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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수종 박사의 경제대예측 2025-2029
곽수종 지음 / 메이트북스 / 2024년 10월
평점 :
곽수종 박사님의 원대한 비전, 인사이트를 여러 차례 공부하고 이 블로그에도 두 차례 서평을 쓴 적 있습니다. 바로 작년 11월달에도 전작을 읽고 서평을 올렸으며, 제 생업에 나름 적용하여 부족한 깜냥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수익을 올린 적 있어서 더욱 감사한 독서였습니다. 이처럼 경제 영역의 전문서는 어떤 지적 호기심의 충족뿐 아니라, 독자에게 현실적 도움도 준다는 점에서 다방면의 효용을 주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중국어로는 신상태(新常態)라 번역되는 뉴노멀(new normal). 요즘은 경제, 문화, 산업 전 분야에서 이 뉴노멀 정립이 상식이 되다시피한 세상입니다. 그만큼 지난 시대에 당연하게 여겨졌던 믿음이 사정없이 깨어져나가는 판인데, 오늘도 모건스탠리에서는 "과거의 제로금리 시대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라는 예측을 내어놓기도 했습니다. 이 책 p33을 보면, 특히 디지털 기술 분야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변화가 이뤄지리라는 전망 하에 뉴노멀의 홍수가 터질 것으로 저자는 전망합니다. 과연 엔데믹으로 접어든 지금, 코로나 유행 때와 비교하여 무슨 국면이 벌어질지 전문가들은 어떤 예상을 내어놓을까요?
2차 대전 종전 후 트루먼 행정부는 이른바 봉쇄정책(the containment policy)이라고 해서, 소련의 남진을 지중해 터키에서부터 막으려고 노력했던 적이 있습니다. 십여 년 후 쿠바 미사일 위기 때 기지 중 일부가 철수되긴 했으나 미국의 공산주의 방어 노력은 매우 집요했습니다. 중국이 21세기의 경제 강자로 부상한 지금 미국은 다시 중국의 성장이나 세력 확장을 막으려고 드는데 이에 대한 분석이 p74 이하에 나옵니다.
저자 곽수종 박사님은 미국이 중국때리기(China bashing), 중국 봉쇄(China containment)에 나선 배경과 구체적인 전술에 대해 정밀한 예측을 제시합니다. p81을 보면 곽 저자는 레이건 때의 조지 슐츠, 닉슨 때의 키신저(일 년 전에 저세상으로 갔습니다) 같은 아주 훌륭한 국무장관이 다시 좀 나와서 실용적 접근을 과감하게 행할 것을 촉구합니다. 이런 실용적인 정책이 입안되면 특히 중국의 스마트하고 청결한 공산주의 당료들과 국내의 친중국 엘리트들이 특히나 반길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국도 급속하게 중국의 영향권으로 편입되어 맑은 공기와 황홀한 향기를 흡입할 수 있겠지요.
트럼프의 선거 전략에 대해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이해가 안 가는 게, 정치적으로 아직은 경험이 얕은 상대방의 약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낼 수도 있는 토론회에 대해 불참을 선언한 것입니다. 정치적으로나 개인적인 수완이나 순발력이 딸리는 후보라야 토론을 꺼리는 건데, 구태여 추가 토론을 하지 않겠다고 입장을밝힌 건 스스로 약하다고 인정한 셈이나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물론 이후 해리스 측의 잇단 자충수, 허리케인 밀턴에 대한 바이든-해리스 행정부의 미숙한 대처 때문에 현재의 판세는 트럼프 쪽으로 크게 기울었으며, 이변이 없는 한 다음 주 이맘때쯤에 드러날 선거 결과에서 트럼프가 이길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러나 p115에 피력된 곽수종 박사의 예견에 대해서도 우리 독자들은 숙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2021년, 비구이위안이나 헝다 사태 때문에 중국에 투자한 이들은 물론 직접 투자한 적이 없는 이들까지도 바짝 긴장한 적이 있습니다. 12년 전인 2012년 그리스 사태 때도 보았듯, 세계는 경제적으로 긴밀히 연결되어 어느 한 경제권에서 사고가 나면 그 여파가 전세계에 미치게 되어 있습니다. 하물며 바로 이웃에 붙은 중국에서 부동산발 산업균열이 생기면 그 직접적 부작용이 한국에 얼마나 큰 피해를 몰고 오겠습니까?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서인지 불과 3년 전에 세계를 떨게 했던 헝다 사태에 대해 지금 기억하는 한국인들이 별로 없습니다만, 저자 곽수종 박사님은 중국 경제의 거대한 부실이, 신탁 회사의 불투명한 회계 안에 감춰져 있다며 앞으로 이 장기간 은닉된 부실이 어떻게 뇌관 노릇을 하여 중국 경제에 위험 요인이 될지 여러 각도의 분석을 p208 이하에서 전개합니다.
요즘 국내 증시를 보면 거의 하루도 안 거르고 이 종목 저 종목에서 상승세가 나오는 게 바로 방산 섹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섹터는 트럼프가 되건 해리스가 되건 영향을 받지 않고 노를 전망이지만, 김정은과 좋은 관계라는 트럼프가 당선될 시 대북경협과도 관련 있는 특정 종목은 더 오르지 않을까 하는 전망도 유력하더군요. 곽수종 박사님은 이에 대해 특별히 언급하시는 바는 없으나, p239 이하에서 방산 섹터의 장기 전망에 대해 역시 독창적인 견해를 말씀합니다. 방산도 그냥 전통적인 방산이 아니라 A&D, 즉 항공우주와 함께 엮는 방산 섹터에 대한 강조임을 우리 독자들이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트럼프는 오늘도 내일도 관세 폭탄 이야기인데, 사실 무역장벽이 세워질 때 인플레이션 후 그 반작용으로 경기침체가 온다는 건 매우 개연성이 높은 시나리오입니다. p267 이하에서 곽 박사님은 이른바 삼의 법칙(Sahm's law)을 언급하며, 미국 경제가 자체 구조 결함에 의해 그러지않아도 경기침체로 돌입할 가능성에 대해 분석합니다. 이 책처럼 "삼의 법칙"이 옳은 표기이며, 일부 미디어에서 샴의 법칙이라고 발음하는 건 대체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습니다. 한국도 저성장이 고착화하는 여러 불길한 징조가 보이는데, 패스트팔로워에 더 이상 만족하지 않고 고 이건희 회장처럼 퍼스트 무버가 되려는 과감한 행보가 있어야 하는데, 그저 원가 절감에만 안주하려는 기조가 대기업에서 관측되는 건 대한민국의 장래를 위해 정말 우려되는 현상이 아닐 수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