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고 귀여운 일력 형식으로 된 무한의계단 어휘편 교재입니다. 모바일 게임 무한의계단이 어린이들에게 워낙 인기 있다 보니 그를 테마 삼아 이처럼 학습 교재도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 교재의 머리말에는 "우리의 생각을 더 깊게, 우리의 말을 더 현명하게 만들어 주는 게 바로 어휘이며 이 실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휘는 구체적인 맥락 속에서 학습되어야 그 지식이 오래 가고 응용력도 높아지는데, 그런 이유에서 이 교재는 그 일력 포맷이 더욱 학습 효율을 끌어올려 주는 것 같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1월 9일자에는 "손사래"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어른들 중에는 이 단어를 "손사레"라고 아는 경우도 있던데 발음을 정확하게 해야 하겠습니다. 단순히 단어 뜻만 소개하는 게 아니라 이 말(나아가 그 동작)을 쓰는 상황까지도 설명하는데, 거절하고 싶을 때, 반박하고 싶을 때, 심지어 부끄러울 때에도 쓴다고 합니다. 생각해 보면 과연 그런데요. 대체 우리는 언어나 동작의 활용법을 인생의 어떤 단계에서 배웠기에 이런 설명에 수긍하거나 더 깊은 이해를 도모할 수 있는 걸까요? 아무튼, 어린이들에게 그 나이 때부터 정확한 지식을 가르쳐 주면, 그 아이는 커서 훨씬 정밀하고 풍요로운 언어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겠습니다.
4월 11일에는 "통제하다"라는 단어를 배웁니다. 이 단어는 5-1 과정에서 배우는 것 같습니다. 이 일력 교재에 실린 모든 단어들은 그 소속 범주가 오른쪽 상단에 따로 나오는데, 이 단어는 "행동"이라는 카테고리 소속인 것 같습니다. 5월 16일의 부리나케 같은 단어는 "상태" 범주에 속합니다. 부리나케의 어원에 대해 책에서는 "불이 나게"에서 온 말이라고 가르쳐 줍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설명도 덧븥이는데, "신발 밑창에서 불이 일어날 만큼 빠르고 급하게 움직인다면 지각은 하지 않겠지요?"라고 합니다. 7월 23일의 단어 "상기되다"의 범주는 "감정"입니다. 이 단어에 대해 제시된 비슷한 말로는 "붉어지다, 들뜨다"입니다. 이렇게 유의어들을 함께 제시해 주는 게 이 교재의 강점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9월 27일의 동경(憧憬)이라는 단어는 해당 교과과정은 따로 표시가 안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리움을 다소 세련되게 표현하는 단어로서 우리들이 꼭 알아 둘 필요가 있습니다. 소속 범주는 "감정"입니다. 사실 저 동경이라는 단어는 그 한자도 우리가 자주 보던 것들이 아닙니다. 이 페이지에서는 비슷한 말로 "선망, 흠모"라는 단어들도 가르치는데 이 역시도 꼭 알아둘 필요가 있는, 수준 있는 어휘들이라고 하겠네요. 11월 26일의 "신념"은 5-1 과정에서 배우는 단어라고 합니다. 이 단어의 소속 범주는 "가치"입니다. 교재에서는 이 신념이라는 단어가 쓰이는 예문을 제시하는데 "우리 할머니의 신념은, 사람은 모쪼록 잠을 잘 자야 마음이 건강하다"입니다. 당사자가 이렇게 확고하게 믿고 있으면 그 역시 신념이겠습니다. 캐릭터들의 대화(말풍선) 안에 문장을 담았으므로 내용이 쏙쏙 잘 들어옵니다.
3월 29일에 배우는 단어는 "역량"입니다. 이 단어는 6-1에 배우는데, 과연 이 교재 안에서는 제법 어려운 단어일 수 있겠습니다. 이 페이지에 나온 두 캐릭터는 기획사에 들어간 연습생인데, 둘 다 자신의 역량이 충분하다고 믿으며 언젠가는 꼭 무대에 오르리라고 희망을 품습니다. 그 비슷한 말들로는 "그릇, 능력, 실력"이 나오는데 다들 비슷하면서도 묘하게 뉘앙스가 다른 말들이죠. 이 단어도 소속 범주는 "가치"인데, 이 교재가 나눈 범주는 이처럼 행동, 상태, 감정, 가치 등 네 개인 것 같습니다.
10월 19일자에는 유사어 퀴즈가 나오는데 덤터기와 가장 유사한 단어를 고르라고 합니다. 답은 ①바가지인데, 이 퀴즈도 무한의계단 캐릭터가 말해 주는 형식이므로 아이들이 일단 호기심을 더 가지게 됩니다. 반대로 12월 14일자에는 헐값이라는 단어가 제시되는데 답은 ④싼값입니다. 이 말을 하는 캐릭터가 한숨을 쉬는 걸 보니 그닥 상황이 만족스럽진 않았나 봅니다. 지루하지 않게 학습자를 요리조리 잘 이끄는 형식이라서 아이들이 집중하며 공부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