하고 처리해야 할까요? 저자는 이 "가난"을 관리하고 경영하는, 구체적 방법론을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대부분은 매우 실용적이고, 해당 연령층에게는 바로 일상에서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들이라서, 노후 설계에 많은 고민을 가진 분들, 젊은 층 중에서도 장기 재무 설계를 고민 중인 분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내용들입니다.


저자가 잘 정리하여 독자에게 제시하는 팩트사항 중 가장 충격적인 것은, 한국의 저축률이 다른 OECD 선진국에 비해서는 물론, 여타의 개발 도상국에 비해서도 현저히 그 절대수치가 떨어진다는 사실입니다. 한국인들은, 저축을 하지 않거나, 못 하고 있습니다. 버는 것에 비해, 씀씀이가 너무 많습니다. 때로는 가처분 소득 대비 지출이 너무 많기 때문에, 빚을 내어 무리한 레버리징을 하기까지 합니다. 이러니 소비의 효용을 채 누릴 시간도 없이, 금융기관에 이자 갚는 데에 막대한 출혈을 보입니다. 위험하고 무모하며, 당장 경제 활동을 하는 동안에는 문제의 소지가 그나마 적겠으나, 장노년에 접어들면 이는 커다란 족쇄로 해당 개인을 짓누을 것입니다.


저 자는 일단 총제척인 솔루션을 제공하기에 앞서, "닥치고 저축!"이라는 명쾌한 구호로 상황을 정리해 줍니다. 남들이 이러이러한 데에 써 댄다고 덩달아 써서는 안 됩니다. 이것저것 편한 대로 쓰고 나서 남는 돈으로 저축하겠다는 생각은 금전 관념 빵점의 낙오자 사고 방식입니다. 눈 질끈 감고, 소득의 일정 부분은 무조건 선(先) 저축의 share로 떼어 놓고 시작해야 합니다. 이렇게 해도 가난을 완전 탈피할 수 있는 게 아니라, 100년 인생을 가난의 노예로 살아가지 않기 위한 첫 걸음마 떼기에 불과합니다. 가처분 소득 중 일정 부분을 "강제 저축"에 할당하지 않는 이상, 그 사람은 가난을 효과적으로 경영하기는커녕 가난의 노예로 일생을 지배당할 가능성이 크다 하겠습니다.


다음으로, 저자는 기존의 경제환경을 바라보는 낡은 틀을 송두리째 집어 던질 것을 권유합니다. 소위 교육 투자 부문에 너무 많은 지출을 하는 건 곤란하다는 것입니다. 투자란 투입한 비용 대비 일정 수익이 시실현되어야 그게 성공적인 투자이고, 최소한 "삽질'이라는 혹평을 면할 수 있습니다. 많은 돈을 들여 과외를 시키고, 명문대 진학에 성공하고, 외국 유학을 보내어도, 현지에서 마땅한 직종을 찾는 건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교육을 시키는 건 장차 훌륭한 경제 활동 인력을 양성하기 위함인데, 고작 스펙 리스트에 일정 항목 추가하는 정도로 그 보람이 제한된다면, 그 교육 지출은 완전히 실패한 투자입니다. 그 렇다면 청년 인력이 제 정력을 쏟아야 할 진정한 블루 오션으로 바람직한 방향은 무엇인가? 바로 기술 개발 창업 등 남들이 전혀 손을 뻗지 않았던 미개척의 벤처 산업입니다. 블루 오션이 아직도 이 시대에 남아 있다면, 저자는 이 분야 외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스펙 쌓기나 무리한 유학 등 교육 투자 쪽의 선택은 이미 시대에 뒤떨어진 사고라는 게 저자의 확고한 주장입니다. 이는 1) 젊은 층에게는 진로 모색의 전략을 세우는 데에 도움이 되고, 2) 장년층에게는 자녀 교육의 바람직한 방향 설정에 바른 좌표를 제시합니다.


그럼, 우리를 불길하게 에워싸고 있는 이 가난, 상시적 리스크로 파악해야 할 이 가난이, 구체적으로 담고 있는 속성, 내용은 무엇인가? 저자는 가난을 구성하는 4대 리스크를 제시하며, 가난이라는 강적을 맞아 효과적으로 경영, 관리할 구제적인 처방을 조목조목 제시합니다.

1) 패밀리 리스크

2) 셀프 리스크

3) 하드웨어 리스크

4) 소셜 리스크


하나하나 내용을 살펴 보겠습니다.

첫째 패밀리 리스크는, 크게 부부 리스크, 자녀 리스크, 그리고 이 둘이 중첩되어 독자적인 양상으로 발전라는 가족 리스크(좁은 의미입니다)가 있습니다.


부부란 촌수로 무촌이며, 서로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일생의 동반자요, 어떤 시련과 역경에서도 믿고 의존할 수 있는 영원한 전략적 동지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가장 가깝기에 오히려 더 잦은 빈도, 더 치명적인 악영향을 주고 받으며 위기로 치닫는 게 부부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다소 희화적인 분위기로, 신혼 여행을 떠나는 바로 그 현장(공항)에서 다툼 끝에 갈라서고 마는 젊은 부부들의 예를 들고 있습니다. 허니문이 비터문으로, 천국이 지옥으로 바뀌는 가장 참혹한 상황으로서, 제삼자 입장에서도 이 어이 없는 광경에 도저히 웃음이 나올 수가 없는 게 이런 경우입니다. 신혼 부부가 이처럼 초고속 파경을 맞는 것은, 혼수 준비 등 예비 단계에서 비합리적인 지출 양상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따지고 보면 성격 차이다 뭐다 해도, 금전 관리의 비계획성 무체계성이 낳은 비극에 다름 아닙니다. 결국 확고하고 효율적인 재무 관리 감각이 그 모든 비극을 총체적으로 예방하는 근본 처방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자 녀 리스크는 앞에서도 설명했습니다. 그저 내 자녀를 성공적인 사회인, 경제인으로 키워야 한다는 욕심 때문에, 교육 분야에 과다한 지출을  함으로써, 자녀나 부모 모두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리스크를 통틀어 가리킵니다. 교육이 일종의 신분 표식 부여 기능을 멈춘 지는 오래되었고, 투자의 개념으로 바라보아 합리적인 스케일의 설정, 그에 따른 지출 집행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게 저자의 결론입니다.


마 지막으로 가족 리스크는, 결국 가족 성원 간의 비전 차이가 유발하는 비중이 크다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과연 무엇이 블루오션이고 장기적 관점에서 항상 소득을 기대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바른 전망과, 이에 따 른 합의가 중요하다는 주장입니다. 여기서 저자는 대단히 흥미로운 대안 하나를 제시하고 있는데, 그것은 가족 기업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소개입니다. 가족 기업이라면 물론 크게는 대규모 기업 집단도 있을 것이고, 한국에서 흔히 보는 중소기업은 대체로 가족, 친족 중심의 경영 형태입니다. 그러나 저자는 여기에 소규모 자영업 패턴을 하나더 끼워 넣습니다. 가족이 경영하는 자영업이란 왠지 초라하고 영세한 느낌을 주지만, 서구 선진국이나 일본의 예에서 보듯 오히려 전통 있는 경제 생산의 단위로서 지역 공동체에서 존경 받는 대단한 위상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활동의 능률 면에서도 단호한 동기 부여가 되며, 영업 기밀 유지 등 타 물적 결합 기업이 따를 수 없는 장점이 많을 것입니다. 만약그를 향한 부정적 인식이 바뀌어진다면. 가족 기업은 은퇴라는 게 없는, 평생에 걸친 가난 경영 수단으로 가장 바람직한 대안 중의 하나입니다.


둘째로 셀프 리스크입니다. 저 자는 단호하게 "당신 자신이야말로 가장 유망하고 퀼리티 높은 상품임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100년을 살아야 할 당신은, 어느 조직에서라도 소모품으로 그치고 말 자원이 아닙니다. 100년을 사는 동안, 끊임 없이 경제 활동을 벌이고, 그로부터 소득을 창출하여, 나와 내 가족을 부양하고 여유를 누리게 해야 할 기능, 의무를 지닌 존재입니다. 100년 동안 현업에서 뛰다시피 해야 할 인생이라면 과연 무엇을 해야 하겠습니까? 끊임 없는 자기계발입니다. 자신을 최상의 상품으로 가꿔 나가는 일이야말로, 100년 수명 시대 누구에게나 존재 이유로 작용합니다.


셋째로 하드웨어 리스크입니다. 지난 세대의 가치관은, 번듯하고 자리를 많이 차지하며 허울이 좋은 유체동산을 잔 뜩 장만하는 것으로 성공의 척도를 삼았습니다, 그 결과가 바로 "가진 것이라고는 집밖에 없는" 현재의 노년들이 직면한 위험입니다. 시설이건 동산이건, 유형자산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노후하고 감각상각을 거치게 마련입니다. 자연스레 가치가 하락하는 자산을 붙들고 있어 봐야 손해만 초래합니다. 또한 저자는, 기술은 유한하나, 플랫폼은 무한하다는 주장도 하고 있습니다. 결국 문제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그를 지배하는 소프트웨어이며, 나아가 아이템이고 아이디어입니다. 창의력이란 설사 화재 등 재앙으로 물적 재산을 남김 없이 날린 후에도, 자신의 머리 속에 자리하여 끝없는 부가가치 창출을 돕는 원천입니다. 하드웨어에 대한 낡은 집착을 버리는 게, 최고의 상품으로서 자신을 가꾸는 지름길이라는 점에서, 이 셋째 리스트는 그 처방과 결론에 있어 위 둘째 요소와 궤를 같이합니다.


넷 쩨로 소셜 리스크입니다. 저자는 두 가지로 소셜의 의미를 보는데, 하나는 종래의 대면접촉 인맥, 이른바 오프라인 커넥션을 이릅니다. 다른 하나는 온라인 혁명으로 이제 SNS라는 신 네트웍을 통해 새로이 개인개인이 구축하는 인맥을 지칭합니다. 사람이 사회적 활동을 함에 있어, 고립된 개인의 플레이는 기대만큼의 소출을 내지 못합니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1인이 100만원을 버는 방식이 아니라, 10인이 1000만원을 버는 방식이 지배적인 게 지금의 세상이다."고 합니다. 이러니 소셜 네트웍이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인데, 문제는 과도하고 효율적이지 못한 인맥은, 시너지 효과는커녕 오히려 규모의 불경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 시 가난이라는 불길한 그림자가 우리를 드리웁니다. 가능하면 그 그늘에서 벗어나, 생명력 가득한 태양의 기운을 쬐고 싶습니다. 그런데 태양광선도 과도하게 받으면 피부암 등 부작용이 생깁니다. 그늘이란 잘만 활용하면 오히려 우리의 유쾌한 생존을 도모함에 있어 필수 요소이자 동반자입니다. 누군가는 그런 말을 했습니다. "인간의 생명은 유한하기에 가치 있다. 만약 인간이 불멸의 존재라면, 그가 영위하는 시간은 오류와 타락으로 가득한, 쓸모 없는 수치에 불과할 것이다." 가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가난이 있기에우리는 부의 소중함을 알고, 절제와 합리적 선택의 소중함을 압니다. 이런 의미에서 100년을 우리와 함께할 가난은 퇴치해야 할 적이 아니라, 스승이자 친구이며 애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단, 잘 관리하고 경영한다는 전제 아래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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