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연두 특서 청소년문학 38
민경혜 지음 / 특별한서재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박채아는 화가 날 만도 했습니다. 서주희가 채아의 현재 감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다분히 형식적인 위로를 건넸기 때문입니다(p42). 설령 주희한테 나쁜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도(과연 그런지는 p157에 나옵니다), 채아는 가뜩이나 신경이 곤두서 있었는데 아픈 지점을 그대로 긁은 셈이 되었으니, 저렇게 화를 낼 만도 합니다. 이 모든 게, 다름과 틀림이 곧 같은 게 아니라는 점, 많은 이들이 종종 잊고 사는 탓입니다. 아이들도 어른들한테 나쁜 영향을 받아서인지, 배려가 부족한 언행이 곧잘 나오곤 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사실 박채아는 성격이 좀 민감한 아이이긴 합니다. p22를 보면 정우빈에게 좀 과장되게 반응하는 대목도 있습니다. 물론 여자애들한테는 무조건 예쁘다고 해 줘야 하는데 눈치도 없이 기분나쁜 소리를 한 우빈이 잘못도 큽니다. 우빈이의 눈치없음과는 별개로, 자기 전에 화장을 잘 지우고 자야 한다는 말 자체는 틀리지 않습니다. 여튼, 이 챕터가 중요한 이유는 여기서 드디어 소연두가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자폐스 펙트럼 특정 위치에서 힘들어하는 친구를 보고 박채아가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된 건, 죽은 오빠도 그런 처지였기 때문입니다. 서평 저 윗부분에서 언급했듯이 서주희와 싸운 이유도, 주희가 오빠에 대해 무신경한(채아에게 그렇게 들렸던) 말을 했기 때문이었죠. 

정우빈은 참 눈치가 없습니다. 저 앞에서도 채아가 괜히(괜히는 아니었지만) 소리를 지르고 했던 것도, 우빈이가 자기 마음도 몰라 주고 소연두(당시에는 우빈이가 그 이름도 몰랐습니다)에게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때문에라도 채아는 연두에 대해 뭘 알아 봐야 했겠으며, 그게 아니었다 해도(죽은 오빠라는 연결고리가 있어서) 연두를 향해 이미 눈길이 쏠려 있었습니다. 아무튼 p74에서 우빈이는 연두한테 그런 문제가 있었던 줄 처음 알았습니다. 당연히 충격을 받았겠죠. 이 얘기를 해 주면서도 채아는 우빈의 관심이 자기에게 향하도록 무지 애를 씁니다. 우빈은 끝까지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한다며 무게를 잡는데 얘 다운 행동입니다. 

p105에서 드러나듯 채아 엄마, 우빈이 엄마는 애들보다 더 먼저 친구였습니다. 이렇게 친구 문제를 내 문제처럼 받아들이고 대단한 열정으로 같이 싸워 주는 의리 있는 분도 있죠. 이렇게 자기 엄마 피를 물려받아서인지 우빈이도 성격이 남자답고 정의감에 불탑니다. "우빈이는 엄마에게서 우정이 뭔지를 배웠다. 입에 발린 우정이 아니라 진짜 우정을." 제3자가 봐도 진짜 그런 것 같습니다. 마라탕을 매운맛(p125)으로 시켜먹으면서 둘은 그낭따라 유난히 꼬인 감정을 풀기 위해 애씁니다. 여자애들이 마라탕 더 잘 먹던데 채아는 그렇지도 못한가 봅니다. 

채아는 주희한테 불편한 일을 겪는 연두한테 가서 "싫으면 싫다고 분명히 말해!(p138)"라며 의사 표현에 괜히 머뭇거리지 말라고 격려합니다. 연두 엄마 입장에서 이런 채아가 당연히 고마울 수밖에 없는데, 여기서 채아가 아주 멋진 말을 합니다. "미안해하지 마세요. 그러시면 연두가 진짜 미안한 아이가 되잖아요." 인간이란 본래 남들을 잘 돕고 배려하는 본성이라는 게 있습니다. 단지 경쟁에 시달리다 보니 그런 자연스러운 마음씀이 잘 표현이 안 될 뿐입니다. 채아의 특수한 처지를 감안한다 해도 친구를 잘 챙기는 그 살뜰한 언행이 칭찬받아야 한다는 것 역시 당연합니다. 

서주희가 기어이 사고를 칩니다. 얘도 우빈이를 좋아해서 이러는 건데, 동기가 뭐든 간에 너무도 나쁜 짓입니다. 어쩌면 이렇게 애가 생각이라는 게 없을까요? 자신이 뭔가 부족하니 남자애가 관심을 안 갖는 건데 자신을 고쳐 나갈 생각은 않고 엉뚱한 연두한테 분풀이를 합니다. 속에서 분노가 치밀어오를 때 그걸 다른 사람 하나를 표적 삼아 풀어대는 게 아주 못된 짓거리이며, 어른이 되어서도 이렇게 사는 한심한 인간이 꼭 있습니다. 자신이 저지른 짓이 얼마나 끔찍한 범죄인줄(p148) 어른들이라도 좀 알게 해 줘야 합니다. 음... 그건 그렇고 쇼팽의 녹턴(p173)이 좋은 줄 아는 걸 보면 연두의 취향이 높은 수준이라는 데 동의하게 됩니다. 그렇지 않을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