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도리와 말썽 많은 숲 1 - 의뢰가 있으시다고요? 초도리와 말썽 많은 숲 1
보린 지음, 밤코 그림 / 문학동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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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인생에는, 자연에는, 어떤... 애를 쓰지 않아도 저절로 되는 게 있습니다. p11에 나오듯 나무는 누가 돕거나 가르쳐 주지 않아도 빛을 향해 쑥쑥 자랍니다. 빛을 향해 자라는 걸 양성주광성이라 부르는데, 이런 성질은 식물의 몸 안에 나면서부터 심어졌고 애써 노력(내부든 외부든)이 가해지지 않아도 그대로 발현되기 마련입니다. 숲토리들도 그렇다고 합니다. 때가 되면 알아서 제 먹거리를 찾고 키도 쑥쑥 큽니다. 그런데 숲토리 중 유독 초도리만큼은 걱정이 많다고 하네요. 걱정이 많으면 본래 이렇게 잠이 안 오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초도리는 걱정만 하는 게 아니라, 날이 새면 자기 갈 길을 알아서 떠납니다. 거리도 먼 것 같은데 별 두려움도 없어 보입니다. 

해결사(p34). 초도리는 아마 몰랐겠지만 원래 숲토리들은 이 일대에서 해결사 노릇을 해 왔나 봅니다. 자기 몸보다 훨씬 큰 광대버섯(p33)을 들어 옮기는 다람쥐인 콩쥐가 초도리에게 그렇게 말해 줍니다. 그러고보면 초도리가 자신이 원래 타고난 몫을 온전히 하게 되는 데에는 이런 주변으로부터의 일깨움, 자극이 아주 없어서야 또 곤란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연이 아무리 시켜 준 바가 있다 해도 게을러서 제대로 일을 안 하는 녀석들도 얼마든지 있고, 몰랑코라는 놀라운(?) 후각을 지닌 달팽이가 그걸 알아본다고 합니다. 그러나 초도리는 몰랑코야말로 허풍이 심하고 게으르지 않을지 의심합니다. 

인간은 지금으로부터 6000년 전 땅에 씨를 뿌리고 땀흘려 농사짓는 법을 배워 오늘날까지 이어옵니다. 곡식은 저장이 비교적 쉽고 안정적으로, 또 예측 가능한 수확량을 내놓지만 야생에서의 사냥은 그렇지 않고 많은 위험이 따르며 사냥에 성공한다 해도 그 성과를 오래 보존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인지 초도리도 몰랑코의 도움을 받아 좋은 도토리 종자를 골라 땅에 심습니다. 콩쥐는 초도리의 도움에 고마워하며 도토리를 수확하면 나눠주겠다는 약속을 합니다. 그런데 그때, 초도리는, 세 눈을 지닌 뭔가가 숲속에서 자신들을 보고 있었음을 눈치챕니다. 콩쥐는 이보다 앞서, 가끔 숲에서 울음소리 같은 게 들린다며 초도리에게 호소한 적이 있었습니다. 

"초도리의 예감은 틀린 적이 없었어(p55)." 이 역시도 이미 오래전부터 정해진 초도리의 능력이라든가 운명을 말해 주는 것 같네요. 누구한테 딱히 뭘 배운 적이 없었지만 알아서 척척 뭘 해 내는... 그런데 세눈박이를 언제 어디에선가는 만나게 되리라는 것, 이런 예감이 적중하는 게 그닥 대단한 재능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 정도야 평범한 우리들도 겪곤 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초도리에게서 우리가 배울 점은, 자신만의 관찰 수첩에 이런 이상하다 싶은 걸 꼼꼼하게 적어 둔다는 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 벌어지는데... 제 생각에는 초도리의 예감도 예감이지만 처음부터 몰랑코를 별로 믿지 않았던 콩쥐도 눈치가 꽤 빠른 듯합니다. 나무가 늦게 자란다면 모르겠으나 빨리 자라는 것도 문제일까요? 이 나무의 경우는 그랬습니다. 사실 나무와 나뭇잎 병정을 탓할 것만은 아닌 게, 그들 입장에서는 애써 빚어낸 도토리를 다람쥐에게 뺏기는 게 억울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콩쥐가 착하면서도 현명한 게, 아직 어린 나무라서 다칠까봐 자신이 심하게는 반격 못하겠다고 하는 장면입니다. 나무가 다치면 결국 자신도 도토리를 얻기가 힘들어지기도 하겠고 말입니다. 아무튼 이 두 번째 의뢰야말로 초도리의 어떤 진짜 능력이 증명된 케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번째 의뢰(...)에서 큰 소동이 벌어지는데 도깨비(알고보니 능굴빼미라는, 두 동물의 특징을 지닌 동물이었습니다)가 나뭇잎 병정들과 콩쥐를 잡아먹은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초도리는 역시 보통이 아니었던 게, 도깨비의 뱃속으로 같이 잡혀먹히고선 기지를 발휘하여 배설물과 함께 다른 애들까지 구해서 밖으로 나온 것입니다. 초도리는 언제나 그렇듯 이해관계를 조정합니다. 능굴빼미도 알고 보니 난리를 칠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하여 세 가지 의뢰를 모두 해결한 초도리는 진정한 해결사로 거듭나고 숲에는 평화가 찾아듭니다. 얼핏 보아 이해가 안 되어도 사람들의 행동에는 그만한 사정이 있음을 사려깊게 잘 살펴 준 초도리의 자질과 능력 덕분입니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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