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한 애피타이저 달콤한 디저트 - 하나님 안에서 마음껏 날기 위한 기독 청년 매뉴얼
문상현 지음 / 베가북스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어쩌면 인생 자체가 이 말 하나로 정리될 수 있을 것도 같아요. 물론, 태어나면서부터 은수저를 물고 세상에 고고의 성을 울린 인생이라면 모르지만, 설사 그런 축복 받은 경우라도 학교생활, 사회생활을 겪으면서부터는 가정과는 다른 분위기로부터의 시련, ordeal, '시험'에 들 수도 있을 테니 말이죠.


에모리 대학은 미국 동부에서 명문으로 치는 오랜 사학입니다. 우리 나라에서도 20년 전 국무총리를 역임한 이홍구 씨 같은 분이 한국인으로서 이 대학의 동문입니다. 저 자 문상현 목사님은 감신대를 졸업하고, 석사를 이 에모리 대학에서 마치신 분입니다. 이 책에는 목회자의 길을 완성하기 위해, 머나먼 타국에서 힘든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을 따라가느라, 한편으로는 예수의 참된 길을 놓치지 않고 진리요 생명의 길로 이끄는 그 실마리를 부여잡느라 분투 중인 젊은 유학생의 모습이 선하게 담겨 있습니다. 종교를 떠나서, 유학 혹은 단기 연수라도 미국 땅에서 겪어 본 분이라면,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에 공감할 수 있을 것 ?J습니다.


심각한 고민을 함께 해야 할 것 같은 에피소드가 있는가 하면, 아 목사님들 역시 우리 보통 사람들이 겪는 고민, 아니 훨씬 한심한 수준의 갈등을 다 치러 내는 중이구나 하는 대목이 많았습니다. 우리 국내 학교에서도, 시험 일자는 다가오는데 준비해 둔 건 없고... 막막할 때가 있죠. 저자분도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어서 엉엉 울어버린 일이 부지기수라고 합니다. 그때마다 필생의 반려자인 분의 격려가 있었고, 궁극적으로는 주님의 따스한 원호로 이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다름 아닌 공부가 한 인생의 앞길에 시련, 시험으로 작용했다면 피식 실소를 머금을 분도 있을지 모르지만, 어디 세상 사람이 다 원희룡 천정배 반기문이겠습니까. 그 사람들도 알고 보면 공부가 힘든 시간이 다 있었을 겁니다.


편의점에서 5천원을 거슬러 받아야 할 것을, 어설픈 알바생이 5만원을 거슬러 줬다고 합니다. 아마 그 알바생은 나중에 결산 시에 점장님께 치도곤을 맞았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우리의 목사님도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지, 한순간 이걸 그냥 가져? 하고 고민을 하셨답니다. 사람이 참 거기서 거기죠? 헌데 저 같으면, 주인도 아니고 그 알바생이 불쌍해서라도 바로 돌려 줬을 것 같네요. 5만원 가지고 요즘 같은 물가에 뭘 푸짐하게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깨끗하게 양심대로 사는 게 오히려 약은 길입니다. 챙기는 건 자기 노력, 자기 머리가 조금이라도 개입된 일이거나, 내가 양보해 봐야 아무 수가 안 날때나 챙기는 거죠.


아무튼 이 책은 저자의 솔직함이 돋보여서 좋습니다. 인생은 과연 첫술에 배부르지 않고, 전채를 쓰디쓴 맛으로 만들어 안기는 게 보통입니다. 이게 일종의 백신 접종이죠. 하지만 그 다음은? 어지간히 약골이거나 운이 나쁘지 않고서야 같은 질환을 두 번 되풀이하지는 않습니다. 어 떤 이들은 과잉적응라도 하는 건지, 극복한 시련으로부터 나쁜 교훈을 배워 타인에게 고통을 안기기도 합니다. 세상에는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고, 그로부터 자아가 받는 고통 역시 다채롭고도 심대합니다. 하지만 이런 은총으로서의 시련을 다 치른 후, 영적 육적 건강을 고루 갖춘 성도가 되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떨까요? 그에게는 주의 축복이 이미 먼 천국이 아닌, 지척에서 그 향내를 풍길 것입니다.


이 책 103페이지를 보십시오. 창세기에서 신은 인간을 창조할 때, 생기를 불러 넣었다고 말합니다. 유태인들은 인정하지 않지만, 기독교는 이를 두고 성령(holy spirit)으로 해석하죠. 히브리어의 רוח라 는 단어는이 장(이 책에서 말하는 창세기 2장 7절)에 나오지는 않습니다만, 어쨌든 이 대목이 신의 숨결을 지칭하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바로 신약에서의 프뉴마와 동일하죠.(책에는 오타가 나와 있습니다. pnema가 아니라 pneuma입니다. 헬라어 철자로는 πνεῦμα라고 씁니다)


젊은 시절은 언제나 오류와 방황으로 가득한 시간입니다. 걷잡을 수 없는 열정은 청년을 잘못된 길로 인도하기도 하고, 때로는 치명적인 실수를 하게 만듭니다.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지만, 세상의 공평한 이치인지 리스크 역시 만만찮은가 봅니다. 이 책은 특히 기독교 신지이면서 유학생인 분들께 좋은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겠지만, 보편적으로 우리 젊은이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좋은 소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