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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력도 공부하면 늡니다 - 크리에이티브 씽킹의 기술
정병익 지음 / 미래의창 / 2024년 11월
평점 :
건축가 안도 다다오나 혁신의 아이콘 잡스 같은 인물을 보면 저렇게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사고(思考)의 바다를 누빌 수 있다는 자체가 하늘로부터 받은 축복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한국 최고의 경영자문역이라 할 저자 정병익 학장은 저들 창의력의 천재들과 평범한 우리 사이를 어떤 근본적인 경계가 가로막는 건 아니라고 조언합니다. 누구나 훈련하면 기발한 발상을 일상에서 업무에서 떠올릴 수 있으며, 이는 철없는 어린이들이 마치 어떤 계시나 영감을 받은 양 놀랍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기해서 어른들을 놀라게 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이랬던 어린이들도 사회의 틀 안에서 정해진 방식대로만 훈련받다 그 소중한 활기가 질식당하는 건데, 저자께서는 로지컬 씽킹, 디자인 씽킹, 그리고 이를 결합한 크리에이티브 씽킹 기법을 통해 누구나 글로벌 인재로 거듭날 수 있다는 반가운 말씀을 전합니다. 삶과 사고가 크리에이티브로 물들면 조직에서 공동체에서 요긴히 쓰일 뿐 아니라 무엇보다 본인의 삶 자체가 행복해집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p63을 보면 성냥개비 옯기기 퍼즐이 나옵니다. 다들 알듯 최소한의(혹은 횟수 제한이 특정 숫자로만 부과되기도 합니다) 움직임으로만 문제의 지시사항을 만족시키는 게 포인트인데, 이 책에서는 특정 문제를 주고서는 별의별 기발한 해법들을 다 보여 줍니다. 심지어, 아예 성냥개비를 움직이지도 않고 보는 관점만 달리하여 목적을 달성하기도 합니다. "최소한"이라 했으니 0회 역시도 문제의 조건을 만족시키는 것 아니겠습니까? 마치 근처 철물점에서 변기 하나를 사들고 와서 "분수"라 이름만 붙여 예술품 하나를 만들어낸 마르셀 뒤샹의 대담한 시도를 보는 듯합니다. 현재 AI 혁명이 전세계적으로 일어나 기존의 일자리가 모두 없어진다고들 난리이며, 오늘 일론 머스크는 "의사의 일도 AI가 모두 대체하며 사람은 그저 최소한의 안전보장을 위해 그 자리에 있게 될 뿐"이라는 미래상을 제시했습니다. 이런 세상에서 로봇에게 자리를 내주지 않을 만한 인재는 어떤 사람이겠습니까? 바로, 남들이 생각지도 못하던 방식으로 세상을 보고, 성냥개비의 이동 없이도 문제의 요구사항을 달성하는 저런 발상의 전환을 이뤄내는 인재가 아닐지요.
p43에 나오듯이 요즘 엠지들은 디지털네이티브라 할 만합니다. 그 앞선 세대들은 아날로그 세상에 태어났으나 공부를 통해 디지털 세상에 적응했었다면, 이들은 태어나 보니 이미 세상이 디지털이었던 거죠. 다만 저자께서는 아날로그 감성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기발하고 재미있는 발상의 미덕도 환기하며, 지나친 디지털 방식에의 종속이 끼친 폐단을 제거하기 위해 이른바 디지털 디톡스도 필요하다고 말씀하십니다. 두 세계를 넘나들며 가장 좋은 알곡만 영리하게 골라 취하는 다람쥐 같은 재치가 있어야 인공지능 시대에 살아남지 않겠습니까.
p36에 나오는 마르셀 비크(Marcel Bich)는 유명한 필기구 제조 전문 기업을 만든 인물이었습니다. 이 정도 성공을 거두었으니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한때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직원들과의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다음 목표를 물색하는 저런 노마드 정신부터가 벌써 승리자, 개척자들의 자격을 증명합니다. 이들은 다음 목표를 1회용 면도기, 라이터로 정하고 그 분야에서도 대성공을 거둡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이 일을 하던 사람들인데 업종을 바꿔 과연 살아남겠어요?" 같은 회의론자, 신중론자들은 어디에나 있고 안타깝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고작 이런 소심한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이병철씨가 언제까지나 설탕, 조미료, 내수전용 가전, 보험 영업 등으로 국내 1인자에만 안주했었다면, 그런 부친의 유지를 받들어 모든 걸 걸고 건곤일척의 승부수를 그 아들 이건희씨가 던지지 않았더라면, 과연 오늘날 글로벌 거인 삼성이 존재했겠습니까?
어떻게 해야 한순간도 두뇌가 쉬지 않고 돌아가는 창의력 인재로 다시 태어날 것인가? 저자가 제시하는 체계적인 방법론이 p128에 제시됩니다. 이 책을 처음 읽는 독자라고 해도, 아예 중간부분인 저 페이지의 도표부터 펼친 후 머리에 개념을 잡고서 다시 처음부터 읽어도 될 만큼, 이 책의 핵심이 압축된 대목입니다. 창의력을 키우는 데에는 드라이버와 레버가 있는데, 우선 창의력을 구동시키는 드라이버는 OFFES로 요약되는 5요소로 구성됩니다. 독창성, 유창성, 융통성, 정교함, 민감성 등이 그것이며 OFFES는 이들의 머리글자를 딴 약자입니다. 또 이들을 증폭시키는 도구가 있는데 이를 레버라고 부르며 전문지식, 동기부여, 창의적 사고능력 등 세 가지입니다. 사람은 머리 안에 지식이 쌓일수록 그 지식이 머리 안에서 자체 화학 반응이라도 일으키는지 각종 활력을 만들어내는데 안 겪어본 사람은 모릅니다. 인터넷에 온갖 지식이 쌓였는데 뭐하러 그러느냐고도 하는데 지식이 없으면 애초에 영감이 찾아오질 않고 인터넷에서 찾는 능력도 떨어집니다. 챗GPT가 있다고 하나 이를 이용하는 건 사람이며 사람이 부실하면 가공된 깔끔한 정보만 주인공으로 남을 뿐 그 사람은 그냥 뒷전으로 밀립니다.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창의력으로 무장한 사람이야말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동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