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과 함께 가라 - 정체된 삶에 문을 열어줄 최초의 희망심리보고서
셰인 J. 로페즈 지음, 고상숙 옮김 / 알키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흔히 우리는 "희망"이라고 하면, 구체적인 실적 성취에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추상적인 요소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오죽하면 우리가 누군가를 면박 줄 때, "그건 너의 희망사항일 뿐!"이라는 표현까지 쓰겠습니까? 이런 말을 할 때에는, 듣는 사람에게 희망을 불어 넣어주려는 의도가 아님은 너무도 분명합니다. "희망"은 아직 현실이 아닌 미성숙상태임은 물론, 현실화할 가망도 부족하고, 다가올 미래는 아마 그 반대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많다는 기분 나쁜 암시까지 곁들여 있다는 건 우리들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희망"이란, 듣기에는 가슴 벅차고 뿌듯하지만, 왠지 현실의 냉정한 직시와는 거리가 있는 뜬구름잡는 소리처럼만 들립니다.

이 책은 Shane J. Lopez가 특별히 대중들을 위해 저술한 자계서입니다. 이 분의 이름은 국내 독자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을지 모르겠으나, 현재 캔사스 주립대 교수이며 미국 심리학회 최고 권위자로 활동하고 있는 특 A급 석학이라는 점은, 해외 유학파들(꼭 해당 전공자가 아니라도)에게는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런 분이 대중서도 저술하나?같은 생각이 들 만큼, 이 책을 받아든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저는 제목과 책에 대한 간단한 소개만으로 이 책을 골랐었거든요.

그 내용은 어떠했는가. 확실히 해당 학문의 최고 권위자가 쓴 책은,  그저 어깨에 힘을 빼고 평이한 어조로 이야기를 펴 나가도, 이만큼이나 큰 성공을 거두는구나 하는 깨달음이 들었습니다. 내용도 읽기 쉽게 쓰여졌고, "이런 주제를 가지고 뭔 신통한 설명이나 해명이 나올 수 있을까?"하는 선입견이 무색하게, 신선하고 알찬 정보와 교훈으로 가득했습니다.


당 뇨, 혹은 단백뇨라고 하면, 신장이 망가져서 제 기능을 못하는 병을 가리킵니다. 신장이 마땅히 걸러내야 할 물질을 걸러내지 못하고, 이것을 혈관 속에 흐르게 방치한다면, 그 피가 흐르는 모든 경로와 기관에 치명적인 손상이 생길 수밖에 없겠죠. 저자는 (책날개에도 나와 있는 것처럼) 캔자스 주립대 재직교수이고, 이 캔자스 주(州)에는 퇴역 베테랑들을 위한 보훈 병원이 있습니다. 어느날 이 병원에 예비역 병장 한 사람이 찾아옵니다. 나이는 상당히 들었고, 자신 소유의 농장에서 하루 종일 상당한 강도의 노동을 하는 이입니다(책에서는 편의상 John이라고만 칭합니다). 이 John은 방금 주치의로부터 충격적인 진단을 들었습니다. "당신의 신장이 아주 망가져 있습니다. 투석을 받으셔야 합니다." 그런데 이 John에게는, 우선 자신의 몸이 (믿었던 바와는 달리) 그만큼이나 비정상이라는 사실이 충격이었고(John은 평균보다 많이 뚱뚱한 편입니다), 다음으로 많은 비용이 드는 투석치료를 받으려면 병원에 왕래를 해야 하는데, 그러자면 농장일을 돌보지 못합니다. 농장일을 돌보지 못하면 치료 비용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말 그대로 딜레마에 빠진 것입니다. 결국 이 John이란 사람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하여 자살 충동까지 일으킨 판입니다. 저자 로페스 교수가 나선 건 바로 이 시점입니다. 자살 충동을 일으킨 환자를 잘 달래어, 치료에 불편이 없게 조치를 해달라는 지시가, 당시 수련의 과정 마지막 단계에 있었던 그에게 내려졌던 거죠.


John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었습니다. 두 부자 사이에는 불화가 빚어졌고, 그로 인해 둘은 오랜 동안 서로 만나지 않고 지내왔습니다. 저자는 "왜 아들과 화해하지 않으십니까? 이 일은 오히려, 아드님과 오해를 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당신이 소중히 가꿔 온 농장을, 그에게 물려 주고 그로부터 소득을 얻게 하십시오. 농장은 농장대로 잘 관리되고, 당신의 병은 적절한 관리를 통해 더 악화되지 않을 것이며, 관리만 잘 된다면 당신의 삶은 종전과 다를 바가 하나도 없습니다. 게다가, 잃었던 아들까지 다시 찾은 셈이니, 무엇을 애석해한단 말입니까?" John의 얼굴은 환히 펴졌습니다. 지옥에서 천당으로 귀환한 표정 같았습니다. John은 이 상당 이후 주기적으로 병원에 검사를 받으러 왔는데, 진단 결과 각종 지표는, 사구체 여과율이 악화하지 않고, 오히려 조금씩 상승하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아들과의 화해 전망이 밝아지면 밝아질수록(아직 아들이 농장에 귀환한 건 아니었습니다) 그의 상태는 점점 나아졌고, 나중에는 특별한 처치를 하지 않았음에도 정상인의 그것으로까지 복귀한 놀라운 결과를 가져 왔습니다.


물 론 이는 극히 예외적인 사례에 불과합니다. 모든 신장병 환자에게 "앞으로 당신에겐 인슐린 치료 대신, 아들과의 화해라는 극적인 처방을 내려드리겠습니다."라고 의사가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자 로페스(당시 젊은 수련의 신분이었던)는, 이 체험으로부터 큰 교훈을 얻었습니다. 인간의 존재 이유는, 그의 삶이 이전보다 행복해지는 결과, 혹은 그를 향한 끊임 없는 노력에 있는데, 이를 위한 조건은 물려 받은 돈도, 현재 올리고 있는 높은 소득도, 빼어나게 타고난 지능지수도, 결정적인 것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사람이 행복해지기(이 과정에서, 여태 손상되었던 건강도 회복될 수 있다는 거죠) 위한 최종의 조건은 바로, "희망"이라는 겁니다. 손상을 입은 신장이 기적적으로 제 기능을 도로 갖추게 도와 주기까지 하는, 이 강력한 최종의 의존수단은 다름 아닌 "희망"이었습니다. "희망"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뿐 아니라, 물리적 기적을 낳기까지 하는 것입니다. "기적"까지는 몰라도 힌 개인의 진로(상당히 안정적이었던)까지 결정적으로 변화시킨 게 바로 이 사건이었는데요. 다름 아닌 저자 로페스는 이 일로 인해 그의 전공까지 심대한 변화를 겪게 한 것입니다. 그가 보기에 저 John이란 사람은, 지능도 부도 다 갖추지 못한 불우한 인생의 표본이었는데, 기대하기 힘든 의학적 예외의 사례까지 만드는 걸 보고 "행복"이라는 기본관념에 대해 근본의 재고를 하게 되었다는 의미에서요.


희망의 힘은 실로 강력합니다. 요즘 어느 책이건 인용 안 되는 데가 없는, "행동경제학"의 창시자 카너먼의 유명한 사례가 이 책에도 인용되고 있습니다만(이 책은 더군다나 심리학자인 로페스 교수의 책이니 말이죠), 이스라엘의 군대(그 정예성이 세계적 수준이죠)에서 실시한 훈련에서, 동료 병사들을 위해 가장 위험한 장애를 무릅쓰고 모험을 감행한 병사, 장교를 두고 군 당국은 표창을 내렸고, 승진에 있어서도 혜택으 주었습니다. 그런데 실전에서 이런 도상훈련상의 용맹성이 과연 서로 상관관계를 맺고 있었을까요? 통계의 결과는 충격적이게도, 0으로 나타났습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정책결정 당국은 철저하게 당초의 예단에 바탕을 두어 방침을 밀고 나갔고, 이의 효용성은 아무런 피드백 체크대상이 되지 않았다는 거죠. 결과가 (알고보니) 저처럼이나 충격적이었는데, 그저 처음의 속단이 무류(無謬)나 되는 양 그 위험한 프로세스를 밀어 붙임에 있어 아무 주저함이 없었다는 겁니다. 자, 그렇다면, 안 될 일을 되게 만든 진짜 비결은 무엇이었겠습니까? 바로 "희망"입니다. 안 되는 것을 되게 만든 건, 어찌 보면 무작정, 무대책이다 싶은 강력한 희망이었습니다. 그릇된 것도 일단 뚝심있게 추진하고 보니, 결과가 잘 나오더라는 엉뚱한, 그러나 강력한 결과가 이를 증명합니다. 우리 전통 설화에 그런 게 있죠. 지극히 불효막심한 며느리였는데, 거짓으로 꾸며서 효부상을 관청에서 받았습니다. 아전이 "왜 불효녀의 허위를 뻔히 알면서 상을 주십니까?"라고 고(誥)하자, 이 지방관은 "날 때부터 효자 효부란 없다. 주위에서 자꾸 효부라고 해 주면 나중에는 없던 효심도 생기는 법이다."고 받았다고 하죠. 과연 그의 예언은 자기실현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우리는 이를 두고 "피그말리온 효과"라고 해도 될 것입니다.


저자는 논거의 적실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예증을 동원합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오디세우스 계약"입니다. 스탠리 롬바르도는 호메로스의 고전(헬라어)을 쉽고 명쾌한 번역(영어)으로 옮겨 대중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사람인데요(역시, 저자 로페스 교수 자신이 유명한 인사이니 주변에도 이런 저명인사만 포진한 게 아닌가 생각되더군요. 자기 분야에서 확실한 성공을 거둔 일류는 이처럼 친구들도 다 명사입니다. 삼류는 머리가 허옇게 될 때까지 친구 하나 없는 게 당연하구요). 이분의 말에 따르면, 오디세우스가 귀향 중 세이레네스의 파멸적 유혹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은 단단한 밧줄로 기둥에 결박하고, 나머지 선원들은 귀에 밀랍을 채워 넣어 앞으로 오디세우스 자신의 어떤 지시, 혹은 세이레네스의 어떤 마성의 유혹에도 굴하지 않을 것을 명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정신이 맑고 활동적일 때 정당한 유언 사항을 미리 작성하고, 이후 일정 시점 이후부터는 어떤 의사 표시의 변경도 허락하지 않는 계약을 오디세우스 계약이라고 합니다. 몇 번을 읽어도 독자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는 이런 고전의 장점은,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나의 강점을 몇 배로 증강하고, 동시에 타인의 강점도 더 강력한 것으로 만드는" 원천이라고 합니다. 


반 할렌이라는 록밴드의 예도 나옵니다(밴 헤일런이겠죠?). 이들이 순회공연을 할 때 작성하는 표준 계약서(청약서)에는 이런 조항도 있다고 합니다. "호텔 스위트룸에 비치될 엠앤앰스 초콜릿에 갈색 알이 하나라도 있어서는 안된다." 이 조항이 알려졌을 때. 대중의 반응은 크게 격앙되었다고 합니다. "오만과 괴퍅함의 극치가 아닌가?" 그런데 저자 로페스 교수의 생각은 다릅니다. "수없이 많은 세부조항 사항이, 하나도 빠짐없이 이행되었는지 전수조사로 점검하기란 불가능하다. 단, 이런 사소한 조항까지도 이행되었을 때는 상대방의 성실성을 믿고 생략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개별 체크에 나설 수밖에 없다." 참 대단한 아이디어죠. 이처럼 희망은 그에 부대(附帶)하는 세부 실행 계획이 있어야 그 성공을 장담할 수 있다는 겁니다. 치밀한 계획이 희망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추진 요소이며, 목숨을 걸고 공연하는(우리도 공연예술가 김장훈이 높은 데서 추락하여 부상했다는 뉴스를 자주 들었습니다) 연예인들에게는 필수 조건이라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갤럽의 짐Jim을 아십니까? 갤럽의 CEO 짐 클립턴이라면 업계에서는 하늘과 같은 존재입니다. 그러나 아홉 살 소년 AJ에게는 그저 자기 엄마가 파출부로 일하는 아파트의 짐 아저씨일 뿐이었는데요. 이 꼬마는 어느날 "아저씨는 뭐하는 분이세요?"라는 천진한 질문을 던졌다고 합니다. 클립턴은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일 우리 회사에 찾아오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합니다. 다음 날 CEO는 이  최연소 지원자(apllicant)에게 질문을 합니다. "우리 회사에 대해 무엇을 알고 계신가요?" 짐 클립턴의 말에 의하면, "난 이제까지 수많은 면접자들을 겪었지만, 그런 훌륭한 대답을 하는 지원자는 처음 보았다." 소년의 대답은, "아뇨, 전 어제 인터넷을 찾아 봤지만, 아는 게 별로 없어요, 제게 좀 가르쳐 주시면 감사하겠네요." 였다고 하네요. 역대 최연소 고용원이 된 이 소년은, 간단한 업무를 위임(?) 받기도 하면서 짐 클립턴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소년은 클립턴에게 이런 편지를 보내 왔습니다. "전 이번에 학교에서 친 시험에서 올 A를 맞았어요." 이런 과정을 거친다면, 이 아이는 우수한 대학을 졸업하고, 나중에 갤럽 같은 대기업에 지원할 자격을 갖추게 되는 거죠. 내가 자라서 몇 만 불 연봉의 기업에 취직하게 될 거야 같은 구체적인 계획을 가진 아이는, 10대를 "눈에 불을 켜고" 장래 투자 차원에서 공부에 쏟게 됩니다. 그렇지 않은 아이는, 그저 허황되이 인기 스포츠 스타나 연예인에만 관심을 두다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는 거죠. "소망"과 "희망"의 차이는, 이처럼 구체적인 계획이 존재하느냐 아니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의 원서 제목도, Make Hope Happen, 희망을 현실이 되게 하라, 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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