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츠파로 일어서라 - 7가지 처방에 담긴 유대인의 창조정신
윤종록 지음 / 크레듀(credu) / 201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시 련을 받으면 받을수록 더 강해진다. 나를 죽게 하지 않는 것은 모두 나를 이롭게 하는 것이다. 이런 독기 어린 말도 있긴 합니다만, 말이 그럴 뿐이지 실천으로 옮기기란 쉽지 않겠죠? 설사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그런 독기를 품다 보면 다른 쪽으로 부작용이 안 나타난다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이른바 안티프래질의 근성을 발휘하는 소수를 두고 마냥 부러워할 일만도 아니라는 게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그런데 세상에는, 그렇게 살아야 마땅한데 하는 생각에만 그치곤 하는 경지를, 그것도 민족 단위로 몸소 실천으로 이뤄 내는 이들이 있었네요. 우리가 종래 부정적인 인식으로 접하던 이스라엘 민족, 국민이 바로 그들입니다. 사실 우리는 뭔가 좀 착각을 하고 있던 것이, 이스라엘은 상식적으로 그 절대적으로 불리한 입지 조건에서 살아남을 수가 업습니다. 땅도 좁고, 기름 한 방울 나지 않고, (많은 인구가 좋다고만 하기는 어렵지만) 하다못해 국방을 당장 커버할 수 있는 인적 자원조차 부족했습니다(현재도 다를 바 없고요). 반면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 적(그들의 입장에서)은, 머리수로나 차지하고 있는 영역으로나 부존 자원으로나 당장 보유하고 있는 현찰의 힘으로나 상대가 되질 않았습니다. 그런데, 1960년대 후반에 터진 이른바 6일 전쟁에서, 이스라엘은 말 그대로 단 6일만에, 열세의 만회는 물론 상대의 영토까지 일부 침탈, 점령하기에 이르는 대반전을 아뤄냈죠. 우리는 막연히 "미국의 원조 덕"이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그건 남한의 경제 성장이 "모두 미국 덕"이라고 진단하는 것만큼이나 안이한 발상입니다. 이 당시 미국은 "자신들의 전쟁"도 채 승기를 잡지 못한,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한심한 거인이었습니다. 원조가 전쟁의 향방을 바꾸는 게 그토록 결정적인 요인이었다면, "원조" 같은 간접 방식이 아닌 "직접 자기가 치르는 전쟁"은 백전 백승을 해야 논리적으로 맞습니다. 내 전쟁도 못 이기는 자가, 어떻게 남의 전쟁에 간여해서 그 승리를 보증할 수 있을까요? 다 떠나서, 가난하고 좁은 베트남과, 석유로 남아돌아가는 부를 주체할 줄 모르는 중동 산유국 카르텔 중. 누가 싸워 이기기에 보다 수월한 상대일까요? 6일 전쟁은 냉정하게 보아, 이스라엘 그들의 힘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그런 승전이라고 봐야 합니다.


이 책의 주제는 소위 "창조경제"입니다. 가진 것 하나 없이 오로지 창의력과 상상력만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를 일궈 낸다는 발상, 매력적이긴 하나 그 실현 가능성은 대단히 희박한, 그런 과제에 끊임 없이 도전하고 어 느 정도의 성과를 현재 이뤄내고 있는 이스라엘 젊은 경제인들의 이야기가 주된 화제입니다. 읽으면서 정말 놀란 일이 다물어지지 않는 대목이 한둘이 아니었지만, 액면 그대로 다 믿을 수는 없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저자 윤 장관도 털어놓고 있지만,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某 회사는, 어이없게도 현재 새로운 위기를 맞아 파산 직전에 몰리고 있기도 합니다. 그 뿐 아니라, 이야기를 자세히 읽어 보면 결국 창업 실패율도 장난 아니게 높다는 걸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국가가 청년들 개인의 창업 리스크를 대신 떠맡아 준다는 발상 자체가 집단 모럴 해저드를 불러 일으킬 수 있고, 실제 우리도 1990년대 말~ 2000년 초반에 이런 일을 직접 겪기도 했죠[소위 벤처 사기꾼 문제]. 무작정 묻지마로 장려할 일은 절대 아닙니다. 우리는 인구가 5천만을 넘어가고 개개인의 사정도 천차만별인 제법 큰 나라지만, 이스라엘은 비교적 균질적인 사회 분위기에, 인구도 7백만이 채 되지 않습니다. 7백만이라면 서울 시 인구보다 작은 규모죠). 후츠파로 일어서라! 따지고 보면 얼굴에 철판 깔고 빼째라는 분위기로 악용될 수도 있습니다. 솔직한 말로요.


하 지만 예를 들어서, 이런 대목은 어떻게 읽혀질까요? 고등학교를 막 졸업할 아이들이, 나는 앞으로 어떤 부대에 지원할지 여러 정보를 비교해 가며 친구들과 토의를 합니다(군입대 불법 면제를 위한 정보 공유 카페 활동이 아닙니다. 어느 나라처럼). "부대"라고 하면 물론 군부대입니다. 이스라엘은 남자 3년, 여자 2년의 복무가 의무사항이니까요. 군대는, 젊은 청년이 가장 그 두뇌를 왕성히 작동시킬 나이에 머리와 활기를 썩게 하는 곳이 아니라, (그렇기는커녕) 사회 조직 일반에서 두루 통용될 리더십, 전문 기술, 그리고 인맥을 구축할 기초 네트워크를 만드는 곳입니다. 지능지수나 빼어난 학업 능력으로 선발하는 엘리트 부대는 지원한다고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도 아니고, 우리로 말하면 SKY 대학이나 마찬가지로 선택 받은 소수만이 넘볼 수 있는 특권 집단이기도 하죠. 이스라엘 같은 나라는 기초적 생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정상적으로 높은 예산 비중을 국방비 섹터에 쏟아 부어야 합니다. 가진 것 없는 나라가 그러다간 망하기 딱 좋은데요(구 소련은 그 유리한 스펙으로도 결국 망국으로 접어들었죠), 그래서 찾은 활로가 바로 "국방자원의 사회적 재활용"입니다. 국방비에 투자된 비용을, 모두 민간에서 재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와 지식으로 전환하여, 종착역을 군대로 해서 탕진하는 일이 없게 하자는 겁니다. 군대가 곧 대학이고, 경제연구소, 기초과학연구소, 첨단 공학 밸리가 되게 하는 거죠. 이러니 "군대 잘나오면 인생이 핀다"는 말이 나올 법한 나라가 바로 이스라엘입니다. 물론 그 생산성 면에서 한국의 SKY를 저리 따돌리는 명문대학도 얼마든지 따로 있습니다.


군대는 군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야지, 다른 일 하다가는 게도 구럭도 다 놓치는 것 아닌가? 2세기 전 프랑스-프로이센 전쟁에서도 잘 드러났지만, 전쟁은 물 량이나 스펙으로 수행하는 게 아니죠. 상황에 임해서 수시로 발휘되는 임기응변 능력, 총체적인 전황 파악 능력이 핵심 자산입니다. 야전 지휘관의 실전 능력이야말로 순간순간에 생사가 갈리는 전장에서 결정적인 팩터로 작용합니다. 지휘관이 빼어나 군이 강군일 뿐입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장교인 소대장 뿐 아니라, 우리식으로 따지면 병장 계급 정도의 레벨에서도 폭 넓은 재량이 주어진다는 군요. 물론 재량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그만한 인적 자질이 교욱 과정에서 함양이 됨을 전제로 합니다(안 그랬다가는 무슨 일이 벌어지겠습니까). 이스라엘은 전 세계적으로 비교했을 때, 불필요한 중간 계급이 최소한으로만 존재하는 능률성으로 유명한 조직이라고 합니다. 이는 사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날 삼성이 세계 가전을 제패하고, 반대로 옛 가전 제국인 소니 등이 대거 몰락한 건, 바로 의사 결정 과정의 신속/비신속이 그 운명을 갈랐습니다. 하물며 정말 생사가 오가는 전쟁이라면 어떻겠습니까? 사병 개개인이 모두 장교 노릇을 하다시피하는 군대, 일당 백으로 기능할 수밖에 없죠.


저 는 이 책에서 주로 이런 점들을 중심으로 교훈을 얻고 핵심으로 정리했습니다. 벤처나 첨단 기술 산업의 성패는 그 결과를 지켜 봐야 아는 거고, 현재 한국의 젊은 인력도 그 정도 지식이나 특허가 없어서 가만 있는 게 아닙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아이디어 하나만 갖고 무작정 지원해 달라는 사람 중에 알곡과 쭉정이를 어떻게 갈라야 하는지가 더 큰 문제이며, 우리 나라 같은 실정에서 잘못했다가는 큰 사고나 저지를 수 있습니다. 벤처는 말 그대로 벤처라서, 말만 믿고 투자했다가는 원금은 물론 전 재산을 다 날리기 딱 좋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내용을 문자 그대로 하나하나 믿을 수는 없습니다. 나를 써줄 사장님, 일자리를 찾는 게 아니라, 내가 사 회에 일자리를 만들겠다! 이게 바로 후츠파 정신이고, 그런 패기와 모험 정신은 물론 대단히 높이 평가받아야 마땅하지만, 무작정 따라할 수는 없습니다. 이미 우리가 쓰라린 시행 착오를 거친 경험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국방 시스템, 교육 체제는, 우리와 세계가 눈으로 확인한 부분이죠. 그들의 국방력은 지금 우리가 보는 대로입니다, 벌써 40년 전에 멸망했어야 할 나라(남베트남은 미 국이 직접 군대까지 파견해서 도왔는데도 형체도 없이 사라졌습니다)가, 승승장구하며 오히려 주변국을 위협까지 하며 버티고 있습니다. 지금 세계 굴지의 발견이나 학문적 업적을 도맡아 하는 집단이 바로 유태인들입니다. 이처럼, 그 결과가 이미 가시적으로 판명이 난 사항에 대해서는, 누가 시비를 걸 수가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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