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마음 교육 - 젊은 부모를 위한 장자 이야기
이성미 지음 / 인간사랑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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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순리(順理)에 따라 풀려가게 마련입니다. 여기서 순리란 어떤 폭력, 권위에의 굴종을 뜻하는 게 아니라 사람의 타고난 본성이라든가, 자연과 합일하려는 선한 마음 등을 뜻합니다. 춘추 시대 사상가였던 장자는 우리들에게 득어망전, 도중예미를 가르친 분인데, 이런 장자의 교훈을 젊은 부모들의 니즈에 접목한다면 어떤 좋은 결과가 나올지, 이 책을 통해 전에는 미처 하지 못한 데에까지 생각을 해 보게 되었습니다.

p24에 나오듯 아도르노, 호르크하이머는 현대인에게 발칙하고 가증스러우며 종족 파괴적인 욕구가 있음을 간파하고 준열한 가르침을 내놓았습니다. 자기복제란, 비합리적이고 지극히 이기적인 시도인데, 무모하게도 어떤 이들은 물리적으로 유한한 생을 애써 허구로라도 연장하기 위해 변변치 않은 자아를 복제하여 세상에 퍼뜨리려 한다는 것입니다. 이 욕구가 발현되는 데 가장 위험한 경우가 바로, 부모가 자식을 향해 그 욕구를 실현시키려 드는 것이겠습니다. 자식은 여튼 스스로의 적성과 길을 찾아 나가야지, 부모의 어떤 복제품이 되어서는 곤란하죠. 저자는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의 책에서 저 구절을 찾아내어 그걸 장자의 가르침과 연결시키려 드는 것입니다.

p50에는 한강의 <채식주의자>에서 몇 구절이 인용됩니다. 영혜가 스스로 장벽을 치고 채식주의자의 성에 고립되자 남편은 당황합니다. 저자는 야생의 꿩을 잡아와 닭으로 바꿔 가는 과정의 인류를 환기하며, 꿩이 산에서 제 능력으로 먹이를 사냥하던 시절과, 그의 후손인 닭이 인간으로부터 배급되는 사료에 만족하며 그 나름 편안한 삶을 살다 죽는 단계를 대조합니다. 재미있는 건 꿩만 순치되는 게 아니라, 예측 가능한 쪽으로 삶의 패턴을 바꿔 나가는 사람 역시 야생성을 잃어감을 지적하는 대목입니다. 닭을 키우(고 농사를 짓)기 전에는 인간 역시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야생의 존재였으니 말입니다.

"거목은 목재가 되지 않았다(p58)". 영혜도 꿈 한 번 꾸고 나서 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었듯, 우리들 역시 호접지몽의 고사를 이야기하는 장자의 가르침을 듣고 나서 비로소 자아의 불안정함, 비연속성 등을 한 번쯤이라도 생각해 보게 됩니다. 거목은 그저 도끼질만 당하지 않는 게 아니라, 무용지용은 고사하고 그 자리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그늘의 제공, 사방으로 뻗어나간 뿌리를 통해 수분과 토양을 유지하는 등 궁극의 효용을 인간에게 선사합니다. 아이는 대체 부모에게 어떤 효용이어야 합니까?

p125를 보면 부모는 아이의 말을 들을 때 그 입에서 나오는 말을 듣지 말고, 聽之以氣, 즉 소리가 아닌 기(氣)로써 들으라고 했다고 하네요. 일반적인 사람 사이의 소통도 마찬가지입니다. 말은 예의도 차려야 하고 말하는 사람이 못 배운 사람이면 표현도 제대로 못합니다. 말하는 사람한테 마음을 열면 그 사람이 무슨 소리를 떠들건 간에 본심이 제대로 읽힙니다. 그 사람의 말을 들어주고 아니고를 떠나 일단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이는 부모에게 온갖 힘을 다하여 뭔가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못들으면 그건 부모의 잘못입니다.

p198 이하에는 齊物論에서 몇 구절이 인용됩니다. 세상 만사 이래서 이런 게 없고 이렇다고 해도 관점을 바꿔 보면 또 저렇지 않은 게 없다고 합니다. 옳다고 보면 옳다가도,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그르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자는 역지사지를 또한 이야기하는데, 장자의 가르침이야말로 나와 네가 따로 없다는 게 핵심이니 역지사지로 장자를 풀어감 또한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장자는 워낙 포용성이 강해 뭘 키워드로 삼아도 그것으로 해설이 가능하기도 한 사상 체계입니다.

p209에서 저자는 "함께 있고 싶은 사람"을 논하며 미국의 프래그머티즘 교육학자 존 듀이를 인용합니다. 실용이란 본래 이도저도 아닌 잡탕을 뜻하는 게 아니라 어느 하나의 기조에 교조적으로 얽매이지 않고 상선약수의 정신으로 유연히 처세하는 걸 뜻합니다. 아이의 교육도 무릇 이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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