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면의 자유를 위한 상처 떠나보내기
권혜임 지음 / 두드림미디어 / 2024년 12월
평점 :
아무리 의연하게 시련을 헤쳐나가려는 사람이라 해도 마음에 상처라는 게 그리 쉽게 사라지진 않습니다. 재미있는(?) 건, 상황이 나쁜 사람이든 아주 유복한 사람이든 간에 마음의 상처는 일정 양을 갖고 살며, 전자라고 해도 상처 때문에 과부하가 걸려 바로 쓰러지거나 하진 않고, 반대로 후자라고 해도 하다못해 무슨 사소한 불쾌한 기억이라도 갖고는 산다는 것입니다. 물론 누구한테라도 자기 상처가 가장 힘들고 못 견딜 일이긴 하다는 점은 같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p72를 보면 권혜임 작가님의 이모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이모분은 아마 사회 평균적인 관점에서 보면 매우 행복한 분일 가능성이 크죠. 아이들도 듬뿍 사랑을 주어 키웠으며, 받은 사랑을 아들보다 더 살갑게 돌려준다는 딸자식을 두었으니(아드님도 있습니다) 더 주변에서 부러워할 만합니다. 그런데 이어지는 이야기를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겠다는 속사정이 더 밝혀집니다. 결국 이모분께는, 사랑하는 배우자가 곁을 든든하게 지켜 줘야 했을 부분을 자녀들이 대신 채워 주지는 못했던 것입니다. 여기서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도 곁들이는데, 결론은 나를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이성)한테 공연히 헌신할 필요 없다는 것입니다. 사실 사랑하지 않는 자신의 마음을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알면서 꽁으로 타인의 헌신을 받아먹는 이런 류의 남자가 정말 나쁘긴 합니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말입니다.
이삐와 나리라는 두 고양이를 어떻게어떻게 해서 키우게 된 작가님은 그 사정을 알게 된 아는 친지에게 한 마리를 입양보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입양을 앞두고 갑자기 얘가 당수치가 높아진 것입니다(p102). 그분은 귀여운 고양이를 들일 생각에 잔뜩 기대하고 있을 텐데, 애한테 문제가 생겨 갑자기 못 보내게 되었다는 소리가 입에서 어떻게 나오겠냐며 걱정이 태산같아집니다. 요즘은 워낙 반려동물을 많이들 키우는 추세지만, 고양이는 밖에 버려져도(물론 그런 일이 있어선 안 되겠으나) 강하게 살아남는 동물이라서 무슨 당 수치가 높아졌다느니 하는 일은 안 벌어질 줄 알았는데 이 대목을 읽으면서 놀랐습니다. 유기체라는 건 다 비슷해서, 강한 듯하면서도 약하고, 약한 듯하면서도 강합니다. 이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으려면 무엇보다 내 자신의 감정을 아이처럼 잘 돌봐 줄 줄 알아야 합니다. 이걸 소홀히하면 저 고양이처럼 어디가 탈이 나도 나는 것입니다.
여초 직장에서 여성 직원 관리하기가 사장님 입장에서 무척 힘들다고 하는데 p169에도 그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저자께서, 여러 매장을 거느리는 사장님한테 신임을 받자 그때까지 언니로 잘 지내온 어떤 분이 바로 저자에게 질투를 표시하기 시작한 겁니다. 더군다나 이 C언니라는 분은 원래 직장에서 인기가 좋았다고 하니 무슨 기득권을 빼앗기는 느낌도 들었을 것입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혀를 끌끌 차게 된 게, 직장이건 어디건 꼭 보면 일 잘하는 사람을 보고, 저 사람이 내 몫까지 하는구나 하고 미안한 생각은 갖지 않고, 저 사람은 원래 일하기를 좋아하는구나처럼 남 일을 뒤집어씌우는 걸 아주 저능한 핑계로 합리화하는 풍조가 한심해서였습니다. 어디건 간에 꼭 이런 사람이 있으며, 일을 게을리하고 남에게 떠넘기는 걸 남는 장사라고 생각합니다. 딴에는 지가 남을 이용한다 착각하겠지만, 사실 이용당하는 건 본인이니 이런 코미디가 또 없습니다.
내가 직장이든 집에서든 환영받고 이쁨받는 사람이라는 점을 스스로가 분명히 인식하고 이를 자존감의 원천으로 삼는 계기가 무척 중요합니다(p190). 중요한 건, 자꾸 나중이라며 그 사람이나 내가 받야야 핳 정당한 몫을 자꾸 미루는 건 결국 나중에도 회복할 수 없는 손해, 결핍, 그리고 상처를 남기고 만다는 사실입니다. 혹 상대방에게 꼭 해야 할 말이 있다면 괜히 겸연쩍어할 게 아니라 지금 바로 하십시오. 또 내가 빚지고 있다 싶은 고마운 분이 있다면, 그에게도 미루지 말고 감정이든 돈이든 바로 갚아야 합니다. 제때 변제되지 않은 감정의 불균형은 나에게나 그에게나 꼭 상처가 되어 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