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차언니! 홍차를 부탁해 1 - 홍차의 정석 : 인도편
홍차언니(이주현) 지음, 정승호 감수 / 한국티소믈리에연구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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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리 알려진 대로 홍차의 본고장은 인디아, 그 중에서도 벵골 지방이 꼽힙니다. 이는, 이 책 p22 이하에도 잘 나오듯이 영국에서 오늘날 우리가 아는 홍차 문화가 발달하여 현대인들이 즐기는 원형을 만들었고 그들이 식민지였던 벵골 다즐링(p145)과 아삼 지방(p172 이하)에서 재배를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품종 개량 문제도 그렇고, 영국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중국으로부터 차 문화를 받아들였던 유럽 여러 나라의 양식은 세계 표준으로 자리잡지는 못했던 까닭이 있습니다. 책에도 잘 나오듯이, 티(tea)라는 말 자체가 중국의 차(茶)에서 나왔음을 생각하면, 중국이야말로 홍차 문화의 기원이 될 법한데 인문과 역사라는 게 그렇게 단차원적으로 흘러가지는 않는 듯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이 책은 중요사항마다 폰트 색깔을 달리하고, 강조해야 할 바를 다른 크기로 키워서 독자의 눈에 정보가 쏙쏙 들어오는 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마치 우리가 어렸을 때 보던 초등학교 전과를 보는 듯합니다. 영국은 스코클랜드의 스튜어트 왕조가, 호국경 올리버 크롬웰이 죽고 난 후 복벽되어 그 처음(전체로서는 세번째) 왕으로 찰스 2세가 왕위에 올랐습니다. 그의 배필은 브라간사의 카타리나였는데 책에는 여왕으로 나오지만 queen consort이겠습니다. 이 캐서린 왕비가 영국에 널리 보급한 게 중국의 차(茶)였습니다.

이때만 해도 인도에서는 마시는 차를 위한 재배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캐서린 왕비는 모국 포르투갈의 왕성한 동인도 무역(당시 명칭)을 통해 일찍부터 차(극단적으로 비쌌던 사치춤)를 음용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중국산의 수입이지, 고아(Goa) 등 포르투갈의 인도 내 무역거점에서 재배되는 게 아니었습니다(기후 조건도 맞지 않고). 책에서는 그 아득한 예전의 무역 관행과 재배 방식을 세심하게, 또 쉬운 문장으로 짚어 줍니다. 

p34에 나오듯이 홍차의 독특한 맛과 색깔은 그 산화 과정에서 나옵니다. 역시 책에서 잘 설명하지만, 말이 간단해서 홍차이지, 제조, 재배 과정이 지역마다 품종마다 모두 다릅니다. 라면은 본래 (두음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것만 봐도 알듯) 일본이 원산지이지만, 오늘날 세계를 휩쓰는 인스턴트 제조 라면은 그와는 너무도 다른, 면(noodle)과 국물 형태라는 것만 간신히 닮은 한국산 제품입니다. 책에서는 중국식 소종홍차(小種紅茶), 그리고 영국 정통의(만약 영국식으로 정통으로 삼는다면 말입니다) 오서독스 방식을 자세하게 소개합니다. 표가 많고 다이어그램으로 텍스트가 처리되었으며 사진이 많아 역시 보기 편합니다.

질소비료혁명으로 세계인이 기아선상에서 해방되었다고는 하나 몸에 해로운 화학비료, 유전자변형 등으로부터 자유로운 양질의 음식을 누구나 먹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홍차는 글쎄 한국에서는 대단히 고급스러운 기호품일까요? 좋아하는 이들은 매일같이 마시겠으나 이 상품의 가격이 단기 앙등한다고 해서 많은 이들이 피해를 볼 정도는 아닙니다. 17세기만 해도 유럽에서는 왕족 귀족이나 맛을 보던 홍차를 이처럼이나 대중화시켜 놓은 건 CTC 홍차의 개발인데 이게 1930년대에서야 가능해졌다고 책 p51에 나옵니다. p55에는 홍차의 건강 효능이 간략히 정리되는데 본문과 함께 저자 이주현님의 사진이 나와서 독자를 즐겁게 하네요. 사진의 배경인 아삼은 벵골 옆에 있는 지역인데, 광대한 인도에서도 이처럼 북동부에서나 간신히 재배되지, 고아 같은 서부 해안에서는 어림도 없습니다. 다만 좀 남쪽으로 내려와서 케랄라 지방 등에서는 홍차를 재배하기고 하지만 비중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p83 이하에는 밀크티를, 영국왕립학회에서 권장하는 대로 완벽하게 즐기는 방법이 나옵니다. 왕후의 밥 걸인의 찬이라는 말도 있지만 사실 뭘 차려 놓아도 본인이 맛있게 즐기면 그만이지 어떤 권위나 역사적 배경이 그 본질은 아니겠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인문적 연혁과 구체적인 문화적 배경이 함께하니, 바쁜 출근길의 북새통을 뒤로 하고 아침에 잠시 즐기는 차 한 잔(비록 탕비실의 기성품이라도)의 맛이 그 풍취를 더한다는 점 도저히 부인할 수가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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