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로 읽는다 세계 5대 종교 지식 도감 지도로 읽는다
라이프사이언스 지음, 노경아 옮김 / 이다미디어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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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도감류를 만드는 이다미디어의 새 책입니다. 9년 전에 나왔던 같은 집필진(日本 전문가들)이 쓴 책의 개정판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샘 헌팅턴이 1990년대에 문명 충돌론을 제기한 이래 종교 팩터는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크고작은 분쟁들을 설명하는 데 빠질 수 없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21세기 들어 종교가 이처럼 절실한 문제가 될 줄 예측한 이들은 거의 아무도 없었습니다. 지적인 호기심과 정의감에 충만한 저자들은 종전에 자신들이 제기했던 문제들, 또 잠정적으로 내렸던 답들을 잊지 않고, 이제 변화한 세상의 사정을 반영하여 개선된 대안을 또 제시하는 법입니다. 지도는 언제나처럼 심플하면서도 정확하고, 텍스트와 적실히 결합하여 아름답게까지 다가옵니다. 

(*북뉴스 카페를 통해 출판사 이다미디어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제 나름대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어느 종교든 성지(聖地)라는 곳이 따로 있습니다. p77에서는 우리 동아시아인들에게 친숙한 불교의 성지들이 소개되는데 일단 한국인들도 잘 아는 부다가야, 즉 대성 고타마 싯다르타가 깨달음을 얻은 그 장소가 나옵니다. 이 외에도 탄생지 룸비니, 첫 설법지 사르나트, 열반에 든 쿠시나가라가 4대 성지라고 합니다. 바로 앞 페이지에는 이슬람의 으뜸 성지 메카에 갔을 경우 어떤 경로로 이동하는지 표준적인 경로가 지도와 함께 가르쳐집니다. 같은 말이라 해도 지도가 결들여지고 아니고가 독자의 이해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p25에는 붓다가 깨달음을 얻음을 기념하여 세워진 마하보디 대탑의 사진이 나옵니다. 

p110 이하에서는 미국의 신흥종교였던 모르몬교(정식 명칭은 따로 있죠)에 대한 설명이 나옵니다. 우리 나라에도 푸른 눈을 한 백인 청년들이 열심히 선교하러 다니기 때문에 익숙할 수 있습니다. 주로 대학생 연령대의 청년들에게만 말을 걸기 때문에 나이든 분들은 모를 수 있습니다. 저도 몇 달 전 전철에서 이 사람들을 봤는데 이제 더 이상 제게는 안 온다는 걸 알고 섭섭해지더군요. 아무튼, 책에서는 2012년 재선을 노리던 버락 오바마에게 패기 좋게 도전한, 모르몬 금융가문의 황태자 밋 롬니 이야기가 나와 눈길을 끕니다. 모르몬의 창시자 조셉 스미스는 일부다처제 등을 주장하고 제3의 경전인 모르몬경을 설파하다가 전통 믿음을 더 존중하던 군중에게 비참하게 린치를 당하고 죽었습니다. 그랬던 모르몬 종파가 어느새 미국 최고 권좌까지 넘볼 만큼 세상이 바뀐 것입니다. 책에도 나오듯 2011년 경선에는 밋 롬니 말고도 존 헌츠먼 전 유타 주지사도 나왔는데 이 사람도 모르몬 신도라서 더 놀라웠습니다. 다만 둘 다 그저 집안이 대대로 그 종교를 믿었다는 정도이지 나머지는 대단히 세속 성향이라서 유권자들은 크게 개의치 않았습니다. 

공산주의 국가에서 종교라는 건 설 땅이 없습니다. 카를 마르크스는 종교를 두고 아편이라고까지 폄하했는데(이 발언의 참된 의도에 대해서는 p148에 정제된 서술이 나옵니다), 하긴 현대에서 패스트푸드를 즐겨 먹고 살이 찐 이들에게는 먹는 게 아편이며 그 본인만 자신이 중독인 줄 모르는 거죠. 결함 많은 인간일수록 유독 자신의 결함에만큼은 놀랄 만큼 너그럽습니다. 스탈린은 원래 그 모친이 아들을 신학교에 보낼 만큼 독실한 정교회 신자였는데 이 책 p145에 나오듯 본인은 러시아 정교 성직자 20만명을 죽이기도 했습니다. 소련이 해체된 후 복원된 대성당이 우아한 전경을 자랑하며 이 책에 컬러 화보로 실렸습니다. 

p166에 나오는 장 칼뱅은 종교개혁(Reformation)을 통해 근세인들의 의식 구조를 바꾸고 나아가 경제와 사회의 체제까지 큰 변화를 이끌어낸 인물입니다. 그는 제네바에 기거하며 강력한 리더십으로 시민들을 영도했는데, 이 페이지에 실린 1550년 경 제작된 컬러 초상화는 그의 개성과 특질을 잘 드러내는 명작으로 꼽히지만 화가 이름은 나와 있지 않습니다. 실제로 그 이름이 알려지지 않아서입니다. 장 칼뱅은 근면과 성실을 강조하는 엄격하고 청렴한 가르침으로 유명했는데, 이런 정신을 이어받은 영국 청교도들이나 네덜란드 프로테스탄트들이 미국으로 대거 이주하여 오늘날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경제권역을 일군 사실을 책에서는 지적합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21세기 들어서는 이들 신교권이 생산력 면에서 쇠퇴하고, 로마 가톨릭을 믿는 브라질, 힌두교를 믿는 인도, 종교가 별 힘을 쓰지 못하는 중국 등이 부상하여 이른바 브릭스 경제 동맹이 기지개를 켭니다. 최근에는 여기에 인도네시아가 가맹하여 힘을 보탠다는데, 이 나라는 우리가 잘 알듯 이슬람을 믿는 나라죠. 마이클 노박 박사가 1993년 <가톨릭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막스 베버의 고전 제목을 패러디한 것입니다)을 쓰기도 했는데 세상 이치란 이처럼 돌고도는 것입니다. 이 책 p170 이하에는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 일부의 번영과 종교 사이의 관계를 잠시 짚는데, 반대로 러시아가 퇴출되고 다른 방향을 새로 잡은 G7의 근황을 요약합니다. 일본 정상의 사진이, 작년(2024) 10월에 새로 취임한 이시바 시게루(石破 茂) 수상의 그것으로 바뀌었기에(다른 정상들도 다 현직 인물들입니다) 독자는 이 책이 개정판임을 실감합니다. 

이스라엘은 온통 적대국들로 둘러싸인 아랍에서 무서운 생존력을 발휘하며 경제적으로도 번영 중입니다. 세계에서 스타트업이 가장 활발한 나라가 바로 이스라엘입니다. p250을 보면 그런 저력의 바탕에 정보기관 모사드가 자리한다고 나옵니다. 정보는 곧 국력이라고 김대중 대통령도 발언한 적 있죠. 이다미디어의 지식도감처럼 좋은 책들이 널리 읽혀 전국민이 지식기반경제를 이끌어갈 자질이 갖춰지면 대한민국도 세상을 이끌어갈 강국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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