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세계사 일력 벌거벗은 세계사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지음, 김봉중 감수 / 교보문고(단행본)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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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 유익하고 재미도 있는 프로그램이라서 자주 봅니다. 재방송도 자주 해서, 채널 이리저리 돌리다 보면 어디에서건 한 군데는 하고 있더라구요. 교보문고에서 나온 종이책 버전도 그전부터 인기였던 걸로 아는데 원래 전 이 컨텐츠를 책 포맷으로는 접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책으로 봐도 역시 좋았고, 시청각 매체의 약점인 휘발성을 보완해 주는 게 특히 도움이 되었어요. 이제는 아예 일력으로까지 이렇게 나왔는데, 하루에 한 장씩 넘겨가며 공부할 수 있어서 ㅎㅎ 너무 마음에 듭니다. 감사합니다! 

(책을좋아하는사람들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저 나름대로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전근대 중국에서 가장 나쁜 풍습은 전족(纏足)이었습니다. 이 일력 2월 1일자에 나옵니다. 역사적으로는 1902년이라고 해당 페이지에서 가르칩니다. 음... 신해혁명이 1911년인데 이 전족폐지조치가 그보다 9년이나 앞섰나? 싶었는데, 일단 무술변법이 1898, 의화단운동이 1899니까 그럴 만도 하겠다 싶습니다. 참고로 조선의 갑오경장은 1894라서 저들보다 앞섭니다. 전족은 중국에서 정말 오래된 악습인데, 1368년 명을 건국한 주원장의 처 마씨가 어렸을 때 전족을 안 하고 자라서 왕발이가 별명이라는 기록이 있으니 그 긴 세월 동안 얼마나 많은 중국의 여성들이 고생을 했을까 싶어요. 2월 1일과 전족폐지령이 관계가 실제로 있었나? 서태후(자희태후)가 전족폐지령을 실제로 2월 상순에 공포했다고는 나옵니다. 페이지 하단에는 1919년 이날에 대한독립선언서가 발표되었다고 나오는데 이 선언은 우리가 "무오독립선언"이란 이름으로 더 잘 알죠(음력이라면 이때가 아직 무오년 섣달이므로). 

3월 9일에는 1776년 이날에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초판이 출간되었다고 나옵니다. 분업이니 이윤추구니 하는 건 그 훨씬 전부터 있었으나 이 똑똑한 스코틀랜드 사람 눈에는 시대 하나가 완전히 저물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게 큰그림으로 보였나 봅니다. 신고전파, 시카고 학파도 이 사람이 낳았고 칼 마르크스 역시 이 사람이 아니었다면 많은 작업을 힘들여 다시 행해야 했거나 아예 못했을지 모릅니다. 이사악도 이스마엘도 모두 아브라함이 아버지이듯, 경제학의 조류 좌파든 우파든 이 사람이 만든 거대 프레임 원형이 아니었다면 지금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태어나기나 했을지 누구도 알지 못합니다. 

위안스카이는 젊어서 조선에 파견되어 경력을 쌓기 시작했고 20세기형 중국군벌의 시조에 가깝습니다. 교활한 깡패 그 이상의 그릇이 못되었던 그는 깡패들이 흔히 그렇듯 더 센 깡패 앞에서는 기를 쓰지 못했는데 1915년 일본이 21개조 요구를 내세우자 글복합니다. 마치 천 년 전 5대10국 시대에 석경당이가 거란에 연운(燕雲) 16주를 내준 사실과도 비슷합니다. 1915년은 일본이 간을 보다가 연합국 측에 가담하기로 마음 먹은 시점이기도 한데, 이때 일본은 독일 세력권이었던 칭따오를 뺏습니다. 이 때문에, 한참 후 히틀러가 추축국 진영에 일제를 들이기를 내내 마뜩지 않아했던 것입니다. 물론 나중에 손이 아쉬울 때는 비굴하게 쌍수를 들어 환영합니다. 4월 30일에 히틀러가 자살(1945)했다는 사실도 이 일력에 나옵니다. 

5월 27일에는 쓰시마 해전이 나오는데 책에는 이름이 안 나오지만 도고 헤이하치로가 러시아의 발트 함대를 궤멸시킨 역사적 전투죠. 물론 영국 등이 뒤에서 도왔고 운도 따랐지만 여튼 당시 전세계가 러시아 쪽에 정배(?)를 걸었는데도 이런 의외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 전투 때문에 대한제국은 일제의 영향권으로 완전히 넘어갔습니다. 도고 헤이하치로가 이순신 장군을 자기 생전에 그렇게나 존경했다는데 사실 여부는 알 길이 없습니다. 사실 여부에 무관하게 이순신 장군은 민족의 구세주였고 불세출의 지휘관이었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습니다. 1545년 이충무공 탄신 사실은 이 일력 4월 28일자에 나와요. 

프랑스 대혁명은 1789년 7월 14일에 일어났는데 이 일력엔 그 사실은 없고 대신 9월 21일(1792) 프랑스 공화정의 시작을 알립니다. 사실 9월 21일은 부르봉 왕조가 문을 닫은 날이고 9월 22일이라야 정식으로 제1공화정 시작입니다. 1789~1792만 해도 아직 국민의회와 왕실이 공존했는데 바렌 사건 때문에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결국 루이 16세 가족이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집니다. 이후 입법의회, 국민공회, 총재정부, 통령정부 등을 거쳐 제1공화정은 문을 닫습니다. 공화정을 종료시킨 나폴레옹 1세의 황제 등극 사실은 이 일력 5월 18일에 나옵니다. 
  
1963년 달라스에서 JFK가 오스왈드라는 자에 의해 총격 암살되는데, 형의 정부에서 법무부장관을 지냈었고 저때로부터 5년 후 대선출마를 준비하던 동생 로버트 케네디도 암살됩니다(6월 5일). 이 일력에는 팔레스타인 출신 암살자의 이름은 안 나오는데(나올 필요도 없지만) 시르한 비샤라 시르한이라는 좀 특이한 이름입니다. 그런데 저 RFK의 아들이, 저때로부터 56년이 지나고 반대당 반대진영의 보스 트럼프와 손을 잡고 보건부 장관에 지명되었으니 세상에 참 별일이 다 있습니다. 금수저 도련님형 외모였던 아버지와 달리 그 아들은 생긴 것도 흐리멍텅하고 사리분별도 못 갖춘 음모론을 말하는 등 좀 많이 차이가 나는 것 같습니다. 

컬러 도판과 함께 매일매일의 굵직한 역사적 사실을 가르쳐 주는 일력이라서 공부도 되고 예쁜 탁상용 장식품 노릇도 해서 너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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