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을 사로잡는 Why 마케팅 - 감성시대에 요구되는 마케팅 트렌드
조기선 지음 / 타래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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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면 마케팅에 주제가 한정된 것 같지만, 내용을 통독해 보니 이 급변하는 세상이 어떤 방향과 패턴으로 그 구조를 형성해 가고 있는지에 대한 전반적인 안목을 길러 주는 책이었습니다. 특히 한국의 다양한 소창업자(자영업), 중소 기업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어서 비즈니스 현장의 실감을 얻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이렇게 다양한 사례를 책 한 권에 담을 수 있었던 건, 저자 조기선 씨가 실제로 비즈니스 스큘, 혹은 소규모 모임을 운영하고 있으므로, 자신이 관리하는 회원들의 모범 케이스를 고스란히 소개할 수 있는 입장이기 때문이죠. 두껍지도 않은 책에서 생생한 정보를 이만큼이나 많이 얻을 수 있는 점은 우리 독자로선 고마울 뿐이구요.


일단 주제부터 좀 짚어 보겠습니다. WHY 마케팅이란 무엇인가? 저개발의 질곡에 신음하는 나라라면 몰라도, 한국처럼 산업과 환경이 고루 잘 발달한 나라라면, 어떤 생산자나 판매자가 독점적 위치(과점이라면 모르겠지만)를 갖고 시장 지배적 위치를 제 홀로 누릴 수는 없다는 겁니다. 내가 만드는 건(특허, 실용신안 등의 법제적 제약, 혹은 권리가 따르지 않는 한) 남도 만들 수가 있고, 결국 commodity로 떨어져서 레드 오션이 되기 쉽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고, 또 익히 알려진 상식입니다. 내 제품은 이런저런 점이 좋다? 남도 얼마 후면 그 좋은 점을 다 따라합니다. 그러면 결국 개성과 장점이 사라지게 되죠. 또, 내 제품은 이 인근에서 가장 가격이 싸다? 이거 아무 소용 없습니다. 요즘처럼 정보가 흔하고 생존 경쟁이 치열한 시대에, 가격 인하 요인은 결국 경쟁자도 다 배우고 따라하게 되어 있습니다. "내 제품과 서비스가 최고의 질, 혹은 양(가격)을 자랑합니다!" 이게 바로 구시대의 마케팅 개념이라는 말입니다. 내가 파는 그 무엇(what)을 내세우는 마케팅이 아니라, "여기도 저기도 당신의 상품, 서비스에 못지 않은 우수한 것들이 널려 있는데, 왜(why) 그 경쟁자들을 젖혀 두고 당신에게서 그것을 구매해야 하는가? "를 소비자, 고객에게 납득시키는 쪽으로 발상부터가 전환이 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게 바로 저자가 말하는 why 마케팅입니다.


이 책을 읽은 분이면 누구나 흥미롭게 보셨겠습니다만, p75에 보면 와인 POP가 나와 있습니다(위사진 오른쪽). 와인의 품질과 가격을 어필하는 문구가 아닙니다. 그 숱한 명품 와인, 혹은 이름 있는 사업자를 다 마다하고, 왜 우리(그들)에게서 이 와인을 구매해야 하는지를 잘 소개해주는 좋은 예입니다(국내에서는 저 브랜드가 상당히 명품인 걸로 인식들 합니다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참고로, 저사진 보시면 "방싱 질탕"이라는 이상한 표기가 있습니다. 밑에 나온 대로 뱅상 지르라댕이 정확합니다). 저자는 여기서, what이 아닌 why를 파는 아주 전형적인 마케팅의 사례를 보여줍니다. 이 사례가 실린 제 2장의 제목은 what이 아닌 why를 팔다인데요, 책 제목과도 거의 문구 일치를 보이는 이 챕터는, 이 책 내용의 핵심을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시간이 없는 분들은 이 2장만 읽어도 내용의 핵심을 알 수 있습니다. 10회 주문하면 서비스 1회를 제공하는 치킨집, 이거 너무 식상합니다(이 혜택을 제공하지 않는 업소는 없습니다). 이 책에 소개된 업소는, 단골 고객에게 부정기적으로(꼭 10회, 20회 등의 순번이 아니라도) 꽃과 카드를 제공한다거나, 친절한 배달 서비스로 "치킨 외의" 감동을 선사하는 시도를 합니다. "왜 당신네 가게에서 닭을 사먹어야 하는가?" 그것은 바로 주문하는 나를 "차별화"하여 바라보고 있음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이러면 나도 그 가게의 서비스를 "특별히 알아 주면서" 애용하게 되죠. <어린 왕자>의 그 유명한 문장이 생각나지 않습니까? 이 장에는 이 사례 말고도, 요즘처럼 일반 빵가게 죽어나는 프랜차이즈 제과점의 홍수 시대에, 안산 신도시에서 꿋꿋하게 지방 최고의 명소로 자리잡은 제과점의 이야기도 소개됩니다. 이 제과점의 "고객 우선, 감성 전달"의 마케팅은 그것만으로도 주목할 만하지만, 더 놀라운 건 제과점 내에서 직원을 교육하고 다루는 방식, 나아가 "기업(규모가 작아도 기업은 기업입니다)"을 경영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일반 자영업자들이 크게 반성하고 참조할 점을 시사하고 있었다는 건데요. 이 사항은 리뷰의 좀 뒷부분에서 논급하겠습니다.


사실 책의 주제와는 좀 무관한 부분이긴 합니다만, 안산 제과점의 경우는 마케팅 개념의 혁신에만 장점이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엄밀히 말해서 주제와는 다소 상반되는 느낌마저 듭니다만, 이 제과점의 경우 WHY에만 초점을 둔 게 아니라, WHAT에도 분명히 방점을 찍고 있는 셈입니다. 그 증거로 1)빵은 아침에만 굽는다는 고정 관념을 깨고, 현실적으로 한국 직장인들이 빵을 사가는 오후에 맞춰 구워 낸다(빵이 일용식인 서양에서나 맞는 관습이었죠. 저도 이 생각은 언제나 들었습니다) 2) 쿠폰제를 적극 활용하여 재방문을 유도한다(이는 WHY 마케팅 요소와 직접 연관이 있습니다. 기존 고객의 중시라는 대원칙에도 부합하고요) 3) 입자가 더 고운 빵가루를 사용하여, 결과적으로 더 우수한 품질의 빵을 제조해 낸다(전형적인 WHAT요소입니다). 다 시 말씀 드리지만, 책의 컨셉과는 안 맞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건 책의 구조미를 따지는 일이 아니죠, 죽느냐 사느냐 하는 비즈니스판에서, 같은 책에서라도 뭐 하나 유용한 정보를 더 건지면 그게 남는 장사입니다. 좋은 정보가 많아서 독자는 그저 고맙네요.


요즘 어쩌다 전철을 이용하면, "이런 사람들도 이처럼 대규모 광고를 론칭하나 싶게, 창의적이고 재기발랄한 자영업자들의 PR 실례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구체적 거명은 하지 않겠습니다만). 그런데 이 책에서도, 그런 광고의 컨셉과 거의 일치하는 좋은 예를, p94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정서와 감성에 호소하는 새로운 트렌드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예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올해 초에 필립 코틀러의 신작을 읽고, SCR(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그의 주장에 깊이 공명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SCR이라는 게, 다른 관점에서 보면 결국 "왜 우리 기업에서 물건과 서비스를 사셔야 하"는지, 그 이유를 납득시켜 주는 하나의 방편입니다. 이게 꼭 사회학이나 윤리학의 이슈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당신네 기업은, 내가 지속적으로 상품을 구매해야 할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그것이 바로 내가 당신 기업의 고객인 이유이다. 이게 바로 이 책 저자의 주장이기도 합니다. SCR의 존재기반이 참 여러 차원에서 마련되는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앞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이 책의 본체적 컨텐츠는 1장과 2장에 있습니다. 1장은 사회의 거대한 트렌드에 대한 개관입니다. 마케팅에 아무 관심이 없더라도, 이 1장은 일독의 가치가 있습니다. 경영이라기보다는 인문의 비전을 던져 주는 바 있습니다. 혹시, 여기저기서 들어 본 이야기의 반복이다 같은 반응을 보이는 분에게라면, "세상을 좀 긍정의 시선으로 보라."는 한 마디를 던지고 싶네요. 저는 아주 유익하게 읽었거든요. 2장은 다양한 사례(어떤 건 일본의 익잼플이 아닐까 싶지만, 대체로 저자가 직접 보고 겪은 국내의 사례들입니다)가 실려 있어, 페이지가 술술 넘어갑니다. 구경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의 특이한 점은, 거기에 그치지 않고 좀 다른 주제까지 다루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3장의 제목은 One&Only 회사를 만들다. 4장의 제목은 비즈니스가 요구하는 능력입니다. 이 내용들은 딱히 마케팅 관련도 아니고, 책의 핵심 컨셉과도 직접 연결사항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자가 직접 체험하고 통감한 현장의 감이 듬뿍 담겨 있어서, 어느 구석을 읽어도 도움이 된다는 점입니다. 3장의 내용은 주로 중소 규모 기업의 경영자가 참고할 내용인데요, 그 핵심은 회사의 정체성 자체를, 대체불가능한 소통의 대상으로 소비자에게 각인시키라는 게 핵심입니다. 그렇게만 놓고 보면 결국 마케팅론 아닌가 생각하시겠지만, 조직 구조 리빌딩 작업(인적 자원 관리)에 대한 많은 시사가 주된 내용이므로, 굳이 마케팅 개념으로 보자면 그 최광의적 확장이 아닐까 생각도 듭니다. 원 앤온리의 개념은 많이들 들어 보셨을 테므로 반복하지 않습니다만, 이 책에는 가장 최근의 실제 사례가 실려 있어 역시 부담 없이 읽어 나갈 수 있다는 게 좋습니다. 읽기는 편하게 읽어도, 머리는 긴장을 시켜야 독서의 보람이 있을 것입니다.


4장은 결국 이 책의 총정리 파트입니다. 앞에서 말한 WHY 컨셉과 원앤온리 아이덴티티 형성이, 얄팍한 눈가림이나 상술이 아니라, 경영자 인격 자체의 변혁과 탈바꿈이 근본 추동력으로 작용해야 한다는 결론입니다. 사람이 바뀌어야 스토리도 진정성 있게 생기고, 그 스토리를 체화한 직원들도 CEO의 스피릿을 잘 소화하여 손발이 척척 맞는 유기체로 재탄생이 가능하다는 요지입니다. 이 모든 주장이, 일관되게 "실제사례"라는 강력한 물증의 뒷받침이 이뤄져 있기에, 이 책은 원앤온리의 가치를 지니는 것처럼 보이네요. 좋은 책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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