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 중원을 차지한 리더들의 핵심 전략
황호 지음 / 내안에뜰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리처드 닉슨 시절에 미국의 국무장관이었던 헨리 키신저는 이런 말을 인용한 적이 있습나다. "Power is the ultimate aprodisiac." 그러나 이는 오히려 부족한 말입니다. 권력이야말로 성욕보다, 물욕보다, 혹은 차라리 부모의 사랑보다, 더 우선하고 더 치명적이고 더 중독적인 마성의 원천입니다. 권력은 부자 간에도 공유하지 못한다는 말은, 그 자체가 낡은 말입니다. 권력은 언제나 부자 사이의 쟁탈물이었으며, 우리는 다름 아닌 우리 나라의 역사에서도 영조와 사도세자, 인조와 소현세자, 이성계와 이방원의 알력에서 확인한 바 있습니다. 멀리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부자 술탄들끼리 골육상쟁을 벌인 예 역시 허다합니다. 도대체 권력이 무엇이기에, 이처럼 인간이 인간 본연의 정과 도리를 망각하기에 이르는 걸까요? 가장 근본적인 의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책에는 모두 네 사람의, 중원의 패자(覇者)들이 등장합니다. 모두 다 내로라 하는, 오천 년 중국역사상 첫째둘째를 다툴 인걸들이요 대 지략가에 영웅들입니다. 그 중에서 처음에 나오는 이가 바로 무측천인데, 잠시 말을 들어 봅시다. "권력에는 인정이 없다... 속으로 뉘우칠지라도 결코 자책하는 모습을 보이지 말라.... (하략)" 그녀 스스로가 파워 폴리틱스의 달인이었던 까닭에, 권력의 속성을 이보다 더 명쾌하게 요약하기도 힘들 만큼 명언으로 보입니다. 제 생각에, 악귀와도 같이 치밀하고 단호했던 무측천도, 속으로 뉘우치는 때가 있기는 했나 봅니다. 아예 뉘우침이라는 걸 모르는 이와, 저처럼 은근 뉘우치기도 하면서 현실적인 정략 구사에는 무자비한 수완가, 어느 쪽이 더 무서울까요, 또 어느 쪽이 더 성공적인 권력 추구자일까요? 그 해답은, 권력을 위해서라면 의붓자식도 아닌 자기 속으로 낳은 친아들조차 희생시키기를 마다하지 않았던 무측천 본인 말고는 답할 이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이런 무자비한 군주로는 서태후가 있었죠(무측천과는 달리 직접 보위에 오른 것은 아닙니다만). 서태후 역시 자신의 친아들인 동치제에게 조금도 정을 주지 않아, 결국 정치의 파행을 더욱 심화한 전력이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한고조 유방은 아직까지도 중국 역사상 가장 유능하고 효율적인 정책을 편 군주로 평가받는 창업자인데, 그는 기실 농민 출신으로 천자가 된 매우 드문 출세형 위인이라서 더 큰 사랑을 받는지도 모릅니다. 이 책에 특히 중점적으로 소개된 일화는, 항우보다 먼저 진(秦)의 수도 함양을 점령하고 주색 향락과 사치에 빠진 유방을 보고, 그의 책사 장량이 "고작 이런 짓을 하려고 거병을 하셨단 말입니까?"라며 꾸짖었던 일화입니다. 유방은 결코 온후관인한 성품이 아니었는데, 다만 그의 확실한 장점은, 아랫사람이 하는 말도 그것이 합당한 충고라면 무조건 수용했다는 사실입니다.

당태종 이세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무려, 자기의 형 둘을 오로지 권력 쟁취를 위해 희생시켰으니, 권력의 냉혹함에 대해서라면 누구보다 거론될 자격이 있는 인물이겠습니다(그가 원튼 않든). 이런 그도, 일단 권좌에 오른 후에는, 신하들의 간언을. 그 마음에 내키건 아니건, 심지어 그 타당성이 확실하건 그 반대건, 일단 듣고보았다는 게 그 성품의 위대함으로 평가됩니다. 장량은 유방과 생사고락을 같이한 인물이기라도 했지만, 위징은 자신의 형이자 정적인 이건성의 측근이었습니다. 목숨을 앗겨도 이상할 것이 없는데, 이세민은 놀랍게도 이 위징을 자신의 재이 상으로 삼아, 그로부터 나오는 온갖 고언과 직언을 다 달게 받아들였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다만 마지막 주원장에 대해서는 박한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출신이 한미했던 탓에, 주변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심지어는 멸족을 시키기까지 하여, 결국 제국 말기에는 통치의 문란을 자초하였다는 것입니다. 다만 그의 위대한 점은, 왜구의 노략질에 대해 단호한 대책을 마련하고, 자신이 극빈 농민의 자손이었던 만큼 백성을 수탈하는 탐관오리에 대해서는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가혹한 형벌을 내렸다는 사실도 잊지 않습니다. 정치의 기본은 사람을 다스리는 것이고, 모든 질서와 안정은 오로지 권력의 두려움에서 나온다는 게 그의 확고한 통치 철학이 아니었나 하는 게 저자의 결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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