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팬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레이디 가가에게 배우는 진심의 비즈니스
재키 후바 지음, 이예진 옮김, 이주형 감수 / 처음북스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레이디가가가 완전히, 대중 문화의 한 아이콘으로 자리를 잡은 게 이제는 꽤 지난 시점입니다. 저 자신부터도 그랬고, 그녀는 안티가 참 많은 연예인에 속했습니다만, 이 책에서도 드러나듯 그런 반대자들을 하나하나 더 설득(?)하여, 결국은 "첨엔 안 그랬는데 보면 볼수록 괜찮더라."라는 평가를 결국은 이끌어내는 대단한 엔터테이너요, (이 책의 관점에서라면) 비즈니스우먼입니다.

 

이 책은 어떻게 "광팬"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요즘 기업들이 초미의 관심사로 삼고 있는 마케팅에 관한 책입니다. 이 책을 낸 처음북스에서, 얼마 전에 낸  좋은 마케팅서들을 거의 다 읽어 보았는데요. 그 중에는 게임화 전략을 역설한 "로열티 3.0"을 깊이 있게 논한 책도 있었고, 고객을 고객이 아닌 "팬"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처음 언급한 책도 있었습니다. 그 모든 흐름과 취지가, 이 책에서 레이디가가라는 생생한 실례, 누구나 그 실체를 감지하고 성취의 볼륨을 우러러보는 성공자를 통해, 일종의 케이스북으로 응결되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우연히 한국어판 출판사만 같았다뿐이지, 원저자들이나 그 책을 펴낸 출판사들 사이에는 아무 공통점도 없고, 서술의 방식이나 스타일도 판이한데, 결국은 같은 결론에 이르고 있다는 점이 신기했고, 시대의 대세가 이쪽으로 흐르는 게 확실하구나 하는 깨달음이 더욱 굳어졌습니다.

 

제 1장은 "1%를 공략하라."입니다. 여기서 1%는, 상위 1% 같은 고소득층, 혹은 엘리트 취향을 노리라는 뜻으로 제시된 게 아닙니다. 나의 상품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호응할 수 있는 소비자층을 노리라는 겁니다. 그 1%는, 사회 소외 계층일 수도 있고, 레이디가가의 팬들(초기 형성층)에서 보듯 어디서 왕따나 당하고 사는 불쌍한 그룹일 수도 있습니다.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이들에 초기 마케팅을 집중하면 왠지 이미지만 나쁘게 각인될 것 같아 불안합니다. 가가도 처음에는 "니 팬이라는 사람들은 왜 하나같이 왕따 후보들이나 놀림감 같은 인생들 뿐이냐?" 같은 말을 많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초기에 확실히 포섭되고. 감동을 받은 소비자들이, 이후 보편적 사랑과 호응을 얻는 단계로 도약하기 위한 토대를 이룬다는 게 오히려 더 믿을 만한 팩트라고 하는군요.

 

이 장에서는, 신규 고객 유치에 정신을 분산하느라 기존 고객의 원성을 사는 어느 케이블 채널의 불만 접수 부서에 대한 예시를 들고 있습니다. 이 책이 주장하는 바대로라면, 이런 마케팅은 게도 구럭도 다 놓치는 최악의 한 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레이디가가식의 전략은, 나에게 적극적으로 충성할 수 있는 1%(설사 전체 표본에의 대표성이 현저히 떨어지더라도)에 집중해서, 최악의 경우라도 그들만큼만은 확실히 잡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 생각으로, 어디서건 환영 받지 못하던 그룹에게 그토록 정성을 들여 주면, 고마워서라도 다른 쪽으로 변심하려 들지 않을 테니,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으로는, 그런 전략은 결국 발전의 전망 없이 현재의 자리에 눌러 앉고 만다든가, 결국은 보편적 시장에서 큰 규모의 성공을 봐야 하는 기업의 비전을 위축시킨다든가 하는 쪽으로 주저앉을 가능성도 큽니다. 또, 레이디가가의 지금 모습은, 누가 봐도 유니버설 필드의 승자이지, 일부 오타쿠에만 공을 들여 틈새 시장의 단물만 빨고 사는 중소기업의 모습이 아닙니다(그 역시 생존 전략의 일환이겠습니다만).

 

그래서 이어지는 내용은 "가치를 기반으로 경영하라"입니다. 요즘 어느 책을 보아도 쉽게 접할 수 있는, "기업에는 영혼이 있어야 하고, 자기만의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는 결론과 상통합니다. 그녀는 "본 디스 웨이"라는 비영리단체를 설립하고, 이 재단을 통해 소외받고 학대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을 후원하고 있습니다. 팬들은 자신의 활동이, 단지 인기있는 연예인을 따라다니는 일에 그치지 않고, 무언가 의미 있는 사회 활동에 동참한다는 뿌듯한 성취감을 느낍니다. 이게 바로 가치 경영이며, 소비자에게 모종의 신뢰를 심어 주는, 앞서 가는 기업의 액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전략에는 대단히 주목할 만한 강령이 있는데요, 그것은 "반대자를 포용하라"입니다. 레이디가가는 우리도 잘 알다시피 보수 기독교 단체, 멀리서는 이슬람으로부터까지 폭 넓은 반대를 받고 있는 입장입니다. 서로 원수처럼 대하는 두 종교가 레이디가가에 대해서만은 공동 전선을 펴는 모습이 참 우습기도 합니다만, 여튼 레이디가가는 이들 단체에 대해, 그저 적대적이거나 방어적으로 반응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재단의 이름을 보면 "본 디스 웨이"입니다. "난 이렇게 태어났어," 정도로 해석할 수 있죠. 반대하는 단체들의 주장을 보면, "아이들을 계속 그런 식으로 격려만 하면, 평생 그렇게 비정상 왕따로 살다 인생을 마치게 된다"입니다. 아마 우리들은 이 말에 더 공감할 것입니다. 레이디가가는 이에 대해, 팬들에게는 Be Yourself라는 메시지로 격려를 보내며, 반대자들에 대해서는 "안티를 즐기며, 나는 오히려 이런 반대를 자신의 행동, 퍼포먼스의 동력으로 삼는다. 일일이 대응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포용"이라는 게 반대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수용한다는 게 아니라, 굳이 대립각을 세우지 않고 독자적 행보(마이 웨이)를 보이겠다는 말로도 해석됩니다.

 

이 책의 특징은, 레이디가가 이야기만 상세히 소개하는 게 아니라, 실제 기업의 다른 성공 사례를 적시하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 환경에서 응용이 가능한지를 가르쳐 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홀푸드와 메쏘드라는 기업이 그들인데요. 전자는 요식체인이고, 후자는 친환경 세제를 만드는 기업입니다. 전자는 "유기농 원료만을 사용하여 최상의 음식을 만들겠다." 후자는 "환경에 전혀 해를 끼치지 않는, 기존의 컨셉과 정반대되는 상품으로 소비자에게 다가선다."는 걸 각각 모토로 내걸고 있습니다.

 

그 다음에 이어지는 "커뮤니티를 형성하라." ,"커뮤니티에 이름을 붙여 줘라." ,"말할 거리를 만들어라." 등등은 사업에 관계된 원칙이라기보다, 정말 연예인들이 어떻게 팬클럽을 관리해야 장수하고 임팩트 있는 부대효과를 낳는지에 대한 요령 같습니다. 물론, 이제 기업들은 고객 대하기를 팬클럽 대하듯이 해야 살아남는 시대인지도 모릅니다. 특히 이야기거리를 만들라 같은 원칙은, 현재 중고차 거래 사이트인 보배드림이라든가, 세스코의 재치있는 고객 응대 담당자 등의 멋진 사례를 통해 이미 우리 환경에서도 그 유용성이 입증된 명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할 때, 마케팅 실무가나 CEO들이 잊지 않아야 할 근본 명제가 있습니다. 다루는 상품자체가 일류의 퀄리티를 지녀야 한다는 것입니다. 레이디가가는 찬찬히 관찰해 보면 머리도 영리한 편이고, 생각외로 가창력도 뛰어나며, 작곡 실력도 자체 수요를 다 커버하는 생산적이고 유능한 뮤지션입니다. 만약 이런 자질을 갖추지 못하고, 그저 이미지 포장만으로 밀어붙였다면 과연 충성도 놓은 고객층이 형성되었을까요? "한번 들어봐, 괜찮아." 를 권유하는 열혈 전도도, 자신이 그 상품에 대한 확신이 먼저 들어야 주변에의 전파가 가능한 것입니다. 어쨌든 중요한 건 마케팅 자체가 아니라 그 마케팅의 대상이 되는 상품의 품질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