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문제는 호감이다 : 똑같이 말해도 호감 있는 사람에게 끌린다 - 똑같이 말해도 호감 있는 사람에게 끌린다
전경우 지음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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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문제는 무기력이다>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책의 핵심은 <학습된 무기력>이라는 치명적인 <질병>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어떻게 하면 이런 위험으로부터 슬기롭게 탈출할 것인가의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내용이었죠(저의 예전 리뷰 참고). 그 책은 단순한 팁의 나열이 아니라,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문제의 원인과 처방을 제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보다 조금 뒤에, 저는 <매력자본>이라는 책도 읽었습니다. 이 책은, 한 개인의 자산을 구성하는 요소로, 기존 부르디외가 꼽던 문화-경제-사회 자본에 이어, < 매력자본>이라는 새 팩터를 논의에 추가한 논지였습니다, 저자는 캐서린 하킴이라는 페미니스트였는데, 자신의 독특한 견해와 입장을 주장에 잘 반영한 개성이 돋보이더군요. 물론 그 주장 하나하나에 동조하는지 여부야 별개겠구요.


한 마디로, 제목은 전자의 그 책을, 내용은 후자의 저작을 연상케 하는 면이 있어서, 기본 프레임으로 이 두 선행 독서를 염두에 두고 읽어나가자는 게 개인적 방침이었습니다.


제가 파악한 이 책의 내용은, 크게 두 가지 부분으로 나뉘는 것 같더군요.

첫 째는 팔로워십입니다. 부하 직원의 위치에 있는 사람은, 아무리 자신의 확고한 신념과 가치관, 혹은 대체 불가능한 능력이 있더라도, 조직 내에서 책임 있는 성원으로 장기 근무할 일을 고려할 때, 상사에게 일정한 예의와 존경을 바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퉁명스러운 대꾸는 어느 상사도 좋아하지 않으며, 에드워드 홀의 정의를 인용하며 "고맥락(high-context)" 의 대화, 혹은 소통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쉽게 이야기해서, 상사가 뭐라고 하면 눈치 100단을 발휘하여 몇 십 마디 뒤의 상황을 미리 캐치해야 한다는 거죠. 조금만 더 심하게 표현하면? 알아서 기는 일에 인색하지 말라는 겁니다. 팔로워십에서 거론하기는 다소 부자연스럽게 느껴졌지만, 이 장에서 일부 민주적이고 리버럴한 상사에게도 저자는 고언합니다. "위아래 없이 마구 대하는 걸 허용하는 상사는 결국 실패한다." 상사는 부하들에게 일정 선을 긋고 대해야 하며, 부하는 상사를 불가근불가원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게 결론이죠. 별로 듣기 좋은 말은 아니지만, 대체로 현대 한국의 직장 분위기를 감안할 때 틀린 구석은 하나도 없습니다. 너무 당연해서 맞고 틀리고를 논하는 게 새삼스러울 만큼요.

다 음으로 리더십을 논합니다. 이 대목 역시 좋게 말해 모범적이고, 나쁘게 말해 다소 고리타분합니다. 현 스타벅스 CEO 하워드 슐츠가 예시의 대상으로 나옵니다. 어려서부터 극히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그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일찍부터 알았다는 겁니다. 그의 경영철학은 "우리에게 최우선은 고객이 아니다. 파트너들이다."랍니다. 여기서 파트너는, 영어에서 이 단어가 갖는 뜻인 <공동출자자>나 <동업자>가 아니라, 자기가 고용한 부하직원이나 가맹점 점주, 혹은 지배인을 말합니다. 실제로 그는 어느 <파트너>가 죽었을 때 지체없이 빈소를 방문해서 거의 상주 노릇까지 도맡아하는 놀라운 모습을 보였다고 합니다. 물론 감동적이죠. 이 일화에 이어서는 페덱스의 철저한 직원 중심 경영 풍토가 소개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의 공통점은, 윗사람은 아랫사람을 어버이처럼 자상하게 챙길 줄 알아야 한다는 거죠. 윗사람은 물론 아랫사람이 지나치게 허물 없이 대하는 걸 허용해선 안 되지만, 그건 리더십 파트가 아닌 팔로워십 파트에서 논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저는 지금 <존중하라, 존중받는 직원이 일을 즐긴다>와 <win의 거듭제곱>이라는 책을 함께 읽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둘 다 성공적인 기업체와 경영의 혁신, 모범을 논하면서, 이 책이 이야기하고 있는 전통적인 직장상과는 정반대의 논의를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권위 의식, 차별화, 위계질서, 느슨하지 않고 철저한 규율과 매뉴얼에 의해 돌아가는 분위기 따위는 이미 낡았다는 게 저 두 권의 논지인 반면, 이 책은 저 두 책이 철저히 배격, 혹은 지양의 대상으로 삼는 것들을 예찬하고 있습니다. 과연 독자는 어느 장단에맞춰야 할까요? 개인적인 선호와 철학, 처한 환경(어느 직장에 다니는지)에 따라 결론을 달리할 일이지만, 어느 하나만을 골라 폭주하는 건 경계해야겠죠. 중용만한 답은 어느 시대에도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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