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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영호의 최소한의 부동산 공부
표영호 지음 / 메이트북스 / 2024년 8월
평점 :
국장(한국 증시)이 너무 침체(내지 위기)라서 이제 부동산 쪽으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는 말도 자주 들립니다. 증시 상황을 떠나, 한국의 부동산은 원래 상향이고 불패라는 통념도 여전히 유력합니다. 서울의 부동산은 이미 저점을 찍었다는 관측도 많습니다. 나이 드신 분들은 코미디언 시절 그가 진행하던 여러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잘 기억할 텐데, 원래 저자 표영호 대표는 실물경제와 자산 관리에 관심이 많았으며 지금은 새로 개척한 이 전문 분야를 잘 활용하여 유o브의 자신 채널에서 많은 이들과 소통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방송인 시절 그가 보여 주기도 했던 예의 그 뛰어난 소통 능력 덕분에, 팟캐스트건 이 책에서건 시청자나 독자나 그가 말하는 주제를 잘 이해하게 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부동산 가격은 시장 기능에만 맡겨 둘 수 없는 민감한 자산 요소입니다. 한국에서는 일찍부터 아파트 청약 제도가 마련되어, 수요는 지나치게 많고 공급은 제한된 주택이라는 상품을, 신혼부부 등 처음으로 자기 집을 가지려는 이들에게 훨씬 저렴하게 장만할 수 있게 돕습니다. 물론 경쟁률이 워낙 높아 이마저도 목표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하면 운이 좀 따라 줬을 때 의외로 낮은 비용으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일정 기간을 채우고 나면 훨씬 비싼 가격에 팔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청약 제도의 혜택을 입기 위해 청약 통장이라는 걸 갖춰야 하는데, 이 제도가 좀 복집한지라 많은 이들이 어려워하기도 합니다. 표영호 대표가 그 특유의 입심, 자연스러운 구어체 말투로 설명해 주는데, 이 부분은 제가 그의 채널에 찾아가 관련 영상을 잠시 시청도 했습니다. 청약제도가 잘 이해 안 되는 분들은 먼저 그의 영상을 보고, 나중에 정보나 팩트만 이 책을 통해 깔끔하게 정리해도 될 듯합니다.
용적률, 건폐율 등의 용어는 공인중개사 수험생들만 알아야 하는 건 아닙니다. 부동산 등 자산 관리를 통한 재테크는, 월급만으로 내 집 마련이나 여유로운 생활이 어려운 모든 젊은이들이 이제는 익숙해져야 할 개념과 지식입니다. 이미 많은 이들이 잘 알고 있기도 하고요. p80을 보면 표 대표는 특유의 그 시원시원한 어조로 이들 필수 개념에 대해 잘 풀어 줍니다. 그답게, 개념 설명에 그치지 않고 바로 현실로 넘어와서는 수도권 일대 아파트 용적률과 건폐율에 대해 죽 짚는데, 애초에 이들 수치의 상향이 쉽지 않은 만큼, 현재도 상대적으로 낮은 상태인 일산, 분당 말고 과연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겠냐고 솔직한 평가를 합니다. 그리고는 "용적률, 건폐율만 높인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삶의 질은?" 같은 질문도 독자에게 던집니다. 너무 현실적인 이슈에만 매몰되지 않고 이렇게 시야를 넓히는 화제의 전환도 있어서 그의 말들이 매력적입니다.
우리 나라같이 인구밀도가 높고 경쟁이 치열한 사회는 설령 청약제도가 마련되어도 순위 높고 가점 많이 받은 통장 보유자들이 너무 많아 이미 그 자체가 로또 비슷합니다. 그래서 많은 신혼부부들에게는 여전히 그림의 떡인데, 이렇게 바늘귀 통과하듯 어렵게 당첨되고도 이런저런 이유로 아파트 취득을 끝내 포기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렇게 극소수 도로 나온 물량은 100% 추첨으로 배정하기에 무순위 청약(p120)이라고 부르는데, 표 대표답게 이 "줍줍"에 대해 아주 쉽게 설명합니다. 사실 지금 서울 아파트들도 아직 고점에서 덜 내려왔거나 갑자기 오른 곳이 있는가 하면, 이른바 상급지가 아닌 강북의 여러 아파트들은 몇 년 전 폭등사태 이전 가격으로 다시 복귀해서는 더 떨어진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표 대표는 무순위 분량이나, 경매에 나온 물량 중에서도 그 운명이 극과 극으로 걸린다며 신중하게 물건을 봐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내 집을 사면 소유권 등기 경료로 대부분의 절차가 끝나지만 남의 집에 세들어 살면 보증금을 안 떼이기 위해 뭘 해야 하는데, 이걸 두고 대항력 3종 세트 갖추기(p190)라고 저자는 부릅니다. 이사(들어와서 살기, 점유), 전입신고, 확정일자가 그것입니다. 제가 대략 십 년 전에 읽은 어느 저자의 책에서는, 이제 목돈이 있으면 전세를 살 게 아니라 월세를 살고 목돈은 따로 운용하라는 말이 있었는데, 전세사기(p206)가 사방에서 터지는 요즘 그 충고의 무게가 다르게 들리기도 합니다. 이 책 p200 이하에서 표 대표는 전세 월세 제도를 비교하며 한국에서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자세히 풀어 주는데 역시 직관적으로 잘 이해가 됩니다.
법대 학부 2학년 정도에 물권을 배우는데 어느 교과서에도 한국 특유의 제도로 "전세"를 꼽습니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제도이다 보니 법리도 독특하게 발전했는데, 표 대표도 책 후반부에서 의외로 자세하게, 그 기원이나 연혁까지 꼼꼼히 풀어 줍니다. 책의 결론이자 모든 이들이 궁금해할 만한 사항이, 과연 "집 사기 좋은 최적의 타이밍이 언제?"냐는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개인 방송에서도 표 대표가 이미 언급했었지만, 이 책도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합리적인 대답이 준비되어서 신뢰감을 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