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번째 상어 이야기 나의 첫 번째 과학 이야기
버즈 비숍 지음, 박은진 옮김 / 미래주니어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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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는 인간에게 본능적으로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는 바다의 강자입니다. 1974년 미국에서 상스럽지만 현실감 넘치는 스타일로 베스트셀러가 된, 피터 벤츨리의 장편소설 <조스>를 보면 인간이 미지의 바다에 대해 품는 모든 혐오와 전율이 상어라는 동물에 모두 은유, 투영되었습니다. 미녀의 늘씬한 다리를 한입에 자를 수 있는 이 난폭하고 잽싼 물고기를 두려워하는 동시에 그토록 큰 관심을 보이는 걸 보면 사람이야말로 정말 이상한 동물인데 어른보다도 애들이 상어에 열광하는 걸 보면 기이하기까지 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p64를 보면 이 책의 저자 버즈 비숍(Buzz Bishop)의 사진과 약력이 나옵니다. 나이 지긋한, 사람 좋아보이는 중년 남성인데 그 인스타(@buzzbishop)를 찾아가보니 팔로워 1만의 인플루언서입니다. 저서의 표지가 게시되었는데 캐나다판 원서와 이 한국어판이 같은 디자인입니다. 차분하지만 열정을 뿜어내는 개성으로 보이는 저 방송진행자가 쓴 이 책은 어린 독자를 주로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지만 그 내용은 아주 꼼꼼하며, 게다가 정성들인 일러스트가 많이 포함되었습니다. 

p1을 보면 상어는 지금으로부터 4억 년 전에 지구에 출현했으며 심지어 공룡보다도 오래된 동물이라고 합니다. 상어는 어류이며 공룡은 파충류이니 어찌보면 당연한 사실입니다만, 이 정보를 아이들에게 말해 주면 아니 그 공룡들은 벌써 몇 천만 년 전에 멸종했는데 어떻게 상어처럼 아직도 우리와 함께 사는 동물이 더 오래될 수 있냐고 놀랍니다. 이런 아이들은 우리 인간이 비교적 최근에 지상에 등장했다는 점도, 또 현생 동물들이 진화의 산물이라는 점도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하는 똑똑한 애들입니다. 

늑대나 개 등은 마치 사람처럼 무리를 지어 다니며 협동을 통해 사냥하는데 이 방식이 대단히 큰 효율을 발휘한다는 건 우리들이 잘 압니다. 늑대가 만약 혼자 다닌다면 다른 고양잇과 맹수에게 쉽게 포식당할 것입니다. 이 책 p6을 보면 마치 개떼처럼 무리지어 다니는 상어를 영어로는 dogfish shark라고 부른다는데, 우리말로는 이 상어들을 묶어 돔발상어목(目)이라 칭한다고 합니다. 영화에 나오는 상어들은 혼자 다니거나 기껏해야 암수 한쌍이 같이 다니는 정도인데 늑대처럼 떼지어 다닌다니 신기합니다. 하긴 1983년작 <Never say...>를 보면 주연배우 숀 코너리가 상어 무리에 쫓기는 장면이 있기는 했네요. 

심해에 사는 생명체는 우리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특이한 생태를 가진 게 많습니다. p24에 나오는 그린란드상어는 역시 돔발상어목에 속하는데, 최대 400살을 산다니 대단합니다. 그런데 시력을 잃어서 앞을 보지 못하고, 대신 후각이 매우 발달했다고 합니다. 사람이라면 눈이 안 보이는 대신 다른 뛰어난 감각이나 능력으로 보상한다고 했을 때 (무슨 데어데블도 아니고) 아무도 그런 제안을 받지 않을 것입니다. 바다 밑이라면 빛이 부리는 조화가 육상만 못하니, 시각이라는 감각의 효용이 덜할 수도 있겠습니다. 

p32에는 삿징이상어라는 종이 나오는데, 이게 영어로는 zebra bullhead shark라고 하네요. 목(目)으로는 괭이상어목인데, 몸에 저렇게 난 줄무늬를 보면 그런 이름이 붙을 만도 했겠구나 싶습니다. 크기는 대체로 작은 편이라고 합니다. 머리가 망치 모양으로 생겨 hammerhead라는 단어가 이름에 들어간 큰귀상어도 있는데(p43), 이런 머리 모양 덕분에 몸을 돌리지 않아도 뒤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한국말로는 뱀상어라고 하는데 영어로는 tiger shark라고 하니 특이한데 몸에 난 줄무늬가 역시 그 이유라고 나옵니다(p48). 한 번에 서른 마리까지 낳을 수 있다니 놀라운 일입니다. 

영화에 자주 출연하여 아마도 세계 사람들에게 가장 유명한 녀석이라면 p56에 나오는 백상아리겠습니다. 몸무게는 2.7톤, 엄청난 힘을 지닌 턱, 이빨, 꼬리까지, 정말 강력한 괴수라고 하겠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상어의 생태를 미려한 일러스트와 함께 소개하여,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도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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