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의전의 세계 - 대한민국 최고 의전의 이론과 실제
김효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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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자 김효겸님은 공무 섹터에만 몸담으신 분이 아니라 오랜 기간 동안 민간 분야에서 주로 컨벤션 기획 분야에서 정통한 솜씨를 닦아 오신 분입니다. 컨벤션이라고 하면 아직도 일반인에게 낯선 분야입니다. 하지만, 삶의 질이 이만큼이나 향상된 시대에, 의미 있는 기획 행사나 많은 수의 손님 접대를 함에 있어, 구태의연한 방식을 밀고 나가는 건, 상황에 따라 실무의 완수 레벨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의식은 더 이상 의식(儀式)의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그 구체적인 컨텐츠의 완성도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격식은 더 이상 허식(虛式)이 아닙니다. 이를 두고 외양의 꾸밈에만 치우친 공허한 show라고 폄하하는 분은, 비즈니스의 현실을 모르는 분입니다.

김효겸님은 지난 행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청와대에 몸을 담고, 5년 동안 대통령 의전의 모든 사항을 총괄한 분입니다. 대통령 행사의 의전은, 컨벤션 분야에 있어 최고 클래스의 노하우와 방법론, 세밀한 테크닉이 총동원되어야 하므로, 이의 수행은 예사의 집념과 수완으로 이뤄 질 수 없습니다. 종래의 대통령 의전이, 옛 방식의 고정된 절차와 컨셉에 사로잡힌 면이 없지 않았다면, 이 저자 김효겸씨가 청와대 업무에 새로 투입되어 진행한 사무는 민간의 참신함, 글로벌 트렌들의 과감한 도입으로 인해 그간의 구태를 완전히 벗었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지난 행정부에서는 유난히 국제 행사가 많았던 편입니다. 핵안보 국제 정상 포럼, G20 서미트 등 굵직굵직한 정상들의 만남이 줄을 이었습니다. 역대 정권 중에서 국제 행사를 나름 큰 규모로 열지 않은 때가 없었습니다만(한국이 워낙 고속 성장을 이뤄 낸 나라이기도 하니까요), 결국 그 과실은 지난 행정부 때에 집중 수확을 했다 할 만큼 연이어 벌어진 감도 있습니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세계로부터 찬사를 받아 가며 행사를 무난히 마친 분의 회고담이라서, 내용 하나하나에 깊은 사려와 구체적인 디테일이 담겨 있어서 좋았어요.

아 무리 성공자의 자랑스러운 기록이라고는 하나, 너무 빈틈없는 필치로 빼곡히 이어지는 자랑거리만 있으면 읽기에 부담스럽습니다. 이 책에는 자신의 실수와 패착에 관한 솔직한 기술도 여럿 나와 있어서, 독자로서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좋은 점도 있었어요. 특히 "어의(御衣) 상실"에 관한 일화는 독자로 하여금 큰 웃음을 짓게 만들어주더군요. 사람 사는 세상에 이처럼 빈틈과 실족의 요소도 있어야 하며, 한치의 오차를 허용하지 않는 대통령의전에서도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게도 하는 대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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