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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소사회 대한민국 - 사회교사의 눈으로 본 인구 소멸과 우리의 미래
정선렬.엄혜용 지음 / 행북 / 2024년 11월
평점 :
한때는 좁은 영토에 너무 많은 인구가 살아서 산아제한 정책을 실시해야 했던 대한민국은 근래 출생률이너무도 떨어져서 이제 국가 소멸을 걱정해야 할 판입니다. 저자 두 분은 현직 고교 사회과 교사분들이신데, 불균형하고 불안정해진 인구 구조가 과연 사회에 끼치는 궁극적 영향이 무엇인지, 또 이에 대해 우리는 어떤 근본적인 대응책을 강구해야 할지에 대해, 쉽고도 정확하며 창의적인 논의를 전개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저자 중 한 분께서는 전라남도 완도 소재의 고금고에 재직 중입니다. 지방은 요즘 인구가 급격히 줄어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곳이 많은데, p51에서 고교학점제에 대한 비판이 나옵니다. 물론 고교학점제는 그 나름의 도입, 존재 이유가 있으며 잘 활용되면 여태 교육 현장에서 빚어진 많은 문제들이 해결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가뜩이나 급격한 인구 이탈, 유출을 겪는 지방 교육을 더욱 위기로 몰아넣는 크나큰 부작용이 있다고 저자는 지적합니다. 즉 지방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다양한 교과목을 선택할 수 있게 교사들을 확보하기가 어려우며, 또 이를 온라인으로 보충할 방법이 있다고는 하나 지방 학교의 교사들은 이 시스템에서 충분히 자기 역량을 보여 주기가 어렵다는 현실이 엄연히 존재한다고도 합니다.
과거에는 지방에도 양질의 일자리, 우수한 기업들이 많이 소재했었습니다. 지방이라도 (제법 숨은 부자가 많으므로) 함부로 돈자랑하지 말라는 말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한국의 산업 구조가 반도체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되어, 다닐 만한 직장은 대부분이 수도권의 반도체 벨트에 집중(p75)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지방의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유입되고, 지방에는 고연령층만 남는 등 인구 구조의 불균형이 심해집니다. 한국은 그저 신생아 수만 급감하는 게 아니라, 청년 인구의 특정 지역 집중 등 이중삼중의 왜곡을 겪기에 문제가 더욱 심각한 것입니다.
합계출산율이라는 개념(p107)은 가임기의 여성이 일생을 두고 평균적으로 몇 명의 아이를 낳는지를 가리키는 개념입니다. 한국의 경우 이 수치가 0.7인데 여성 한 사람이 일생 동안 한 명을 채 낳지 않는다는 뜻이니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 수 있습니다. 저자는 특히 30대 여성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조명하며,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아 기를 수 없게 만드는 온갖 한계와 모순에 주목하자고도 합니다. 또 자신의 부모 세대를 바라보며, 자녀 교육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하던 그들의 패턴을 자신은 도저히 따를 수 없겠다는 두려움, 현실 자각이 그 원인이 되었다고도 분석하네요.
선진국에 접어든 여느 나라라도 비슷한 문제를 겪지만 한국은 특히 고령층이 급격히 늘어나고 이를 부양할 젊은층 노동인구는 정체하거나 감소한다는 게 심각한 현실이라고 저자는 지적(p154)합니다. 의료계에서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건, 발병의 초기 단계에서 미리 예방을 하는 게, 나중에 병이 크게 번져 치료에 들이는 비용보다 훨씬 적게 들기 때문이라고도 합니다. 그러므로 이런 초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이라는 뻔한 운명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을 게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책, 예방 방안을 지금이라도 마련해야 하며, 이 중에는 세대 간 극명하게 드러나는 정치적, 문화적 대립과 갈등상을 봉합할 필요가 있다고도 지적합니다.
마산, 거제, 울산, 군산, 구미 등은 과거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공업도시들이었습니다(p206). 지금은 어떠한가? 저자는 자신을 두고 출생시와 어려서부터 청년기에 이르기까지 모두 지방 중소도시들에서만 지냈다고 회고합니다. 한때는 그렇게나 활기에 가득했고 미래에 대한 희망에 가득했던 그 도시들이, 이제는 청년들이 빠져나가 휑뎅그렁할 뿐이라고 저자는 씁쓸하게 회고합니다. 현재 산업은행이 부산 이전을 거부하는 등 대기업이나 정부 부서도 지방으로 이전하는 걸 매우 꺼리는 추세라고 합니다(p211). 저자는 19세기 말 독일 통일 직후 재상 비스마르크가 마련한 사회보장제도의 예를 들고, 또 클라우스 오페(Claus Offe. 1940~)의 견해를 인용하며 자본주의 체제 유지를 위한 이런저런 연금이나 복지제도는 결국 세대 간 갈등 요인을 포태할 수밖에 없으며, 진정한 지속가능 발전을 위해 모든 제도의 전향적 재검토 필요성을 힘주어 주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