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 코난 엽서북 100
아오야마 고쇼 지음 / 아르누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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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뭐래도 인기 애니, 드라마의 핵심 굿즈는 포카북입니다. 이 상품에는 엽서 100장이 포함되며, 브라운 박사...아니 브라운컬러 플라스틱 케이스 안에 들어 있고, 그 바깥은 투명랩으로 다시 포장된 상태입니다. 마치 책 하드커버 겉표지가 처음엔 잘 안 펼쳐지듯, 이 케이스도 처음에 삐지직~하고 이음새가 여전히 뻑뻑한, 새 상품 특유의 협소한 유격감이 느껴져 뭔가 기분이 좋습니다. 새 상품을 개봉하는 모든 소비자의 뿌듯한 느낌이 이와 같을 줄 압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홀로그램 엽서 열 장, 무광 엽서 아흔 장입니다. 그 중 한 장만 먼저 펼치자면, 코난의 시그니처 표정이라 할, 큰 눈을 뜨고 수상쩍은 그 누구(무엇)를 향해 지긋이 응시하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나비넥타이를 입에 바짝 갖다댄 걸 보니, 모리 코고로(한국명: 유명한) 씨를 마취침을 쏘아 잠들게 하고 또 음성변조를 해서 사건의 진상이 이러이러했다고 설명하며 진범을 몰아세우고 있나 봅니다. 

시계탑 밑에서 눈물이 그렁그렁한 모리 란의 팔을 잡아세우며 뭔가 단호한 표정을 짓는 쿠도 신이치. 아마 세계 어떤 컨텐츠에서도 주인공 본래 모습이 이렇게나 등장 시간이 짧은 예도 드물지 싶습니다. 쿠도 군이 간만에, 약의 도움을 빌리건 아니면 과거 회상을 통해서건 본 모습이 나타나면 팬 입장에서 매우 반갑습니다. 한국어 더빙판에서 강수진 성우는 코난의 내심을 독백으로 표현할 때 따로 등장하는데, 워낙 목소리가 좋은 분이라서 역시 시청자 입장에서 반갑죠. 모리 란은 물론 성정이 착하고 쿠도 군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지극해서 그러는 거겠지만 때로는 쿠도에게 지나친 감정적 투정을 부리지 않나 싶을 때도 있습니다. 물론 여친은 그 맛에 사귀는 것이겠습니다만.  

이 장면도 모리 씨는 벌써 침 한 방을 맞고 잠들어 있습니다. 보통 이 양반은 소파나 벽에 기대어 자는 게 보통인데(하도 흐느적거리면서 쓰러지는 통에 저분 저러다가 머리나 다치지 않을지 걱정도 됩니다), 이 포카에서는 어떤 기하학적 원통 기둥의 단면에 기대었기 때문에, 하나의 판타지이지 실제의 공간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도 듭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코난은 열심히 사건의 진상을 읊어대는데, 마지막에 결정타를 날리면서 슬쩍 자기 도취에 접어들었거나, 아니면 피치못할 사정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게 된 가해자를 잠시 동정하는 표정이, 저 눈을 살짝 감은 저 얼굴이죠. 하단에는 분홍 국화가 흐드러지게 피었습니다. 

이 장면에서 쿠도는 란의 어깨를 감아쥡니다. 뜻밖의 동작에 란은 약간 놀란 표정인데 여자들이야 다 이렇게 내숭을 떨게 마련이지만 란은 정말로 불시에 이런 모션을 접하고 놀라곤 한다는 점 우리 팬들, 시청자들, 그리고 쿠도가 잘 압니다. 이런 백치미가 란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인데 본인은 그걸 모릅니다. 간만에 학교에 왔는지 쿠도는 교복 차림이며 란이야 뭐 언제나 단정한 그 모습이죠. 여기서 쿠도의 눈이 앞머리 때문에 잘 안 보이는데 이때문에 혹시 얘가 변장한 키드 아닐까도 싶지만 키드는 선을 넘지는 않습니다. 

재벌가 영애 소노코 양이 휴대전화에 대고 뭔가를 열심히 이야기 중입니다. 왼쪽은 우리가 다 잘 아는, 사람이 아니라 거의 흉기 수준인 가라데 마스터, 쿄고쿠 마코토(京極眞)입니다. 가라데에도 극진 가라데가 있다는 점은 다들 아실텐데 이 인물의 이름에 극진(極眞)이 들어간 점도 재미있습니다. 물론 극진가라데라고 할 때의 극진은 (고쿠-마코토가 아니라) 교쿠신이라고 읽습니다. 實, 眞 등은 인명에서 저렇게 "마코토"라고 훈독하기도 하죠. 오른쪽은 괴도키드인데 소노코 상이 키드와 직접 엮이는 건 드물고, 소노코의 백부인 스즈키 지로키치 씨하고 키드가 자주 앙숙이 되죠. 

인쇄상태가 선명하고 (무광 엽서의 경우) 오돌도돌한 감촉이 좋습니다. 특정 에피소드의 스틸컷이라기보다 컨텐츠 전반의 부분 요약처럼 상징적, 함축적인 화면 구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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