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될 것이다 - 구본형의 자기경영 1954-2013
구본형 지음 / 김영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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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우리 곁에 있어 줄 것만 같았던 소중한 존재의 상실, 떠나감은, 떠나간 대상의 그것보다 더 크고 깊은 차원의 슬픔을, 남겨진 우리 자신에게 안기고 떠나간다는 게 문제입니다. 언제나, 남겨진 사람의 상처와 몫으로 남는다는 게 문제입니다. 고인이 스스로 작명하여 우리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뜻으로 그를 향해 불러 주곤 했던 애칭 그대로, "변화경영사상가"로서 그리 길지도 않으셨던 삶을 산 구본형 선생, 하지만 그가 남긴 글과 말은 제법 두툼한 두께의 유산으로 우리 곁에 남아 있습니다. 적지만도 않은 추억에 우리가 그러냐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는, 더 많은 소출을 기대할 수 있었던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우리의 소홀함으로 인해 아까이 떠나 보내고 말았던 그 자책에 기인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뼈어난 글과, 더 빼어난 안목, 실천의 자취로 우리의 영혼에 깊은 흔적을 남긴 "스승"은, 방대한 양의 전집으로, 떠나간 그를 애상하는 일도 의미 깊으며, 반대로 간이하나 압축적인 한 권의 집결로 보다 편하게 우리 곁에 두는 일도 적지 않은 위안과 효용을 가져다 줍니다. 이 책은, 故人이 생전에 남긴 에세이 중 가장 정수다 싶은 명편을 뽑아, 예쁜 디자인으로 엮어 낸 한 권의 대표 선집입니다.


그 는 거창한 말로 존재를 과시하는 유형도 아니었고, 감동적이면서 폐부를 찌르는 생활형, 실천형 전도사였기에, 또 생전의 그가 누누이 강조했듯, 삶과 그 열정의 일부와 작용으로 글쓰기에 전념했던 분이었기에, 사실 어떤 글을 읽어도 선집 통독, 탐독의 효과가 남을지도 모릅니다. 그를 존경하고 사랑했던, 아니 지금도 여전히 그러한, 우리 독자와 "제자"들이 무엇을 랜덤으로 가려 뽑아 읽어도 의미 있는 추출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남겨진 이들 중에도 더 각별하고 농도 진한 인연으로 생전에 그를 보필했던 분들의 솜씨와 땀이 배어 추린 글들이라면, 그 의미는 더 확충될 수 있겠죠. 이 책은 바로 그런 책입니다.


이 책은, 어쩌면 그들의 스승의 부활, 불멸을 기도하는 제자들의 애타는 바람일지 모릅니다. 그 증좌는, 책의 편제가 "봄-여름-가을-겨울-그리고 다시 봄"의 꼴로 짜여지고, 이 5개의 장 안에 그 성격에 걸맞는 에세이들이 알뜰히 열을 지어 편입되어 있다는 사실이죠. 계절은 그 소생과 성숙, 결실과 동면, 그리고 다시 소생하는 감동의 사이클로, 우리 인간이라는 종에게는 무한에 가까운 느낌으로 반복되어 왔습니다. 유한한 생명을 불꽃처럼 태우다 스러진 위대한 스승도, 그 가르침과 영향만은 불멸의 그것으로 남아서 우리 곁에, 그리고 우리의 종이 지속되는 한 그 후손들의 곁에 영원히 살아서, 나고 자라며 피고 지다, 다시 거듭남의 주기를 무한히 반복하리라는 그 간절한 희망 말입니다.


글로 영원한 생명을, 살아서 그 치열한 실천과 가르침으로 우리에게 지속적 존경을 얻은 스승의 언명들은, 이 책에서 보듯 여전히 그만의 개성과 향취로 한 클러스터를 이루어 부지런한 생산의 굴뚝에서 피어 오르는 중입니다. 그 스승은, 이 책의 어느 한 편(p188)에 잘 나와 있듯, 학부 시절에 걸출하고 온화하며 인지한 한 분의 스승을 통해 그 인품과 영혼이 길러진 그런 분이기도 했습니다. 길현모라는 대석학이 바로 그분이죠. 학문의 기계적 정밀성 면에서보다, 한 인간으로서 밀도 높은 진정성으로 제자들을 감복하는 전인 교육의 대가였던 선생은, 다시 그 제자들 중 한 명을 이처럼 구루로 키워 내었고, 우리 역시 자기 계발의 알찬 생산과 피드백 과정 이면에 인문의 뒷받침이 존재해야만 한다는 걸 열렬히 지지합니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삶을 산 스승이 다시 스승을 낳았습니다. 무한한 선순환과 재생의 소통은, 이 작고 예쁜 한 권의 책으로 그 촉매와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점 다시 절감하는 독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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