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기다려온 구원자는 바로 당신입니다 - IFS가 전하는 행복한 커플의 심리학
리처드 슈워츠 지음, 권혜경 옮김 / 싸이칼러지 코리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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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IFS라는 이론 체계를 통해, 아무리 채우려 해도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 결핍감 등을 근원적으로 치유하라고 독자에게 권합니다. 저자는 참된 나, 즉 참나를 대문자로 시작하는 Self라고 지칭합니다.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을 보면 다양한 감정들이 마치 독립된 인격체처럼 대립하고 갈등하다 결국 협력하는데 이게 애니메이션 속의 하나의 가정에 불과한 게 아니라 실제로도 우리 마음이 이런 식으로 작동하는 면이 있습니다. 저자도 p15에서 그런 전제 하에 논의를 이어갑니다.

참나, 즉 참된 나는 이런 감정들의 대립과 그로부터 빚어지는 혼란상을 인정하고 그런 감정들과 잘 지내야만 합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나의 내면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들지 않고, 전혀 다른 누군가가 내게 다가와서 나의 감정을 달래 주기를 바랍니다. 저자는 자신에게 찾아오는 많은 커플들을 상담하며, 이미 곁에 반려자 비슷한 존재가 있는데도 왜 감정상의 갈증이 해소되지 않고 더 심화하는지에 대해서도 답을 내어놓습니다. 이 책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p17 이하에 정리된 용어집을 먼저 꼼꼼하게 읽어 봐야 합니다. 특히 매니저, 소방관, 파트 등의 개념을 잘 이해해야 합니다.

p55에서 필립 쿠시먼은 "공허한 자아"에 대해 논의한 적 있다고 나옵니다. 2차 대전 전 미국은 "강력한 공동체 봉사 윤리"라는 게 있어서 그에 의해 사회가 지탱되는 면도 있었는데, 일본인들은 이에 대해 고려를 소홀히하여 미국인의 개인주의만 공략하면 쉽게 와해시킬 수 있다고 오판했습니다. 미국은 의외로 강하게 내부적 연대가 형성되었던 나라였음을 애써 외면하려 들었던 거죠. 반면 2차 대전 후 베이비붐 세대는 전전 세대가 공유했던 대가족주의, 연대 의식 같은 걸 물려받지 못했다는 게 그의 지적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20세기 후반 이후 미국은 사회 통합에 있어 끊임없이 문제를 겪고 있는 것입니다.

남성의 경우 감성지수 부족으로 굴욕감을 자주 느낀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현대 사회는 증권, 회계, 공학 등 많은 분야에서 여성들이 자신의 장기를 살려 맹활약 중입니다. 종전의 지배권 비슷한 걸 놓쳤다고 착각하는 남자들은 보상심리, 상실감 때문에 내면의 고통을 겪는데, 이때 그들이 선택하는 길은 "감정의 차단"이며 이는 큰 부작용을 부릅니다. 반면 여성은 "관계를 통해 외로움을 달래는 방식(p73)"에 익숙한데, 만약 반려 남성이 저렇게 감정을 차단해 버리면 큰 당혹감을 겪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개인보다 커플 상담(만약 커플 상태라면)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며 커플이 함께 와서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를 권하는 것입니다.

정신이 아픈 사람들은 어려서 사랑을 부족하게 받았다는, 즉 자신이 사랑스럽지 않다는 불안감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부모는 아이를 있는 그대로 봐 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대상화(p124)했다는 게 문제입니다. 또 부모 중에는 "네가 특정 역할을 해야 너는 사랑스럽다"고 강요하는 타입도 있다고 합니다. 저는 이 대목을 읽으며, 대체 왜 어떤 부모들은 자식을 저렇게 어떤 세팅을 하려 들까, 오랜 시간 동안 함께 살아오며 가치관을 공유하고 추억을 나누고, 그냥 말만 나눠도 즐거운 친구 같은 관계가 왜 형성되기 어려울까,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로, 성인이 되어도 어렸을 때 받은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지 못하고, 이걸 어떻게든 내가 보상을 받아야겠다는 집착에 부들부들 떠는 인간도 큰 문제라는 판단도 들었습니다.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고 부모한테 그런 보상을 받아낼 수는 없는 것이며 자신의 삶은 자신이 살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사랑에 빠질 때에는 이른바 눈에 콩깍지가 씌어 상대방의 모든 점이 멋있게 보입니다. p165에 그런 실감나는 묘사가 잘 나옵니다. 그녀는 어쩌면 저렇게 생명력에 가득차 있고 감정이 다채로우며 예측 불가이고, 자유로우며, 강인할까? 사실은 그녀가 정말로 그런 존재가 아니라, 내가 그녀에게 그런 이미지를 투사한 것에 불과합니다. 내 문제를 일거에, 저 자유롭고 야생적인 여신이 해결해 줄 것 같다! 아닙니다. 환상입니다. 예전에 스카이락이 부른 Wildflower가 딱 이런 느낌을 담았는데, 아쉽지만 모두 신기루에 불과합니다. 내 문제를 해결해 줄 사람은 오직 나뿐이라는 점 잊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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