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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5년 문답 일기 : 명탐정 코난 에디션 ㅣ 나의 5년 문답 일기
아오야마 고쇼 지음 / 아르누보 / 2024년 9월
평점 :
먼저 "나의 5년 문답일기"가 무슨 성격의 상품인지 제가 이해한 대로 설명부터 하고 후기를 이어가겠습니다(제가 생각한 대로의 설명이므로 출판사의 공식 태도와 다를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다이어리인데, 다이어리는 보통 특정 연도의 캘린더와 함께 공란에 메모하는 형식이지만 이 상품은 그게 없습니다. 즉 아껴 놓았다가 내후년(2026)에 쓰고 싶으면 그렇게 해도 되는 것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그다음에 "나의 5년"은 무엇인가. 이 다이어리는 특이한 게, 날짜순으로 짜여지긴 했는데 날짜마다 연도를 적는 공간이 다섯 개 제시됩니다. 그러니 처음부터 날짜 순으로 써 나가다가 연말까지 오면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첫페이지 1월 1일부터 둘째 칸에 또 써 나가기 시작하는 겁니다(맨앞에 20__라고, 연도를 쓰는 칸이 있습니다). 이렇게 5년을 써 나가게 하는 형식인데, 그것도 참 의미있겠다 싶었습니다. 5년 동안 내가 얼마나 성장하고 변했는지, 작년이나 3년 전에 내가 어떤 생각이었는지도 엿볼 수 있고 말입니다. 저는 처음에 이 책이 다이어리인 줄 모르고, 작가 아오야마 고쇼의 무슨 회고록 같은 책인 줄 알았는데(ㅋ) 받아보고 나서 깜짝 놀랐습니다.
겉표지에는 캐릭터 다섯 명이 나옵니다. 맨 왼쪽 하단 삐쭉하게 생기고 비니모자를 쓴 애가 아카이 슈이치(한국화 이름 이상윤)인데, 사실 전 개인적으로 이 캐릭터를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너무 가오(?)를 잡는다고 할까, 이런 사람이 나오면 누가 주인공인지부터가 혼동이 옵니다. 더 솔직히 말하면 얘가 나오고부터 저는 코난을 슬슬 안 보기 시작했습니다. 코난의 오랜 팬들께는 죄송하지만(저도 팬입니다), 제 생각에는 이런 게 다, 코난 시리즈가 너무 길어지면서 생긴 폐해 중에 하나입니다. 재미를 유지하려면 새 캐릭터를 등장시켜야 하는데 그러다보면 기존 유니버스에 불균형이 어떻게든 생깁니다.
오른쪽 상단의 노랑머리는 제가 여기서 자세히 말하면 스포라서... 후루야 레이(降谷零)이며 한국이름은 강준영인데 일본 원이름도 끝에 영(零)이 들어갑니다. 물론 零은 한국에서라면 이름자로 많이 쓰이지 않습니다(이유는 구태여 말하지 않겠습니다). 이 캐릭터는 대략 지면만화 84권부터 나왔다고 하는데 제가 그 앞부터 구독을 중단했기 때문에 정확하게는 모르겠습니다. 여튼 이른바 검은조직(黒の組織) 이야기도 지나치게 뻔한 패턴으로 흘렀기 때문에 이런 캐릭터가 등장은 해야 했습니다. 얘 때문에 다시 살짝 기대가 생기기도 했습니다(제 개인적인 생각일 뿐입니다).
다음에 왼쪽 상단이야 괴도 키드인데... 저는 예전부터 이 캐릭터가 코난과 같은 세상에 사는 게 아니라, 코난 등이 키드의 세상에 잠시 놀러오는 게 아닌지 생각해 봤습니다. 키드는 사실 외로운 소년 고희도가 혼자 만들어낸 페르소나이며 실제 이야기가 아니지 않냐는... 아르센 뤼팽도 이걸 추리소설로 보기보다 하나의 모험 판타지에 가까운데 범죄자를 주인공으로 삼은 작품들은 대개 이렇습니다. 반면 셜록홈즈는설정상의 일부 비과학성과 모순을 일단 잊자면 철저한 리얼리즘이며 코난의 미스테리 해결도 (키드의 모험담과 대조하면) 매우 현실적입니다. 범죄란, 사회적으로 용인이 될 수 없는 행동이므로 이런 인물이 주인공 노릇을 하려면 비현실성의 연막을 한 거풀 씌워야 하는데, 장 마레 등이 나온 <판토마> 시리즈도 그랬죠.
맨오른쪽 하단은 하이바라 아이입니다. 허리춤에 손을 짝 올리고 있는 게 특유의 되바라짐을 잘 드러내는 포즈입니다. 혼자 힘으로 문제를 해결도 못하고 맨날 코난한테 의지하면서 허세는 쩔죠. 아무튼 코난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일단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없는 캐릭터들과 함께 나의 정신적 성장도 체크할 수 있는 미니다이어리! 크... 보기만 해도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