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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인가, 세상인가 - 미처 몰랐던 내 안의 우상 버리기
피트 윌슨 지음, 이지혜 옮김 / 아드폰테스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피트 윌슨 목사의 담담하면서도 열정적인 목소리가 잘 담긴 책입니다. 기독교인의 영원한 고민거리는, 좋아하는 가치 중 서로 모순되는 둘을 동시에 선택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기독교 서적 중 하나가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 는 찰스 셀던의 소설입니다. 좋은 기독교 서적, 혹은 신앙 서적의 조건이란, 원초적인 물음과 요구에 대해, 돌아가지 않고 정면으로 찛러 주는 대답을, 나 대신, 혹은 멀리 계신 신 대신에 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이에요. 그 셀던의 소설을 보면, 얼마나 명쾌한 질문을 던지고, 또 대답하고 있습니까? 신앙과 세상적 삶의 충돌 문제는 관념이 아닙니다. 우리는 매일 전쟁과 같은 일상을 살고 있기 때문에, 막연하거나 정직하지 못한 둘러치기 해답은 우리에게 만족을 주지 못합니다.
신 앙인은 사실 세상의 욕구와 룰에 맞춰 거침 없이 살기가 힘듭니다. 자신의 욕구인지 세상의 유혹인지 모를 어떤 일을 하고 나면, 그건 꼭 신의 명령에 거역하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기가 쉽죠. 나를 지옥의 고통으로부터 보호해 주시는 보호막이지만, 동시에 그걸 해야 세상 살기가 편한 여러 가지 일들을 못하게, 혹은 삼가게 만드는 장벽이기도 합니다. 신앙과 세상의 요구는 서로 양립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게 문제입니다.
윌슨의 견해와 입장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그는 파워트위터리안이기도 하죠). 그 러나 최소한 이 책에서, 그는 여러 골치 아픈, 혹은 마음이 아플 수 있는 문제와 질문에 대해, 절대 돌아가거나 회피하는 대답을 하지 않습니다. 신앙의 요구를 배신하는 답도 아니면서, 일상의 골치 아픈 문제에 대해 시원하게 찔러 주는 대답을 해 주고 있습니다.
191쪽을 보면, 현대판 우상에 대해 윌슨은 멋진 논증을 하고 있습니다. 바로 순금으로 된 케이트 모스(슈퍼모델)의 모상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출애굽기에 보면 금 송아지를 만들어 섬기는 어리석은 민중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우리는 그 모습을 묘사한 대목을 읽으며 혀를 차지만, 정작 부질없는 육체를 숭배하고 감탄하며 음욕을 품는 우리의 모습은 무엇이란 말입니까? 현대의 금송아지가 바로 외모 지상주의를 부추기는 우리 시대의 상업주의와 퇴폐 문화임을 그는 시원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외모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우리들의 괜한 상심을 그는 효과적으로 힐링하고 있습니다.
제 가 감탄하는 점은 바로 여깁니다. 신앙은 사실 일상의 삶에 많은 제약을 가합니다. 그런데, 윌슨의 논변은 분명 신앙에 기반을 두고 있으면서도, 우리의 족쇄를 강화하는 게 아니라 시원하게 파쇄해 주고 있습니다. 그의 말대로입니다. 우리는 아름다운 외모라는 터무니없는 우상을 숭배하느라 신과 우리 자신을 끊임없이 배반하며, 정작 중요한 영적 의무를 소홀히합니다. 우리는 남에게서 받는 <인정(認定)>의 달콤함에 구속되어, 우리 자신을 진정한 자아와 신으로부터 소외시킵니다. 이와 관련, 윌슨이 다른 분의 말씀을 재인용하여 우리에게 설파하는 가르침은 참으로 탁월합니다. "7년 동안 라헬을 얻으려는 일념으로 쉼 없이 일했는데, 하룻밤을 같이 지낸 후 깨어 보니 레아였다." 세속적 가치만 추구하다 결국 허망하게 끝나고 마는 삶이 얼마나 부질없는지를 깨우치는 구절이라고 의미를 부여합니다. 읽고 나서 과연 그렇다며 고개를 끄적이지 않을 수 없었어요.
자 신이 속한 입장과 관계 없이, 신앙을 깊이 있게 고민한 사람이라면 반드시 한 번은 읽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는 심지어 불교의 가르침도 부분적으로 인용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사유의 폭이 넓고, 열린 마인드를 가진 분이라는 뜻입니다. 저는 읽고 나서 많은 팩터들에 대한 생각을 재고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