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전략을 파괴하라 - 초경쟁 시대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최고의 전략 강의
신시아 A. 몽고메리 외 지음, DBR(동아비즈니스리뷰) 엮음 / 레인메이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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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전략"의 중요성 이슈는 이제 경영학 전반을 총괄하는 데까지 그 중요도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신시아 몽고메리 교수도 이 책에서 주장하고 있지만, 이미 경영학계는 최전방의 야전을 고독하게, 무한책임의 비장한 각오로 주시하는 CEO의 자질을 다각도에서 탐구하고 있는데, 이 CEO 리더십 이슈와 파괴적 혁신의 테마가 만나 접점을 이루는 분야가 바로 "전략"입니다. 종래, 전략에 대한 논의는, 국지적인 최적화 방법론의 수립 분야에서 간헐적으로 이워졌을 뿐이며, 근래의 양상처럼 초점이 맞춰졌던 적은 없습니다. 헌데 지금은 대중서 섹터에서조차 "전략"을 제목의 일부로 삼고 그 중요성을 강조하는 책이 봇물을 이룹니다. 이 책은 분량이 두텁지는 않으나, 대신 다양한 저자들의 캐주얼한 논의를, 개별 부품도에서 시작하여 한 가지 주제를 향해 치밀한 전체 그림을 완성하는 식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줍니다.


보 통 대담 형식의 서술에서는, 대립하는 두 화자의 의견 교환을 통해 논점의 실체가 분명히 드러나고, 독자 역시 주제에 대해 더 치열한 방식으로 숙고, 이해가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반면 결론이 정리가 안 되고, 요령 없는 대화자 간의 논전 속에 핵심을 놓치고 말 수도 있다는 게 단점이겠습니다. 1인 저자의 논문형 서술이라면 장단점은 그 반대로 바뀌겠죠. 이 책은, 많은 저자의 에세이를 실어 "전략"이라는 주제에 체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하고, 지루함을 피하게 하며, 간간이 대담 포맷을 삽입하여 독자의 입체적이고 역동적인 이해까지 돕고 있습니다. 종래의 전략 관련 대중서와는 이 점이 차이입니다.


"전략가는 의미를 만드는 사람이다." 이 명제는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입니다. 왜 당신의 기업이 존재해야 하는가. 당신의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 없이는 시장의 완결성에 큰 흠집이 생기기라도 하는가. 당신이 빠져 나간 후에 그 자리를 메울 대안은 어느 정도로 이른 시기에 마련되는가. 흔히 기업에도 영혼이 있어야 하고, 이는 CSR이나 도의성과는 별개 차원의 팩터라고 합니다. 사람의 경우도, 일 잘 하고 성과가 빼어나도 그저 효율의 기계로 비치는 사람이 결국 임원 자리까지 못 오르듯, 자기만의 기능적 특장점 외에, 전체 요소를 아우르는 스토리적 일관성이 있어야 동료들 사이에서 인정을 받습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죠. 요즘 소비자들 사이에서뿐 아니라 경영학계 전반의 핫 이슈로 떠오르는 이케아의 성공 비결은, 이 책에서도 집중적으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이케아 얘기 말고는 할 게 없나 싶을 정도인데, 그들은 과연 빼어난 디자인, 혁신적인 포장 방법, 무엇을 과감히 살리고 버려야 하는지 분명한 결단을 내린 공정 등 동종업계에서 따라하기 힘든 노하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든 대단한 실력파들이죠. 하지만 그런 기능적인 메리트들은, 벤치 마킹 과정을 통해 다른 기업도 따라는 할 수 있습니다. 이케아의 소비자들이 그 회사에 충성하는 이유는, 그 일련의 성장 과정을 통해 이케아가 기술적 성취와 숙련에 머무르지 않고, 그 모든 과정을 영혼 있는 실체가 일관성 있게 지어나가는 스토리로 완성했기 때문이죠. 이게 바로 "의미의 창출"이며, 장기 비전이고, 단순히 템플릿을 채우는 싸구려가 아닌 진정한 "전략"이 되는 것입니다.


좋은 컨셉트를 다 끌어담았다고 좋은 전략이 되는 건 물론 아닙니다. 공저자 중 한 분인 루멜트 교수(정말 너무 유명한 분들이 책 한 권에 다 모셔져 있더군요)는 이런 전략을 두고, 전략이라고 할 수도 없는 잡동사니이며, 엔트로피 덩어리라고 혹평합니다. 소비자를 향한 허풍과 사기라고까지 말합니다. 전략가(따라서 리더, CEO)는 추상적인 과제와 목표 중에,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취해야 하는지 분명히 아랫사람에게 정해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일례로 "달착륙"이 미션으로 떨어졌을 때, 그 달의 표면이 부드러운지(혜성의 오랜 세월 동안 충돌 때문에 토양은 매끄럽게 빻아졌을 수 있다는 점에서). 황무지처럼 거칠지, 뾰족한 가시밭 같을지, 가능성은 여럿으로 존재합니다. 전략가는 이 모든 시나리오를 동등하게 유효한 취급을 하며, 하위 엔지니어들에게 실천적 세부 계힉을 완성하라고 명령할 수는 없습니다. 가능한 시나리오가 셋이라면, 그 양립할 수 없는 나머지 둘은 버리고, 하나만을 골라 프로젝트를 짜야 합니다. 나머지 둘이 현실의 가능성으로 드러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 책임은 CEO가 지는 겁니다. 엔지니어들은 전략가가 큰 그림으로 정해 준 시나리오 하에, 세부 작업에만 몰두하게 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이게 지도자의 결단이라고 할 수도 있죠.


논 쟁적인 이슈도 많이 다뤄지고 있습니다. 다베니 교수 같은 이는 문휘창 교수와의 대담에서, 마이클 포터가 종래 문제삼은 "가격-품질"의 선택적 딜레마는, 현재의 환경, 혁신 아니면 죽음을 강요당하는 기업의 상황에서 무의미하다고 합니다. 가격과 품질이란, 하나를 위해 다른 하나가 희생되어야 하는 관계가 아니며, 혁신의 차원에서 동시에 추구되어야 하는 가치라는 거죠. 일본 역시 종래의 도그마에 집착하다오늘날의 곤경을 맞이했고, 어제까지 유효한 전략이 오늘 낡은 것으로 추락하는 일은 흔히 보는 현상이라는 점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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