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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퇴사하고 갓생에 입사했습니다! - 일 잘하던 ‘8년 차 이대리’는 왜 퇴사했을까? 혹시 N잡러?
이미루 지음 / 다빈치books / 2023년 9월
평점 :
"누군가의 위성이 아니라 행성으로 살고 싶다. 시도때도 없이 울리는 카톡 알람, 부재중 전화에 소모되는 나 자신을 지켜내고 싶었다." 이 책 앞날개에 나오는 이미루 저자의 말씀 일부입니다. 한국의 청년들, 일명 MZ세대는 선배들보다도 더 치열한 경쟁을 뚫고 현재의 직장에 들어온 이들입니다. 이전 세대들은 앞서 치열한 입시를 거쳤지만 입사 과정에서 그렇게까지 힘들게 관문을 넘지는 않았습니다. 눈을 조금만 낮추면 들어갈 회사야 얼마든지 있었죠. 지금은 들어갈 직장 자체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그렇게 어렵게 구한 직장인데, 어느새 낭비되고 소진되는 나 자신이 애처로워지고 과연 다른 데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수는 없을지 모색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외국에서 학교를 나오고 제약회사, 인테리어 회사에 몸담다 30대의 나이에 드디어 퇴사하고 갓생에 접어든 저자의 이야기에 모든 정답이 담겼는지는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답이 다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래, 결심했어!"라며 퇴사를 꿈꿀 때 뭔가 미소가 절로 지어지며 가슴이 설레기까지하는 이들에게는, 저자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뭔가 울림이 다르게 다가올 듯합니다.
흔하게 엠지 엠지라고들 하지만 엠(M)과 지(Z)는 가리키는 시대 구간이 다릅니다. 한국 외에서는 잘 쓰지도 않는 이상한 합성어지만 어느새 주변에 안 쓰는 사람이 없어서 이제는 이 말을 토대로 논의를 이어가는 게 더 효율적입니다. 저자가 이 말을 p45 이하에서 꺼내는 이유는, 엠지의 상관 자리에 주로 포진한 기성 세대와 엠지 사이에 현격한 세계관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는 젠지 세대라는 말의 뜻을 몰랐는데 Generation Z의 앞 음절을 따서 그리도 부른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여튼 저자가 강조하려는 건, 권위와 위계를 내세워 조직과 생태계 전체의 생기를 파괴하려 들면 모두가 죽는다는 점입니다. 일본은 현재 연 총생산 규모 면에서 한국에 추월당하니 마니 하는 형편이고, p51에 나오듯 어디 내세울 만큼 변변한 자국 IT 기업도 없는 게 현실입니다. 너무도 불필요하고 산업 발전의 의욕을 막는 규제가 곳곳에 도사리는 풍조 탓에 그리 되었습니다. 한국도 스타트업에 지원을 소홀히하고 젊은이들의 기를 괜시리 꺾으면 저리되지 말라는 보장이 어디 있겠습니까? p227에서 저자는 배달의o족이 독일 자본에 매각된 예를 들며, 정부가 너무 개입, 규제를 일삼으니 토종 IT 기업이 배기지 못한 것 아니냐며 개탄합니다.
미국은 20세기 중반 베트남에 개입하여 엄청난 군비를 투입했으나 자국 젊은이들의 반전(anti-war) 움직임 앞에 적전분열 지리멸렬하여 결국 패퇴했습니다. 지금도 비슷한 일이 터지면 그때의 실수를 되풀이할까요? 미국뿐 아니라 러시아, 중국도 그간 첨단 기술에 많은 투자를 하여, 인공지능 군대를 투입하고 통신망을 고립(p93)시켜 적국을 무력화하는 방법으로 인명 투입, 희생 없이 이길 수 있는 방식을 모색 중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각국 정부는 종래의 고정 관념에서 빨리 벗어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방식으로 정책과 국가 경영 전체를 재편해야 하며, 이에 실패하면 국가가 파산하고 국민들은 모두 곤경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인공지능이 이끄는 무인화, 자동화 트렌드에 주목하라는 게 요지입니다.
고용주가 열정페이라는 말로 피용인들의 희생을 당연시한다면 그건 자본주의의 탈을 쓴 공산주의식 위선(p138)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반면 노동자 역시, 열정 같은 추상적인 말로 자기 능력을 포장하지 말라고도 합니다. A는 유능해서 같은 세 시간을 일해도 30가지를 해 놓고 끝내는데, B는 무식해서(저자의 표현입니다) 세 시간 동안 세 가지 일만 겨우 끝냈다면 이건 열정이란 말로 슬쩍 얼버무릴 게 아닌 심각한 무능이라고 저자는 일침을 가합니다.
전체에 걸쳐 저자가 강조하는 건 자동화, 무인화 추세인데, 기업이 버는 수익을 전에는 노동자와 경영자가 기여도에 따라 나눴으나, 지금은 기업이 사람을 덜 쓰므로 CEO가 큰 부분을 독식하니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합니다. 책에서는 제프 베이조스의 예가 나오는데 그래도 이 사람은 근래 인력을 좀 쓰는 편입니다. 오히려 일론 머스크 같은 이는, 종전 같으면 숙련 노동력을 엄청 써야 하는 자동차 산업에서 그 정도의 무인화, 자동화, 공정 간소화를 이뤘으니 그 단기간에 엄청난 부를 일궈냈겠구나 싶기도 합니다.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니 일자리는 더욱 줄어들고, 청년은 현대맨 삼성맨 등 어느 소속이 된 걸로 만족할 게 아니라 자신을 브랜드화하고 (일자리를 뺏는) AI 시대를 역공략하여 대체불가능의 인재가 되라고 결론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