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로 읽는다 세계의 전쟁·분쟁 지식도감 지도로 읽는다
라이프사이언스 지음, 안혜은 옮김 / 이다미디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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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도감류를 만드는 이다미디어의 새 책입니다. 책표지에도 나오듯이 작금의 세계는 곳곳에서 터지는 전쟁 때문에 도대체 편안할 날이 없습니다. 푸틴은 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까? 인도와 태평양 일대에서 미국과 중국은 왜, 어떻게 대립하는 중이며 과연 승자는 누구일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분쟁은 과연 어떻게 귀결할까? 만약 이다미디어의 기존 도감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정독해 온 독자라면 이 문제에 대해 이미 대강의 답이 떠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최신의 이슈는 최신의 접근법에 의해, 그 문제에만 포커스를 맞춰 해결하는 게 좋죠. 이 새 도감은, 확실히 가장 최근의 사정들을 모두 반영하여 우리 동시대인들의 시급한 궁금증을 풀어 주는 데 주력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1991년 소련이 붕괴하자 중앙아시아 5개국, 이른바 "스탄 국가들"이 모두 독립함에 따라 이 지역의 정세가 크게 달라졌습니다. 이런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건 중국인데, 서북부의 방대한, 또 자원도 다량 매장된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 끼칠 영향을 걱정했기 때문입니다. 본래 이 지역은 실크로드의 관문이었고 생김새도 언어도 풍속도 크게 다른, 이른바 서역인들이 모여 살았습니다. 그러던 게 18세기 들어 건륭제가 준가르 부와의 싸움에서 크게 이기고 이 일대를 새 강역으로 편입하여 오늘에 이릅니다. 책 p44 이하에서는 영국 BBC가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여기서 벌어진 소수민족과 여성에 대한 가혹한 인권 침해를 언급합니다. 또 이어지는 챕터에서는 몽골 공화국과의 큰 유사점에도 불구하고, 정책적으로 진행되는 한족(漢族) 이주 때문에 터전을 잃어가는 내몽골 자치구의 문제점을 조명합니다. 

버마(현 미얀마)는 원래 다수의 버마 족 외에 여러 소수 종족들이 어울려 살아온 나라입니다. 이 소수 민족 중 영국 제국주의에 적극 협력한 이들이 있었기에, 독립 후에는 주류와 결코 좋지 못한 감정을 씻지 못하고 불안정한 동거를 이어 왔습니다. 1962년 쿠데타로 집권한 네윈 장군은 무려 26년 동안이나 철권 통치를 이어왔고 그 후에도 군부 통치가 계속되다 독립운동의 영웅 아웅산의 딸 수치 여사가 2010년에 선거에서 승리하고 나라를 이끌게 되었죠. 이 수치 여사의 정부를, 2021년 군부가 다시 뒤집어 현재는 소수민족에 대한 탄압이 다시 벌어지는 판입니다. 사실 수치 여사가 먼저, 대중의 환심을 사기 위해 소수 민족 억압 정책을 강화하다 서방 측(여태 그녀의 강력한 후원 세력이었던)의 비판을 받았고, 이 틈을 타서 군부가 정권을 엎은 것이므로 동정의 여지가 적습니다. 수치 여사가 스스로 도덕적 명분도, 정치적 어드밴티지도 모두 망치는 어리석은 선택을 했으므로 자업자득인 셈입니다. 

p142 이하에는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해 보다 종합적이고 통시적인 고찰이 나옵니다. 근본적인 이유는 1차 대전 무렵부터 이 지역을 사실상 다스리던 대영제국이 1945년 철수하며 뒷마무리를 제대로 짓지 않았고, 유대 시오니스트들이 무작정 밀고 들어와 자기들의 나라를 세웠기 때문이죠. 20세기 말 야세르 아라파트 PLO 의장과 이스라엘 사이에 협정이 체결되었으나 2004년 이분의 서거(p158) 후 팔레스타인 정치 세력이 파타와 하마스로 분열된 것도 사태 악화에 한몫했습니다. 파타도 한때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무장 저항 정신을 상징하는 단어였는데 세월이 흘러 온건파의 명칭이 되었다는 게 아이러니입니다. 

원래 예멘도 남북으로 분단된 나라였으나 20세기 말에 통일되어 희망찬 미래를 꿈꾸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던 게 지금은 수십 개 종족이 합종연횡을 거듭하며 도대체 뭐가 뭔지도 알 수 없는 난장판의 내전이 벌어질 뿐 아니라,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이 아라비아 반도와 페르시아만 너머에서 후티 반군을 후원하여, 예멘 북동쪽의 사우디 영토에까지 분쟁이 확산되는 등 사태가 갈수록 악화됩니다. 물론 이란 쪽에서도 같은 시아파인데 다른 나라 안에서 소수파라는 이유로 탄압받는다면 이를 좌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미국도 민주당이 집권할 때는 친 이란 정책을 폈다가, 공화당이 정권을 잡으면 이란에 대해 다시 강경 스탠스로 전환하는 등 일관성 없는 태도를 보인 것도 책임이 큽니다. 이 틈을 파고든 중국의 과감한 행보 때문에 현재 사우디는 미국과 외교적으로 거리가 멀어지는 중입니다. 

아프리카는 19세기 유럽 제국주의의 대대적인 발호 기간에 그 면적의 1/2가 프랑스에, 1/3이 영국에 지배당하는 등 큰 아픔을 겪은 대륙입니다. 이 책에서는 비교적 먼 시점까지 거슬러올라가서 오늘날 미로처럼 꼬여 진행되는 종족 간 분쟁, 군벌 사이의 패권 다툼을 총체적으로 분석, 조망합니다. 이다미디어의 도감들이 항상 그랬듯 현재의 이슈를 현재의 관점에서 냉철하게 톺아보되, 그 역사적 맥락까지도 철저히 되짚는 학구적인 태도가 또한 돋보입니다. 또 도감에서 필수인 컬러 주제도(主題圖), 기타 사진 자료가 많아서 독자에게 너무도 멋진 선물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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