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가 답이다 - 당신을 둘러싼 모든 문제를 풀어줄 관계의 기술
켄 블랜차드 외 지음, 정경호 옮김 / 더숲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켄 블랜차드 할아버지는 우리에게 <칭찬은 고래도...>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책은 그의 단독 저작은 아니고요. 신시아 옴스테드, 마사 로렌스 두 분 여성과 공저입니다. 올해 새로 나온 이 책은, 간단하면서도 명쾌하고, 따라하기 쉬운 자기계발서입니다.


언제나 그는 자신만의 내러티브 특기인, 우화를 통해 사물을 쉽게, 그리고 그 이면을 통찰하는 법을 가르칩니다. 책은 1부와 2부로 나뉩니다. 1부에선 말하는 동물들(마치 둘리틀 선생 이야기나, 브레멘의 악단 같은 느낌입니다)이 등장하여, 우리에게 상징적인 설정으로 문제를 제기합니다.


베리힐 씨는 집에 여러 마리의 가축과 애완동물을 기르고 있습니다. 아내와 아이들은 이들 동물들을 무척 사랑하지만(7살 소녀 카일리와 갓난쟁이 빌리는 가끔 이들에게 고통의 원인이 되기도 하죠), 정작 가장 베리힐 씨는 동물들이 탐탁지만은 않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고양이 위스커스와 개 우프는 싸움을 벌입니다. 둘은 평소에도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기어코 사소한 일을 빌미(우프가 위스커스의 꼬리를 밟습니다)로 큰 소동이 일어난 것입니다.


베리힐 씨는 이들 어리석은 동물들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습니다. 한심한 고양이와 개 뿐 아니라, 이참에 동물들 모두를 갖다 버리려고 합니다. 동물들도 큰일이지만, 동물들을 아끼는 아내와 아 이들 역시 마음 졸여합니다. 이제 동물들은 뭔가를 보여 줘야 합니다. 말썽을 부리지 않는다는 걸 실증과 행동으로 분명히 표시해야 하고, 확신을 주어야 합니다. 베리힐 씨는 이미 최후 통첩을 끝냈고, 부인과 아이들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다립니다. 신뢰의 구축은 동물들의 몫이며, 누가 끼어들 수 없습니다. 그들 스스로 해 내야 할 과업입니다.


동물들은 그들만의 비대위(?)를 구성합니다. 일단 가장 말썽 많은 고양이 위스커스와 개 우프에게 다짐을 받아 내어야 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신뢰라는 게 어디 하루아침에 완성되겠습니까? 이 둘은 일단, 그들 자신 사이에 진정한 신뢰를 만들어야 하죠. 그리고 그 신뢰를, 바깥을 향해(특히 베리힐씨) 확증시켜야 합니다. 위스커스와 우프는 그나나 순탄치도 않은 과정, 때로는 더 심한 관계 악화까지 다 겪고 나서, 비로소 그들 사이에 신뢰를 완성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생각지도 않은 시련이 다가오네요. 베리힐 씨는 그 자신의 의지와도 관계 없이, 그 자신의 능력을 인정 받아, 좋은 포스트로 승진하게 된 것입니다. 근데 이 과정에서 베리힐 씨는 이사를 해야 하고, 새로운 거주지에서는 동물들과 동반한 삶을 살기가 적절치 않습니다. 기껏 어려운 과업을 해 내었더니, 이제는 외부에서 새로운 고난이 닥친 것입니다. 이는 내부자들의 의지만으로 어찌할 수 없고, 심지어 손에 닿은 모든 변수를 어렵사리 통제한다 해도 해결이 어렵습니다.


그러나 동물들은 결국 해 내고(make it), 정든 인간 식구들과의 이별을 모면합니다. 이는 어찌된 일일까요? 답은 책에 있으니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어느 조직이건 내부 불화, 내부 균열을 막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직장은, 서로 피 한 방울안 섞인 이들이 모여, 현실적인 이익을 취하기 위해 모인 집단입니다. 이익 사회, 혹은 2차 집단이라고도 하죠. 어느 직장이건 내부 성원 간의 불화와 알력이 있기 마련인데, 모든 조직의 일차 과제는 이를 화학적으로 치유하는 것입니다. 요증은 일시적인 봉합만으로는 문제가 해결이 안 된다는 데 의견이 일치하는 것 같습니다.


이 단계가 마치 이 우화의 위스커스와 우프의 다툼과 유사합니다. 그런데, 개별 성원 간의 다툼과 이견은, 경우에 따라 조직 전체의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습니다. 베리힐 씨가 거추장스러운 동물 전체를 청산해야겠다고 결심한 게 바로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 때 내부 신뢰를 다지기 위한 첫 단계가 바로 능력 있는 존재임을 행동으로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우프가 위스커스에게 어필한 것은 그저 말뿐인 아첨이나 감정적 제스처가 아니라, "내가 너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임"을 행동으로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이게 우리 보통 사람들의 생각과는 다른 점이더군요. 블랜차드 할아버지는, 결국 '능력 없는 사람과의 신뢰란 아무 짝에도 쓸모 없음.'을 암시하고 있다고도 보입니다. 어찌 보면 참 냉혹해 보이지만, 이 책이 도덕 교과서가 아닌 자기계발 서적임을 감안할 때, 실리적인 해법을 제시했다고 봐야겠습니다. 다른 방법으로 보면, 이것저것 다 가능한 옵션이 있을 때, 신뢰를 쌓고 싶은 상대에게 가장 확실한 시그널을 보내는 방법은 "나에게 너를 도울 능력이 있음"을 보이는 것 아니겠나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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