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소통 - 나를 위한 지혜로운 말하기 수업
박보영 지음 / 성안당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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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소통 

저자 박보영 대표는 소통의 전문가입니다. 요즘은 아무리 능력과 스펙이 뛰어나도 사람들과 소통이 서투르다면 사회적 성공이 힘든 세상입니다. 효과적인 소통은 발화자 본인의 이익과 목적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같은 집단에 소속한 타인들의 감정과 자존, 편의의 달성에도 중요한 기능을 수행합니다. 내가 존중받는다는 믿음이 생기는 상대방에게 더 많은 호의를 제공하고 싶어지는 건 인지상정이라 하겠습니다. 소통의 달인은 곧 인간관계의 달인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p28에 보면 인간관계의 유형을 저자는 두 가지로 나눕니다. 헤어져도 되는 관계, 혹 헤어져야 해도 헤어질 수 없는 관계. 사실 전자라고 해도 마음대로만 할 수는 없습니다. 만약 직장에서 누가 을이라고 생각되어도, 기본적인 에티켓도 잊고 마구 대한다면 그런 사람은 변변치 못한 자신의 지금 자리도 유지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를 정말 뼛속에서부터 힘들게 하는 건 거의 대부분의 경우 후자입니다. 배우자가 나를 힘들게 하면 직장에서도 자기 실력을 발휘하기 힘들 뿐 아니라 하루하루가 지옥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내가 당장 내 주변의 관계를 개선하면 하루하루가 날아갈 듯 즐거워집니다. 

p38에서 저자는 건강한 나르시시즘에 대해 논합니다. 저자가 말씀하시는 대로 우리는 보통 나르시시즘이라고 하면 이기적이고 착취적인 attitude만 떠올리기 쉽지만, 참된 자존감은 자기사랑에서 비롯합니다. 어느 정도 나르시시스트 느낌이 나는 사람이 매력적이기도 하며, 당사자에게는 자기 숨겨진 역량이 십분 발휘되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는, 자존감이 부족한 사람은 직장에서 행동이 쭈뼛쭈볏하며, 자신에 대한 확신 부족이 행동력 부진으로 이어지다가, 급기야 타인 탓으로 비화하기도 한다는 게 저자의 말씀입니다. 이 설명이 설득력 있는 게, 저 단계 하나하나에 책임감 결핍이라는 요소가 꿰뚫고 있기 때문이죠. 

책 전체를 통해 저자가 강조하는 게 EQ입니다. 1990년대 중반에 이것 관련 연구가 시사주간 TIME에 실린 후 한국에도 급격히 인지도와 영향을 넓혔는데, 살면서 우리들도 절실하게 느끼는 바입니다. 아무리 지능이 높아도 상황에 순간 대처하는 능력은 편도체를 이끄는 감정인데, 저자의 표현에 의하면 제아무리 고지능자라 해도 머리가 하얘져 바보나 별다를 바 없는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거죠. 저자의 소결론은, 상대의 감정 알람(alarm) 장치인 이 편도체를 평안하게 해 주는 존중, 배려, 공감을 축으로 소통하라는 것입니다. 이로써 이 책의 주제이자 제목인 "이기적 소통"이 대략 어디를 향하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건전한 나르시시즘에 바탕한 이기적 매력과 활력을 유지하되, 상대에 대한 존중도 언제나 염두에 두라는 것입니다. 

"당신이 엄청 화가 났다는 사실을 그가 알고 있다고 착각하지 마라(p93)." 마치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의 첫문장과도 좀 닮았습니다. 사람에게 제일 힘든 게 자기객관화이며, 나에게는 그처럼이나 당연하고 뻔하게 다가오는 게 다른 이들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을 수 있음을 잊지 말라는 뜻도 됩니다. "아니, 어떻게 그걸 모를 수가 있지?" 아닙니다. 타인은 당연히 그 사실을 모르며, 알아야 할 이유가 애초에 없습니다. p92에는 퀄리아(qualia)라는 개념이 나오는데, 어떤 대상을 인지한 순간 복합적으로 동시에 확 밀려오는 어떤 감점들을 함께 일컫는 말입니다. 이게 막 벅차고 설레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가슴이 막힌 듯 마구 답답해지기도 하는 묘한 느낌인데, 안 겪어 본 사람은 모릅니다. 

내 감정을 내가 잘 다스리게 되면 나의 능력이 어느 상황에서도 잘 발휘될 뿐 아니라, 장기 목표를 세워 꾸준한 동력으로 밀고나가는 데에도 유리합니다. 저자는 p109 같은 곳에서 이를 "자기 동기화"라고 명명하며, 감정 조절을 통해 내 안에 숨은 모든 에너지를 밖으로 끄집어 내 목적을 달성하게 하라고 권합니다. 내 감정을 내가 잘 다스리게 되면 이제 상대의 감정을 배려하는 데에도 능숙해지게 됩니다. p247을 보면 말끝 하나, 표정 하나, 눈빛 하나에도 내 감정을 효과적으 싣고 전달하여 결과적으로 상대의 감정 역시 내 편으로 만드는 방법이 잘 나옵니다. p124를 보면 남을 배려하는 게 사실은 (그러는 척하면서) 나를 배려하는 기술이라고 합니다. 불교의 가르침에 따르면 만물에 고정된 실체란 없고, 따지고 보면 나와 너 사이의 경계선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너와 내가 결국 하나라면, 내가 건강한 나르시시스트가 될 때 동시에 알트루이스트로 거듭나 소통과 관계의 궁극에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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