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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걱정 없이 사는 법 - 자수성가 부자들이 돈, 인생, 투자를 대하는 태도와 기준
제레드 딜리안 지음, 김영정 옮김 / 시원북스 / 2024년 8월
평점 :
이 책의 원제목을 보면 No worries: how to live a stress-free financial life라고 되어 있습니다. 아무라 고소득자라고 해도 요즘처럼 물가가 오르고 상대가격 구조가 급변하는 세상이라면, 그가 자산관리에 신경 쓰지 못할 때 언제 가난한 신세로 떨어질지 모릅니다. 제목에도 stress-free라는 문구가 들어갔는데 돈에 발이 달려 도망가는 것도 아니건만 돈이란 게 그만큼 사람한테 스트레스를 준단 뜻입니다. 많으면 많은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그런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려면 뭘 평소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 책은 쉽게 가르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경제학의 개조 애덤 스미스는 분업의 이익을 강조했습니다. 어떤 농부가 농사도 짓고 바늘도 만들려면 엄청난 수고가 들 뿐 아니라 바늘이 과연 단 한 개라도 제대로 만들어질지도 의문입니다. 그러나 바늘 만드는 재주가 있는 사람한테 바늘만 만들게 시키면 놀라운 성과가 나며 그 시간에 농사에만 집중할 수 있는 농부의 성과도 마찬가지입니다. p37에서 저자는 피자 전문점의 예를 드는데 재주도 없는 당신이 시간을 내어 피자를 직접 만든다면 얼마나 큰 비효율이 생길지 상상해 보라고 합니다. 재료도 소량으로 사서 쓰니 더 비싸게 먹힐 테고, 만약 당신이 고소득자라면 요리 시간에 해당하는 만큼 소득을 잃었으니 더 손해가 큽니다(기회비용).
저자는 책 곳곳에서 재미있는 말을 해 줍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이 책에 끌려들어가듯 읽은 게, 아닌 듯하면서도 유머가 예측불허로 풍겨서였습니다. 예를 들어 p39 같은 곳을 보면, 저자 자신은 이 책을 쓰면서독자들에게 돈 많이 벌게 해 주겠다고는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럼 무엇인가? 스트레스를 줄여 주겠다는 거죠. 알뜰한 습관이 몸에 밴 사람도, 어쩌다가 쿠폰을 안 써서 괜히 안 쓸 돈을 썼다거나, 비교를 꼼꼼히 안 해서 비싸게 샀다거나, 이러면 두고두고 그 생각이 나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저자가 책 전체를 통해 강조하는 바는, 큰 결정 하나를 확실하게 현명하게 내리고 나면, 그 결정으로부터 이미 큰 수익이 생겼기 때문에 소소한 지출이 무신경 끝에 생기는 건 무시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앞에서 피자 이야기를 한 건, 괜히 재주도 없는 피자 만드느라고 에너지 쓰고 스트레스 받지 말고, 피자는 그냥 가게에서 시켜먹고 그 시간에 당신의 전문 분야에 집중하라는 겁니다. 또 그때그때의 작은 지출에 돈이 새게 하지 말고, 나중에 큰 만족을 위해 돈을 아끼라는 주장도 하는데 이걸 두고 만족지연(delayed gratification)이라 부릅니다. 집, 자동차, 학자금 대출 상환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커피나 담배, 술을 위해 목돈 저축이 지장받지 않게 하라고 신신당부합니다.
돈보다는 시간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시간은 돈으로 환산할 수도 없는, 엄청난 미래가치를 그 안에 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투자도 매우 중요한데, 현재 미미해 보이는 기업도 이후에 거대한 성공을 일궈낼 수 있기 때문이죠. 다만 스타트업, 벤처기업의 90%는 실패한다는 점도 명심하고 예컨대 망해가는 트랙터 사업에 투자하는 등의 어리석은 결정은 하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사업이 먼저고 친구가 나중이라고도 합니다. 사업성이 없어 보이면 누구한테도 투자해서는 안 되며, 사업이 기어이 실패하면 돈도 친구도 모두 잃게 된다고 합니다.
p158을 보면 집은 투자가 아니라는 말이 나옵니다. 저자는 투자 전문가답게, 포지티브캐리와 네거티브캐리에 대해 알기 쉽게 요약하는데, 이에 따르면 주택 구입은 네거티브캐리이며 절대로 수익이 나지 않는, 그저 감가상각의 대상일 뿐이라는 것이죠. 아마 한국의 나이 든 세대라면 이 견해를 읽고 충격을 받을 수도 있고, 한국의 현실에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10년 전에 한국의 주택 자산은 장기적으로 우하향 내지 폭락을 겪을 것이라는 어느 전문가의 진단도 있었죠. 이후 우리 모두가 봤듯이 집값은 수도권의 경우 미친 폭등 과정을 적어도 두 차례 거쳤고, 해당 전문가에 대해서도 엄청난 비판이 쏟아졌더랬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과연 어떻게 될지 모르며, 이런 불길한 예측이 적중할 수도 있음을 우리는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워지려면 가장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그게 바로, 위험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영화 <조스>에 나오는 상어에 물려 죽을 확률은 지극히 낮지만 우리는 영화가 남긴 과도한 효과 때문에 그런 위험은 과대평가합니다. 반면 제법 큰 위험은 이상하게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2008년에 거의 깡통이 될 뻔한(저자의 표현입니다) MMF 상품 같은 게 그 예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비교적 큰 안전성을 가진 금융상품을 구입하고, 미국이 공산주의 국가가 되지 않는 이상 내릴 위험이 없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후 로그인하지 말고 그냥 놔두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과거 코로나 유행 때 농담 삼아 쇠망치 기법이라는 말을 쓰는데, 쇠망치로 머리를 맞은 후 3년 기절했다가 깨어보면 300% 달성해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코스닥의 많은 종목들은 300%는커녕 상폐가 되었을 확률도 크니 수시로 체크하는 게 정석임은 두말할 것도 없습니다. 또 비트코인은 변동성이 너무 크니 스트레스를 부르는 주범이라고 저자는 강조하는데, 견해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 각자가 알아서 현명하게 판단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