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아저씨 책고래마을 53
한담희 지음 / 책고래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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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신석기 시대부터 이른바 농경 혁명을 통해, 대지에 씨를 뿌리고 그 수확물을 거두는, 지상의 어떤 동물들도 시도해 본 적 없는 새로운 생활 패턴에 돌입했습니다. 농사는 작물의 결실을 위해 참으로 많은 노력이 투입되어야 하며, 아무리 애를 써도 그에 합당한 결과가 나오라는 보장이 없는, 어떻게 보면 참 무정한 과업일 수 있습니다. 그래도 농업이 인류 역사에서 완전히 중단된 적은 없으니, 이는 이 동화책에서처럼 별 밭에 씨를 뿌리는 별 아저씨의 끝없는, 숭고한 몸놀림이라고 하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씨앗을 심을 때에는 햇빛 한 줌, 달빛 한 줌을 넣고 은하수를 충분히 줘야 해." 이렇게 씨를 심기 위해 별 아저씨는 사다리를 타고 그 표면이 투실투실한 어느 별까지 올라가야만 합니다. 책을 보면, 아저씨의 거친 손, 짤막하고 검은 손 끝에서 씨앗이 떨어지며, 그 씨앗은 과연 나중에 별이 될 운명인지 겉에서 환한 빛이 납니다. 샤워꼭지(처럼 생긴 도구) 끝에서 작은 달 모양, 해 모양의 무엇인가가 떨어지며, 씨앗이 먼저 파묻혔던 구덩이로 함께 들어갑니다. 다음 페이지를 보면 "빛은 멀리 보내고, 어둠은 가까이 당겨야 해"라고 아저씨는 말합니다. 이게, 별 씨앗이 싹을 틔웠을 때 밝게 빛나야 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전 읽으면서 잘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아마도 광원(光源)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나중에 움이 트고 나왔을 때 타 버린다든가 하는 부작용을 피할 수 있어서가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이 동화에서 별들은 마치 작은 꽃과 같습니다. 우리는 과학 시간에 별(항성)들이 엄청나게 멀리 떨어진 거리에 있고, 크기도 상상을 초월하게 클 뿐 아니라 온도도 뜨겁다고 배워 알고 있지만, 이 아름다운 동화 안에서는 별들이란 그저 우리가 일상에서 보고 느꼈던 것처럼 작고 귀여우며 어찌된 일인지 내부의 에너지원도 소진되지 않고 계속 작동하는 그런 신비한 존재입니다. 

사실 놀라운 건 별뿐이 아닙니다. 어떻게 해서 민들레, 장미, 진달래, 개나리 같은 약하디약한 식물들이, 단단한 대지를 뚫고 예쁜 모양을 뽐내면서 생명을 꽃피우는 걸까요? 또 우리 인간들도, 척박한 환경을 극복하고 이처럼 왕성한 생명 활동을 이어가는 걸까요? 우리들 하나하나도 이 동화책의 별처럼 소중한 존재들입니다. 또 별 아저씨가 너는 어디, 너는 어디라며 하나하나 붙박혀 빛나는 자리를 지정해 주는 대목이 있는데, 우리들도 다 각자의 자리가 있어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삽니다. 자기 직분에 최선을 다해 임하는 사람이야말로 별처럼 빛나는 사람이 아니겠습니까. 

"어디든 날아가서, 그곳에서 빛나는 별이 되렴." 별이 엄청나게 많이 수확되면, 일일이 별 아저씨가 그 자리를 지정해 줄 수 없나 봅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저씨가 별들을 차별하는 건 아니겠습니다. 그 자리에 꼭 가야 하는 애들은 그 자리에 심어 주고, 어떻게든 빛나야 하는 애들에게는 또 흩날리게 해서 그 자리를 찾아 주는 것입니다. 이 그림책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감동 받았던 대목은, 아저씨가 자루에서 별들을 꺼낼 때 와르르 쏟아지며 공간을 유영하는 그 장면이었습니다. 

별은 거저 땅에 뿌려지고, 수확되는 게 아닙니다. 8페이지를 보면, 자루를 멘 별 아저씨가 "오늘이 씨앗을 뿌리기 딱 좋은 날"이라며 작업복 차림으로 길을 떠나는 그림이 나옵니다. 그 표정을 보면 약간의 자신감, 긍지, 희망 같은 게 드러나며, 다음 페이지에서 그는 어두운 하늘 아래 손수 노를 저어 목적지로 향하는데, 책에서는 강의 이름을 두고 "별들이 잠들어 있는 강"이라 부릅니다. 어두운 밤에 강을 배로 건너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우리들은 잘 알죠. 마치 우리 노래 "등대지기"의 가사처럼,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으로 그 직에 종사하는 분이 아닐까 싶게 말입니다. 그의 옷차림은 매우 남루하지만, 그의 발걸음은 세상에 대한 포용과 낙관으로 충만하고, 그렇기에 힘차기 그지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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