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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 더 포토그래피 (포토북) ㅣ 듄 시리즈
치아벨라 제임스 지음, 안예나 옮김 / 아르누보 / 2025년 5월
평점 :
이 책의 저자 중 한 분인 사진작가, 저술가 치아벨라 제임스는 대형기획 <듄(2021)>에서 촬영, 조명 담당이기도 했습니다. 그녀의 듬직한 체구를 보면 뭔가 작품이 나오고야 말 것 같은 신뢰가 생기는 듯도 합니다. <듄: 익스포저>에서 서문은 프랭크 허버트의 아들인 브라이언 허버트가 썼었는데, 이 책은 p271 이하의 제작 후기를 또 그가 집필하기도 했습니다. 고전 <듄>의 저술과 그 창작 배경에 대해 그 아들만큼 깊이 공감하고 또 증언해 줄 위치에 있는 사람이 또 누가 있겠습니까.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리에트 카인즈는 1984년 실사판은 물론 원작소설과도 상당히 다르게 이 2021년판에서 해석되고 표현되었습니다. 이 캐릭터는 p48의 흑백사진, p51의 컬러사진에서도 그로테스크한 로브를 걸치고 복서브레이드 헤어를 한 채 나오는데 샤론 던컨브러스터라는 (저는 잘 몰랐던) 여배우가 나옵니다. 얼굴만 보면 예전 배우 겸 감독 빌 듀크의 딸인 줄 알겠습니다. 나이도 얼추 그 또래인데 보면 볼수록 뭔가 신비하네요.
차니 카인즈는 원래도 여자였으며 이 2021년판에서는 젠데이아라는 (역시 제가 잘 모르는) 배우가 맡았는데 뭔가 동양인 같기도 하고 키도 멀대같이 큰 독툭한 분위기입니다. 하긴 기존 시리즈에 비해 이렇게 다양한 인종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나오니 뭔가 더 SF스러워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자미스 역은 1984년 영화에서는 나이든 백인 배우가 나왔었는데, 이 2021년판에서는 무섭게 생긴 흑인 중년배우가 나와서, 특히 폴과 격투하는 장면에서 박진감 있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p78에 그 스틸컷이 나오는데 표정만 봐도 살벌합니다. 이 격투 장면은 요르단의 와디 럼(Wadi Rum)에서 찍혔는데, 책 자체가 영화의 로케이션, 즉 요르단의 와디 럼, 부다페스트, 아부다비, 노르웨이 등으로 파트를 나누어 구성되었습니다.
중국어로 영화감독을 도연(導演)이라 합니다. 연기를 지도한다는 뜻이죠. p95를 보면 감독 드니 빌뇌브가 주연배우 티모시 살라메한테 뭔가 살벌한 표정을 지으며 바짝 붙어 지시하는데 살라메는 살짝 긴장하여 눈을 지그시 감고 그 지시를 경청하는 듯합니다. 두 사람은 거의 부자지간처럼 나이 차가 나는데 이 감독은 평소에는 온화한 사람 같지만 저럴 때는 진짜 무서워 보이네요.
p112에서 빌뇌브 감독은 검은 베일을 쓴 가이우스 헬렌 모히암 배역 앞에서 또 뭔가를 열심히 지도하는데 이 역을 (언제나 따스하면서도 이지적인 역을 주로 맡는) 샬롯 램플링이 맡았습니다. 저는 이 부인이 어떤 젊은 역을 맡았던 게 기억이 안 나고 항상 좀 똑똑한 중년 여성이었던 것만 떠오르네요. 레이디 제시카 역은 레베카 페르구손이라는, 저는 잘 모르는 배우가 맡았는데 특히 노란 베일을 쓴 p123의 컷이 인상적입니다.
<듄: 익스포저>의 공저자 중 하나인 조시 브롤린이 이 책 p122에서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이렇게 보니 그도 많이 늙은 모습이며 특히 이마선이 많이 후퇴하고 (분장 탓도 있겠으나) 저렇게 허옇게 센 수염을 보니 할아버지가 따로 없다 싶어 좀 슬퍼집니다. p125에서는 뭐가 기분이 좋은지 환하게 웃는데, 뒤에는 코믹하게도 방가사[番傘]를 펴서 쓴 스티븐 핸더슨의 코믹한 모습이 보이는데 이 노인은 투피르 하와트 역을 여기서 맡았습니다. 코믹한 모습은 p127에도 또 나옵니다.
영화에서는 소름끼치고 혐오스럽기까지 한 분장을 누군가는 걸칙고 나오기 마련인데, p163에는 아예 책에서 그 분장이 혐오스러웠다는 표현이 나옵니다. 누가 그랬다는 건가 하면, 스텔란 스카스가드가 연기한 하코넨 남작이 그랬다는 겁니다. 이 사람은 부트스트랩 빌 역을 <캐리비언...>에서 연기했는데 이 역도 영화 속에서 꽤 무서웠습니다.
<듄>을 좋아하는 팬들에게 정말 큰 선물이 될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