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하라 - 존중받는 직원이 일을 즐긴다
폴 마르시아노 지음, 이세현 옮김 / 처음북스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경 영학은 모든 학문으로부터 자양과 지류를 흡수하는 강과 같습니다. 그렇다고 경영학이 모든 학문의 궁극적 귀결이라든가, 최종의 목적이라고 말하는 건 아닙니다. 그렇기는커녕, 아직도 많은 非경영학도들은 경영학을 두고 "받기만 하지 주지를 않는 학문"이라고 비웃기도 하죠. 여기서 주지 않는다는 건, 경영학이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럴 리가요. 그저 다른 학문이 <경영학>이라는 셈물에서 직접 길어 올릴 것이 부족하다는 뜻일 뿐이겠죠.


다른 말로 하면, 경영학을 공부하면 많은 다른 학문(꼭 인접 분야도 아닙니다)에 대해서도 유식해진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심리학, 사회학, 수학, 통계학, .... 특히 요즘 각광 받는 인적자원관리(HR-예전에는 인사관리라고 불렀죠)는, 직접적으로 심리학과 통계학의 영향, 수혜를 입은 학문입니다. 이 분야를 공부하다 보면, 심리학의 여러 이론에 대해 제법 밝아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물론 아주 심층적인 최신 성과는 아직 반영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만. 어쨌든 요즘 <통섭>이다 뭐다 해서 새로운 학제간 연구, 융합의 바람이 불고 있는 현실이지만요, 경영학은 처음부터 복합 과학의 성격이 컸던 덕에 통섭 이전부터 통섭을 알고 있었던 듯합니다.


이 책은 인간관계론에서 그간 초미의 관심사였던 인센티브를 통한 동기부여 이론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는 이론을 전개한 책입니다. 제목만 보면 무슨 인상을 받으시나요? "직원들을 당신의 가족처럼 여기고, 사랑하고, 감싸 줘라. 그럼 그들이 성과로 보답할 것이다." 물론 그런 내용도 있습니다. 그런 정도가 아니라, 5장부터 11장까지는 그런 추상적이면서도 듣기만 해도 가슴 뿌듯해지는 화제로 가득 차 있습니다. 마지막 12장은 이 모든 덕목을 어떻게 실천에 옮길까 하는 내용이구요.


이 책은 이론과 실천 두 가지 면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먼 저 이론 면에서는, 앞서 적은 대로 종래의 인센티브 체계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매우 과감하고 대안적인 주장을 폅니다. 그가 들고 있는 비유는 이렇습니다. "며칠까지 마감을 준수하면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는 회사가 있다. 직원들은 이 인센티 브를 얻기 위해 열심히 작업한다. 그런데 갑자기 마감기한을 준수하지 못할 사고가 생겼다. 이 때 a그룹은 <어쩔 수 없으니 포기하자>였고, b그룹은 <그래도 가능한 일을 찾아서 할 수 있는데까지 해 보자>였다. 전자는 단지 동기부여만 되어 있었고, 후자는 몰입도가 높은 그룹이다. 동기는 일시적이고 변덕스럽지만, 몰입은 지속적이고 충성스럽다."


어떻습니까? 기존의 이론에 부분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수준이 아닙니다. 분명 이 대목은 읽다 보면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듯 신선한 충격을 받습니다. 과연 맞는 말 아닐까요? 아름답고 감동적이기까지 한 논리 전개입니다.


저 자는 이런 말도 하고 있습니다. 이분은 소위 <몰입도의 전도사>라고 할 만해서, 각지에 이 주제를 가지고 강연을 다닙니다. 한 청중이 그의 강연을 듣고 나서, "와ㅡ 그거 좋네요! 우리 직원들한테도 몰입 좀 하라구 말해주세요!" 저자는 이 일을 소개한 후, "이런 식으로 직원을 몰입하게 할 수는 없다."며 불쾌한 듯 덧붙이고 있습니다.


그 런데 저는 이런 생각이에요. 저 청중은 과연 저자의 열심 강연을 듣고도, 이해도가 떨어져서 그런 리액션을 보였을까요? 그보다는 "말은 좋다!" 같은, 일종의 비판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렇죠. 동기부여는 일시적일 뿐입니다. 단물을 다 빼고 나면, 그 다음은 과감히 회사를 등질지 모릅니다. 반면 회사에 충성하는 직원은 거리에 휴지 하나 떨어진 걸 보지 못하고 자진하여 처리합니다. 그러나, 이는 어찌 보면 기술적인 실천 사항이 아닌, 도덕심 함양이나 제고의 차원이 아닐까요? 만약 그렇다면, 이는 경영 기법으로 다루기에는 조금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회사의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의 방법이 요구될 테니까요. 반면 인센티브란 회사의 여건 불문 어느 정도 공통적입니다.


몰 입도 증진의 방법도 그렇습니다. 애사심을 갖는다. 인정한다, 칭찬해 준다. 다 좋죠. 하지만 이런 방법이 어디까지 효과를 유지할까요? "회장님, 말만 하지 마시고 돈을 주세요!" 나중에는 이런 직원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처음부터 몰입 경향이 낮지만 능력은 빼어난 직원이라면, 몰입 교육을 아무리 시켜 봐야 하는 척만 하고 말지 모릅니다. 이런 직원에게는 종래의 인센티브 제도를 유지하는 게 더 나을지 모릅니다.


존 증은 말만으로 실현되지 않습니다. 보상에는 여전히 금전이 결부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직원 존중을 유도하고 생산성을 장려하다간, 직원이 아닌 거의 동업자 수준으로 대우를 향상해야 할지 모릅니다. 물론 좋은 일이죠. 하지만 과연 얼마나 많은 사장님들이 이 방식에 선뜻 동의하고 나설까요?


저 자는 고학력자답게 언어 사용에 있어 상당히 까다롭고 신중합니다. 심리학 용어인 <긍정적 강화, 부정적 강화>를 많은 사람들이 잘못 쓰고 있다고 합니다(예를 들어 84페이지, 현장에서 몰입 여건의 정의와 몰입 정의를 구분하지 않는다는 불평). 그렇긴 합니다만, 본인이 예로 들고 있는 <엄마가 우는 아이를 안아 주는 일>이 과연 부정적 강화일까요? 안아 주는 일은 불쾌한 자극을 없앤다기 보다, 안아 준다는 유쾌한 자극을 제공하는 일입니다. 그러면 그건 긍정적 강화지요.


engagement 가 이 책의 핵심 단어입니다. 그런데, 이 단어는 <참여>라는 좋은 다른 뜻도 있습니다. 실제로 이 책에서 말하는 많은 경우 engagement는 <참여>의 뜻에 가깝습니다. <몰입>은 개인적인 열중만 말하는 것 같아서 부자연스럽습니다. <참여>라고 옮겼으면 어땠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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