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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미래보고서 2025-2035 - 미래 10년의 모든 산업을 뒤흔들 기후비상사태
박영숙.제롬 글렌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4년 10월
평점 :
우리나라에서 장기전망서로 이만큼 매년 신판이 오래 출간되고 대중의 사랑을 꾸준히 받는 책도 드물 것입니다. 이 책은 일찌감치 기후위기를 지적하며 UN 차원의 어젠다로 확고히 규정,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는데, 특히 올해판은 "기후비상사태"를 전면에 내걸고 각별한 주의와 즉각적인 행동을 촉구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호주 북동부에 자리한 그레이트배리어리프(p61)는 한국의 중학교 사회과부도 일반지형도에도 그대로 표시될 만큼 거대한 산호초더미이며, 여기에까지 백화 현상이 벌어진다는 건 그야말로 지구 표면이 변화하는 무서운 조짐입니다. 책에도 나오지만 산호가 백화한다는 건 산호 겉에 공생하는 해조류가 스트레스를 받아 죽어나가면서 산호의 하얀 껍데기만 드러나는 건데, 그 엄청난 푸름의 스트레치가 허옇게 죽음의 징후를 호소하며 지구에서 사라져간다는 건 여간 슬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책에서는 울런공(Wollongong. 시드니 근처에 있죠) 대학 교수 헬렌 맥그리거 등 최근에 이뤄진 대규모 연구의 주도자들의 견해를 인용, 소개합니다.
에너지는 21세기 초만 해도 각국이 가장 싸게 들여올 수 있는 외국으로부터 자원을 자유롭게 수입했었습니다. 예를 들면 중국은 호주로부터 석탄을, 유럽 각국은 별 부담없이 러시아에서 가스를 사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정치적 이유로 이 무역이 중단되었는데, 중국은 호주와 관계가 나빠지자 석탄 수입을 중단했고 유럽 여러 나라는 러시아 외 다른 경로로 가스를 들이기 시작했습니다. 메르켈 때 거의 밀월관계였던 독-러는 지금 올라프 숄츠 사민당 총리 지도 아래에서 매우 악화했습니다. 책 p106 이하에서는 재생에너지 사용 급증 배경을 분석하며 이를 에너지 안보 추세와 연결시킵니다. 또 p107에서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으로 해당 국가 안에서 재생에너지 사용이 늘어날 것이라 전망하는데 이건 이제 10여일 전 트럼프가 당선되었기에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습니다.
시멘트라는 건 20세기에 완전히 새로운 형태로 발전된 경이적인 건축재료입니다. 빨리 굳고 가소성, 내구성이 모두 뛰어난, 당시에는 기적적인 발전이었는데, 지금은 특히 콘크리트 성분 때문에 환경오염의 주범(p137)으로 꼽힙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탄소 제로 시멘트라는 게 나와, 건축효율과 환경보존의 두 가지 가치를 모두 달성하는 효자재료로 각광받습니다. 이미 용도가 다한 폐 플럭스를 통해, 강철도 정제하고, 잔여 슬래그 냉각 시에 포틀랜드 시멘트를 새로 만드는 놀라운 결과가 빚어짐을 시릴 뒤낭 박사가 발견했습니다. 특히 이 폐 플럭스가 강철 정제에 친환경적으로 쓰여서 탄소 저감 효과가 나타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더 이상 효율성과 환경보호가 트레이트오프 관계가 아님이 증명되기도 한 바람직한 혁신 사례라고 할 수 있죠.
책의 제3부는 이제 우리들의 실생활에 성큼 다가서고 빠르게 침투하는 AI에 대한 분석입니다. 저는 십여년 전 박영숙 제롬글렌 두 분 저자의 이 책 당해년도판을 통해 GAN(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s)라는 것의 개념을 처음 배웠는데요. 올해판에도 다시, 그러나 훨씬 진화한 개념으로 책에 등장합니다. 이 책 p179에서는 이렇게 환골탈태한 AI가 범죄의 패턴마저도 바꿔놓았다는 흥미진진한 분석이 나오는데, 물론 이에 대응하는 국가공권력 역시도 그전과는 다른 차원으로 탈바꿈해 갑니다. p199에는 그 문제의 오픈AI社가 박사급 추론능력을 갖춘 엔진을 이미 개발했다고 내세운다는 말이 있는데, 해당 회사의 주가관리를 고려한 자체 어필의 인용인 만큼 독자들은 (저자들의 숨은 의도를 감안하여) 적당히 걸러 들어야 하겠습니다.
화성에 식민지(p258)를 과연 건설할 수 있을까? 아직까지는 기술적 난점이 너무나 많이 남았지만, 생성형 AI는 이에 대해서도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여 전에 없던 성과를 안겨 주었고 지금도 계속 놀랄 만한 기여를 이어갑니다. 화성의 낮은 중력은 인간의 내장기관, 특히 호흡기와 순환기에 영향을 줄 수 있는데 이를 회복하기 위해 얼마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지 적절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산출합니다. 과연 생명체의 흔적이 있기나 한지 더 치밀하고 체계적인 자료 수집, 결과 분석을 행할 수도 있습니다. 우주 개발뿐 아니라 의료, 화학공정, 시스템 아키텍처 등 전 분야에서 AI가 크게, 대체불가능할 만큼 공헌하는 게 바로 이런 시뮬레이션이라고 생각됩니다.
최근 트럼프와의 연대로 더욱 주목받는 일론 머스크는 역시 십여 년 전부터 혁신적인 도시 교통 수단으로 하이퍼루프를 밀었는데 이 책 p318 이하에도 자세히 그 최근 동향이 나옵니다(머스크 이야기는 없습니다). 박, 글렌 두 분 저술 스타일이 항상 그렇지만 그저 현상 기술에 그치지 않고 원리적인 설명까지 자세히 해 주는 점이 좋습니다. 그리고 중국 미사일 개발업체 CASIC가 이 하이퍼튜브 기술을 응용하여 신기술 열차를 만들었다는 점도 흥미로운데 중국처럼 광대한 영토를 지닌 나라는 고속열차의 발전이 특히 긴요하기에 이런 혁신이 빠르게 일어나는 듯합니다.
기술적 발전상의 최신 현황과, 인류공영의 바람직한 비전을 함께 배울 수 있는 유익하고 멋진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