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가 사랑하는 감성 장인 임영웅의 힘
서병기 지음 / 성안당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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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 가수 임영웅씨가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콘서트를 열었을 때, 그 큰 곳을 팬들로 가득채우고 티켓도 완판시켰다는 뉴스를 듣고 정말 놀랐습니다. 그런가하면 콘서트 개최 과정에서 그의 인성에 대해 알게 해 주는 미담까지 나와서, 한 시대를 쥐락펴락하는 스타에게는 과연 뭔가 특별한 게 있다는 점 다시 확인했습니다. 이 책은 대중문화전문가이자  중견 저널리스트인 서병기 씨가 썼는데, 가수 임영웅만의 매력과 인간적 장점, 문화산업계에 두루 끼친 영향 등이 두루 분석됩니다. 

"여백이 있는 힐링 보이스" 그의 음색을 놓고 이 책이 규정한 구절입니다. 너무 빈틈없이 신체 구석구석에서 생성되어 엄청난 볼륨으로 청자의 귀를 압도하는 보컬만 최고라면 임영웅보다 더 뛰어난 가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과하지 않게 고막을 터치하면서도 정확하게 뽑히는 그의 성량과 음정이 이 시대 대중에게 부담 없이 어필했고, 선량하면서도 뭔가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그의 마스크나 이미지, 언행 같은 게, 잦은 사고로 팬들을 실망시키는 셀럽들의 미숙한 처세에 신물이 났던 사람들에게는 적잖은 호감을 부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p38 이하에 서병기씨 특유의 냉철하고 절제된 언어로 이뤄진 분석이 나옵니다. 

과장이나 지나친 기교 없는 힐링 보이스 외에도 그에게는 많은 장점이 있고, 특히 엔터테이너 기질이 가득하다고 합니다. p68에 나오듯 "기본적으로 발성이 좋으면 대사 연기도 좋은 것"인지 따로 연기를 배웠다는 말도 없던 그는 무대에서 필요할 때마다 그럴싸한 연기 실력도 보여 줘서 팬들을 즐겁게 해 준다고 합니다. 또 공연 끝에 다양하게 보여 주는 표정 연기도 그때마다 반응이 좋다고 나오네요. 이런 걸 보면 확실히 연예인이 되려고 타고난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 그는 팬들과의 소통을 가장 중시하는 타입이라고도 하는데, 요즘 같은 세상에 진심인지 가식인지는 사람들이 다 알아본다는 점에서 이 또한 대단하다고 하겠습니다. 연예인들, 혹은 스포츠 스타들 중 실력이 뛰어나도 유독 팬서비스만은 좋지 않다는 평을 듣는 이들이 꽤 됩니다. 이런 점에서도 임영웅은 돋보입니다. 요즘은 더군다나 인성, 공감 능력을 강조하는 세상이니 말입니다. 이러니 그의 콘서트장에는 노인부터 어린이까지 모든 연령층이 다 모인다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p90 이하에는 mbn 서혜진 국장과의 긴 인터뷰가 있습니다. 이 인터뷰는 미스터트롯(임영웅을 배출한 시즌 1)의 인기 비결을 묻는 데에서 임영웅과 접점이 있습니다만, 서혜진씨가 몇 달 전에 론칭한 여러 프로그램들에 대한 언급이 자세해서 또다른 재미를 줍니다. <현역가왕>은 다들 알듯 여고생 전유진이 우승했고 이어 탑세븐 7인이 일본 대표들과 경연도 거쳤는데, 시청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뒷이야기들을 많이 털어놓습니다. 이대 출신 서혜진 국장은 원래 sbs에서 pd로 잔뼈가 굵었고, tv조선에서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을 연이어 성공시킴으로써 방송국 하나를 다른 레벨로 올려놓았으며, 무려 100억의 이적료를 받고 mbn으로 이적했다는 말이 돌면서 더 큰 화제가 된 인물입니다. 그녀의 감과 크리에이티브도 이제 한계에 달하지 않았겠냐는 세간의 짐작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번에 또 성공을 거두었는데 이 인터뷰는 그에 대한 후일담 노릇도 겸합니다. 

서혜진pd와 호흡을 자주 같이 맞추는 작가가 노윤씨입니다. 이 책에는 임영웅을 처음 봤을 때 받았던 인상부터 해서 그녀의 솔직한 발언이 많기에 또한 재미있습니다. 역시 사람 생각은 서로 비슷한 데가 많은가 봅니다. p123 이하에는 서혜진이 론칭한 두 프로그램 이전에는 트로트 장르의 위상이 낮았으나 이 기획의 성공 이후로 종사자의 대접 자체가 달라졌다고도 나옵니다. 이  프로그램들이 배출한 다른 스타들은 이후 인기가 살짝 식기도 하는데 임영웅만큼은 갈수록 반응이 더 좋아지는 듯 보이는 것도 확실히 특이한 현상입니다. p144에도 나오지만 이런 경연 프로그램이 마련되고서야, 한국에 이처럼 재능있는 이들이 많았던 줄 처음 확인한 시청자들이 많았을 것입니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포인트 중 하나가, 요즘 연예계는 팬덤 중심으로 돌아가는데, 그들은 예전같이 맹목적으로 연예인을 숭배하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연예인의 소속사 못지 않게 연예인에게 어울리는 컨셉을 짜 주고, 전략적 조언을 해 주고, 라이벌리를 형성하는 (혹은, 반대로 우군 같은 동맹이 가능한) 다른 연예인 팬덤과 대처하거나 소통하며 그 연예인의 장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연예 산업의 새로운 풍속도도 엿볼 수 있는 유익한 책이었네요.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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