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 인 Lean In - 200만이 열광한 TED강연! 페이스북 성공 아이콘의 특별한 조언
셰릴 샌드버그 지음, 안기순 옮김 / 와이즈베리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저 커버그가 곧 내한해서 한국의 여러 요인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합니다. SNS의 상업적 확산과 그 성공은 이미 한국의 경우 '싸이월드' 등을 통해 일찌감치 그 가능성이 확인된 바 있습니다만, 정작 시기 면에서 더 일렀던 우리가 글로벌 플랫폼을 만드는 데는 실패했죠. 저커버그가 만든 페이스북의 경우 트위터보다 싸이월드 시스템에 더 근접하는 포맷이었고, 또 (아직도 나이가 젊은) 저커버그 자신의 드라마틱한 성공담이 비하인드 스토리로 기업 사례 연구에 부록처럼 결부되는 바람에, 사실 사업체 자체에 대한 냉정한 통찰과 전망과는 별개 문제로, 페이스북은 언론과 대중의 대단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셰릴 샌드버그는 페 이스북의 드라마틱한 부상 과정 외의 면에서도, 이미 디즈니나 구글, GOSO 같은 유수의 대기업에서 화려한 경력을 쌓은 바 있어서 이코노미스트나 FT에서 자주 본 이름입니다. 우리 나라의 모 정치인도 (현재의) 실물보다 과도하게 예뻐진(보정된?) 커버 이미지로 화제가 된 일이 있지만, 샌드버그 여사(그녀는 이미 40 중반에 접어든 중년이고, 힘차고 맹렬하게 살아 온 커리어를 반영하듯 약간은 나이의 흔적이 짙게 드러나는 외모입니다)의 이 책 사진은 마치 영원한 꿈과 희망의 포도주통에 자신을 바닥까지 담글 권리가 있음을 선언하는 소녀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저런 유순하고 평온한 이미지와는 달리, 그녀는 (젊다못해)어린 시절부터 매킨지 앤 컴퍼니,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의 비서관 등의 직책으로 화려한 경력을 수놓은 엘리트 중의 엘리트입니다.


이 런 그녀가 새파란 나이의 저커버그 아래에 들어가, 2인자라고는 하나 어쨌건 아직 경력이야 일천한 청년 사업가의 휘하에서 다소 의외의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녀의 지난 발자취가 언제나 일반의 예상 범주에 드는 것들만은 아니었습니다만, 이런 다소 독특한 선택을 이해하려면 그녀의 퍼스낼리티를 알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과연 페이스북과 SNS 엔터프라이즈는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성장이 기대되는 중인지, 그들의 사업은 과연 viable한지, 이를 분명히 통찰하기 위해서는 공시된 표피적 기업 사정 외에도, 기업 의사 결정의 최상층부를 이루는 인사들의 컬러에 좀 더 주목할 필요가 있기도 합니다.


이 책은 한 여성의 출세담과 감동적인 석세스 스토리라는 점 외에도, 기본적으로 이런 두 가지 점에서 투자자에게 좋은 정보를 제공해 주는 책입니다. 물론 특히 젊은 여성들은, 이번에 내한하는 셰릴의 이렇게나 화려한 성공 사연을 읽고 좋은 동기 부여의 수단으로 삼을 수 있겠죠. 허나 저는 좀 더 냉혹한 시선(?)으로, 과연 그녀가 현재 2인자로 몸담은 페이스북의 성장 전망이 얼마나 될지, 셰릴 자신의 그닥 짧지만은 않은 인생을 담은 자서전격인 이 책에서 정보를 적지 않게 얻을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책 의 서문에도 나와 있지만, 이런 성공한 여성들의 스토리란 어느 정도 스테레오타입적인 면이 강합니다. 시고니위버의 <워킹걸>, 샌드라 불럭의 <프러포즈>에서 묘사된 그대로의 모습은, 어찌 보면 '진짜 워킹걸'인 셰릴 같은 이의 고독과 고충을 외부인이 제대로 이해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의 장점은, 셰릴이 미처 드러내고 싶지 않을 것만 같은(셰릴은 대단히 진솔한 타입이라고 하니, 이건 그저 평범한 우리들의 선입견일지 모르죠) 사적(私的)인 사연까지 이 책에서 털어 놓고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그녀가 대학에 입학했을 때 처음엔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었으며, 다른 빼어난 학생들은 호메로스(호머)의 <일리아스-오디세이아>를 원문-그리스어 원문-으로 읽어 보기도 했으나(비율은 1/3이었다고 합니다), 자신은 그런 경험이 없었다는 말, 나중에 교수진에 물어 보니 "넌 성적이 아닌 개성 덕에 입학이 허가된 거야."라는 대답을 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대한 셰릴의 감정적 정리 반응이 재미있습니다. 위안이 되었다고 합니다(원서에는 짧게 'comforting'이라고 한 문장으로 처리되어 있습니다. 쿨한 그녀의 성격을 잘 보여줍니다).


책 의 처음 못지 않게 중간 이후에도, 아마 영어로 sibling rivalry라고 표현되는, 그녀의 남동생과의 묘한 심리 관계가 자주 등장합니다. 분명 객관적으로 남동생보다 훨씬 성공한 삶을 살아 왔을 그녀이지만, 그녀의 부친(당연히 남동생의 부친이기도 한 분)을 롤 모델로 삼고 성장했다는 그 남동생의 개성에 대해, 생의 결정적인 순간 많은 의식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거죠. 남동생의 경우, 데이트가 성공적이지 못하면 "걘 오늘 멋도 모르고 킹카를 찬 거야!"같은 호기를 부리는 자신감이 언제나 충만했다는 건데, 셰릴은 그렇게까지 상황을 낙관할 수 없었던 게 대부분이었다고 술회합니다. 그녀가 곤경에서 탈출할 수 있었던 건 언제나, 자신에 내재한 심리적 추락 충동을 극복하고 회복하는 그 순간이었다고 말합니다. 우리식으로는 "나의 라이벌은 언제나 내 자신이었을 뿐이다."정도겠죠. 그런데 이런 자세를 그녀는 자신의 남동생으로부터 배웠다는 겁니다.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미국에서는 엘리트 중의 엘리트인 그녀가, 성장 과정에 딱히 제약이나 걸림돌이 없이 평탄한 과정을 밟아만 온 그녀가, 이중의 질곡에 시달릴 숱한 평범한 여성들에 대해 쓴 충고를 할 자격이 있는지를 반문하곤 합니다. 그런데, 앞서도 적은 바와 같이, 그녀는 딱히 빼어난 성적만으로 최고 명문 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던 건 아닙니다. 평범한 여성들이 겪는 고난을 운 좋게 피할 수 있었는지 모르지만, 섬세하고 상처 받기 쉬운 내면의 여러 걸림돌로부터 그땓그때 슬럼프를 탈출하고, 공고한 남성 위주의 비즈니스판에서 최고의 임원으로, 그리고 범상한 자질의 보유자가 함부로 넘볼 수 없는 최고 공직의 주변까지 두루 거친 지위에 오르려면, 그게 타고난 조건만 좋아서야 어림 없는 일이라 생각되네요.


그 녀가 구글을 떠났을 때, 그녀를 따라 페이스북으로 옮겨 온 일단의 인재 그룹을 놓고 보면, 비율상으로 오히려 여성이 더 적었다고 합니다. 인상도 그렇고 이 책에서도 온화한 톤으로 무난한 이야기만을 말하고 있는 듯한 그녀지만, 위험 회피(경제학용어죠. risk averse)적 태도는 험난한 사회에서 생존과 승진을 도모하는 데 장애가 될 뿐이라고 매섭게 몰아붙입니다. 이 책이 그저 달콤한 성공 사연을, 어린 여성들에게 솔깃한 어조로 좋게 포장해서 들려주는 내용이라고 여긴다면 아마 큰 착각일 겁니다. 점잖은 표현 속에, 성장과 성공을 위한 쓰디쓴 각성제가 잘 녹아 있는 멋진 작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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