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CS 한 권으로 끝내기 - 99% 원장님이 모르는 동물병원 의료서비스의 완성
류선수 지음 / 라온북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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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동네라도 요즘은 동물병원을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의대에서 어려운 공부를 마치고 나온 선생님들도, 여느 자영업처럼 경쟁이 치열한 현실 앞에 경영상의 과실이 겹쳐 좌절하는 수도 있습니다. 저자 류선수 강사님은 여성이시며,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을 고객 삼아 주로 CS(고객 만족) 분야에서 컨설팅을 해 오신 분입니다. 요즘은 일반 병원도, 특히 CS 경영요소를 (전문가들의 조언을 따라) 크게 개선하여 경영 위기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이 블로그에 병원 경영 관련 서적을 여태 여러 권 리뷰했었습니다. 하지만 동물병원 전문 CS를 주제로 삼은 책은 보기 드물었는데, 이번에 제대로된 책이 나온 것 같아서 관심깊게 읽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예를 들어 p58 같은 곳을 보면 저자님의 섬세한 감각이 느껴지는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병원에 어쩌다 가면 의사, 직원, 간호사 등이 참 친절하다는 느낌 받으실 겁니다. 병원뿐 아니라 한의원도 마찬가지라서 (노인 환자들을 유치, 유지하려고) 가식이든 진심이든 간에 대단히 편안해지는 응대를 받습니다. 이게 다 CS 분야에서 종전처럼 해서는 도태된다는 인식이 해당 업계에 널리 퍼져서 그렇습니다. 

그런데 동물병원은 어떤가? 저자는 아직, 이 시점에서는, 내 소중한 반려동물이 그저 치료, 진료만 잘 받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많은 소비자들이 머물러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제 이런 인식이 변화하기 일보직전이라는 취지로 저자는 판단하며, 치열한 경쟁의 장 속에서는 누가 먼저 종래의 틀을 깨고 나가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됨을 시사합니다. 거꾸로 말하면, 아직 그 단계로 진입하려면 한참 멀었는데도 미리부터 괜히 역량을 소모하면 정작 필요할 때 이를 끌어쓰기 어렵습니다. 전문가들의 말에 귀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이들이 그 티핑포인트를 짚는 후각이 발달했기 때문이죠. 저자도 이미 그 단계로 진입했다고 단언하지는 않고, 그 직전이라고만 신중하게 말합니다. 판단은 원장님들이 각각 알아서 할 일입니다. 

동물병원뿐 아니라 여러 기업, 접객시설 들에 두루 적용할 만한 좋은 말씀이 p112에 나옵니다. 이 대목은 CS개론(그런 게 있다면)의 교과서로 쓰여도 될 만큼 압축적이고 간결하면서도 효과적인 지침들이 정리되었습니다. 또 저자는 "머리로 이해한 내용보다는 현장에서 가슴으로 느낀 바가 더 오래간다"는 이야기도 하는데, 참으로 맞는 말입니다. 저는 처음에 이 문장이 CS 관련하여 어떤 기술적인 교육보다는 필드에서 손수 체득한 바의 적실성, 효율성이 훨씬 강력하다는 뜻으로 이해했으나(물론 그렇게 새겨도 되겠지만) 이 말의 요지는 동물병원을 찾는 많은 고객들에게 병원 측이 진정성을 통해 그런 체험(나아가 감동)을 선사해야 한다는 쪽에 가깝겠습니다. 

우리 나라에서 예전부터 하던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말 못하는 짐승이라고 하지만..." 일부 시골에서 단백질 보충을 위해 개를 무지막지하게 때려잡았다는 흉악한 소문도 전하지만, 한국인들은 예로부터 농경 생활의 동반자인 여러 동물, 가축들에 대해 대체로 동정적이고 우호적인 태도였습니다. 게다가 소 등은 신라 지증왕 이래 농경에 필수적인 동반자였으니 말입니다. "말 못하는 동물"이니 몸이 심하게 아파도 어디거 어떻다고 구체적으로 자신이 표현을 못하고, 이를 돌보는 사람들은 몇 배나 더 가슴이 아파집니다. 병원에서는 바로 이 점에 착안하여, 고객들이 병원을 찾았다가 정말로 가슴이 뭉클해지는, 동물병원애서의 진정성있는 응대에 대해 일생을 두고 잊지 않는 체험을 안길 필요가 있습니다. "고객이 진짜 원하는 것은 언제나 현장에 있다(p137)." 

동물병원 원장님, 아니 동네 피잣집 사장님이라고 해도, 나는 나만의 확고한 기술과 철학이 있다며 자신의 생각과 종전의 방식에 과하게 집착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크게 봐서 자본주의 사회의 거대한 구조 안에서 개별적으로 미미한 영향만 행사하며 살아갈 뿐이며, 어느 누구도 시장에 대항하여 살아날 수 없습니다. 변화는 해야 하는데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아직 상황의 절박함을 모르는 한가한 인식에 불과합니다.  

고객만족이라고 하니 분야가 마치 좁은 데에 한정된 느낌을 주지만, 사실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실무 경영 분야 전체를 거의 다 커버합니다. 예를 들어 p181 같은 곳을 보면 성공하는 병원은 인테리어부터 다르다는 말이 나옵니다. 건물 내 고객 동선을 어떻게 짜야, 여길 찾는 손님들이 가장 편하게 이동하거나 대기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이 설계시부터 다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확실히, 경영에 신경쓰는 센스있는 병원은 진짜 하다못해 앉는 의자부터도 디자인이 다릅니다. 

대규모 동물병원은 중간관리자의 역할, 권한, 재량이 강화되어야 한다고도 합니다(p213). 또 다소 민감한 부분이기는 하나 잘하는 직원에게 더 열심히할 것을 독려하기 위해 성과급제 도입도 감안할 수 있다고 합니다. 경영혁신의 첫걸음은 자기객관화인데. p236에 핵심적인 지적이 있습니다. 첫째, 공간, 서비스시스템 등 기본요소를 점검해야 하고, 둘째, 업무수행의 체크는 이행과 미이행이 있을 뿐 중간이 없다는 것입니다. "가장 불만에 가득찬 고객은 가장 위대한 배움의 원천이다(p254)." 언제나 고객의 피드백에 최우선순위를 두자는 빌 게이츠의 저 말은 동물병원 경영에도 초석의 지침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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